[비즈한국] 지난 6월 20일,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던 아라비아 해엽에서 미국·사우디아라비아와 갈등을 빚어오던 이란이 큰 사고(?)를 쳤다. 미국 해군이 운용하던 MQ-4C 트리톤(Triton) 무인정찰기를 격추한 것이다. 이란은 이미 2011년 12월 아프가니스탄-이란 국경에서 몰래 운용 중이던 미국의 스텔스 드론 RQ-170 센티넬(Sentinel)을 추락시킨 전과가 있다. 이란의 이번 무인기 격추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훨씬 더 심각한 사건, 혹은 항공 정찰작전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이번 추락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트리톤 무인정찰기가 단순한 드론이 아니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부터 미 해군이 작전부대를 편성한 트리톤은 원래 미 공군이 사용하는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를 해상 작전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길이 14.5m, 무게 14.6톤의 트리톤은 1만 8000m 이상의 높은 고도까지 상승할 수 있고, 30시간 동안 1만 5000km가 넘는 거리를 비행하며 정찰활동을 할 수 있다. 현재 실전 배치된 군용 무인기 중 가장 크고 무겁고, 최고의 장비가 들어간 것이 바로 트리톤과 글로벌 호크다.
이번에 추락한 트리톤 무인정찰기는 해상 감시에 매우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탐지장비인 AN/ZPY-3 MFAS(Multi-Function Active Sensor)는 능동 전자주사식 해상 탐색 레이더로, 수백km 떨어진 함정은 물론 어선 크기의 작은 배나 잠수함의 잠망경까지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360도 전 방향 감시기능도 있어, 1회 작전 시 최대 700만㎢라는 방대한 영역을 훑을 수 있다.
같이 장착된 MTS-B 전자광학 추적장비는 수십km 밖의 함정의 모습이나 조난자도 찾을 수 있는 성능을 가지고 있다. AN/ZLQ-1 전자전 장비는 테러리스트나 적군의 통신전파를 도청하거나 위치를 추적하는 신호정보 수집(SIGINT)기능 또한 갖추었으니, 미 해군은 트리톤만 띄워 놓으면 넓은 바다를 속속들이 볼 수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고 성능의 장비를 갖추었기에 트리톤 무인정찰기는 원래 위험한 적진에 투입되는 역할을 맡는 정찰기가 아니었다. 원거리에서 강력한 정찰장비로 감시하고, 적의 공격이 닿지 않는 안전한 곳에서 비행을 하는 것이 원래의 역할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이란은 트리톤 무인정찰기가 이란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지만, 미 해군은 이 무인정찰기가 이란 해안에서 21마일 떨어진 곳을 비행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방공포병은 Khordad-3 지대공미사일로 트리톤을 격추하는데 성공했으니, 당장 미 공군과 해군이 보유한 최고급, 고가 무인기인 트리톤과 글로벌 호크에게는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한 셈이다. Khordad-3 미사일 시스템은 2014년 처음 공개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로, 옛 소련이 1979년부터 배치를 시작한 9K37 Buk 대공미사일과 기능과 성능이 유사한 무기다. Khordad-3 미사일은 지상의 레이더가 표적에 레이더 전파를 쏠 때 생기는 반사파로 적을 추적하는 일명 세미 엑티브 레이더 유도(Semi-active radar homing)를 채택하고 있어, 최신 기술은 아니지만 그 나름대로의 검증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해군의 트리톤 무인기가 추락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 대한 폭격 명령을 내리려다가 취소하는 등 이란에 대한 무력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비록 사람이 죽거나 다치지는 않았지만, 한 대에 수천억 원짜리 무기를 격추시켰으니 심각한 도발행위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대한민국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 공군은 2014년 3월 1조 2000억 원의 예산으로 MQ-4 글로벌 호크 4기 구매 계약을 한 후, 8월부터 인도받을 예정이다. 대당 가격은 1대에 약 2200억 원에 달한다.
이번에 도입하는 글로벌 호크는 우리 군이 가진 모든 감시 정찰자산 중 가장 비싸고 뛰어난 장비로, 현재 정부와 군이 준비 중인 전시작전권 전환의 핵심 전력이다. 글로벌 호크와 비슷한 금강·백두 정찰기보다 더 높은 곳에서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어 감시면적이 넓고, 정해진 궤도와 시간에 따라 돌아 감시를 피할 수 있는 인공위성과 달리 특정 지점에 대한 연속적인 감시가 가능하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글로벌 호크는 감시정찰무기의 ‘끝판왕’ 대접을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트리톤 무인기 격추사건으로 이런 끝판왕의 단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북한의 지대공 미사일은 대부분 수십 년 된 구식 미사일이지만, S-200 지대공 미사일의 경우 사거리가 최소 150km 이상이라 휴전선 이북에서 우리 군의 공군기와 글로벌 호크에 대한 공격이 가능하며, 북한이 개발한 최신예 KN-06 지대공 미사일 역시 100km에 가까운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글로벌 호크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책이 있을까?
다행히도, 제조사인 노스롭 그루먼은 글로벌 호크에 자체 방어장비를 이미 탑재해 놓았다. AN/ALR-89 자체 방어장비는 레이더 경보기(RWR), 레이저 경보기(LWR), 전파 방해장비, 그리고 AN/ALE-50 견인식 미끼(Decoy)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AN/ALE-50은 와이어로 비행기가 끌고 가면 미사일이나 레이더가 미끼를 글로벌 호크로 오인해 적을 속이는 최신 방어장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트리톤 무인기 격추사건의 경우,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근접 촬영을 위해 고도와 위치를 낮추다 보니 공격에 취약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우리 군의 급선무는 곧 도입하게 될 글로벌 호크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한 자체 방어장비를 활용하는데 우선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 모든 공군기와 운용자들은 기체를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방어장비의 운용을 숙달하고 훈련하는데, 이제는 무인비행기도 그런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적의 미사일, 전파방해, 해킹에 더욱 잘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정찰 무인기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적의 눈에 잘 띄지 않도록 스텔스 성능을 가지고, 여러 개의 큰 장비를 하나의 대형 무인기에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의 무인기에 정찰 장비를 나눠 탑재하여 합동운용을 할 경우 적이 무인기에 대한 역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공격 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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