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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태풍 오는데…' 신사역 붕괴 건물 16일째 방치

주민·전문가 "추가 붕괴, 유실 우려"에 서초구청 "경찰 2차 감식 끝나면 처리"

2019.07.19(Fri) 17:18:41

[비즈한국] “열흘이 지났는데 저 모양이야. 태풍이 불어온다는데 진로를 바꿔서 내륙으로 오면 어쩌려고, 저기 있는 게 날아다니면 또 큰일 나지.” 

 

‘신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의 건축폐기물이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난 19일 현재까지 수습되지 않고 있다. 관할 서초구청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를 했다고 하지만 20일 태풍 다나스가 내륙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인근 주민과 전문가는 구조물의 추가 붕괴나 건축폐기물 유실을 우려하고 있다. 붕괴한 건물과 돌담을 사이로 맞닿아 있는 아파트의 관리소장은 혀를 차며 이렇게 말했다.

 

‘신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의 건축폐기물이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난 현재까지 수습되지 않고 있다. 사진=차형조 기자​

 

1996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사역 4번 출구 인근 지하 1층~지상 5층(연면적 1879.55㎡, 569평) 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철거 공사가 진행되던 지난 4일 오후 2시 20분경 붕괴했다. 경찰은 사고 다음날 실시한 1차 합동 감식 결과 철거 작업 중 가설 지지대와 1~2층 기둥과 보가 손상돼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다.

 

무너진 외벽이 주변 도로(나루터로)에 있던 차량 3대를 덮쳐 4명의 사상자를 냈다. 탑승객 3명은 구조됐으나 1명이 사망했다. 사망한 탑승객 이 아무개 씨(여·29​)와 중상을 입은 황 아무개 씨(남·31​)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씨 유족 측은 붕괴 건물 감리자 등 철거업체 관계자와 서초구청 관계자 등 7명을 상대로 9일 업무상과실치사·치상 혐의로 고소했다. 서초구청도 건축주 등 5명을 건축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건 발생 16일째인​ 19일 현재까지 붕괴한 건물의 건축폐기물은 수습되지 않고 있다. 현장에는 붕괴한 건물을 구성하던 폐콘크리트와 목재, 철골 등이 지상 2m 높이로 쌓여있다. 철거 당시 건물 외부를 둘러싼 가설 지지대와 가림막은 건물 서쪽으로 기울어진 채 방치돼 있다. 

 

붕괴한 건물 주위로는 건축물 네 동이 맞닿아 있다. 사고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사람이 거주하거나 영업을 이어온 곳이다. 사진=차형조 기자​

 

붕괴한 건물 주위로는 건축물 네 동이 맞닿아 있다. 서쪽으로는 지상 4층 성형외과 건물과 주민 10세대가 사는 지상 5층 규모 아파트가, 동쪽으로는 각각 주점과 식당 등이 자리한 지상 3층 규모 건물이 자리했다. 사고일부터 현재까지 모두 사람이 거주하거나 영업을 이어온 곳이다. 

 

주변을 오가는 차량과 행인도 많다. 건물 남쪽과 북쪽으로는 각각 2차선 도로가 나 있는데, 남쪽 나루터로의 경우 강남 일대를 오가는 차량으로 출·퇴근 시간 정체를 빚기도 한다. 서쪽 신사동 간장게장 골목을 중심으로 식당과 주점이 밀집해 식사 시간 양측 보행자 통행량도 많다. 

 

현재 붕괴지점으로부터 약 1.5m 반경에 세워진 가벽과 폴리스라인 바깥으로 차와 사람이 오가고 있다. 서쪽 상가 건물 두 동 사이에는 주차장과 상가 출입구가 나 있는데, 이곳은 현재까지 물리적 통제 없이 차와 사람이 드나든다.

 

서초구청은 건물 붕괴 직후 추가 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바람에 날릴 수 있는 가설 지지대 상단 가림막을 정비하고, 사고 이전 기울어졌던 동쪽 아파트 담장을 지지대를 세워 보강했다. 양쪽 도로 방면은 가벽을 설치해 근접 통행을 막았다.​ 

 

붕괴 현장에 여전히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게 주민과 전문가의 판단이다. 앞서의 아파트 관리소장은 “아파트 담장이 건축폐기물의 압력을 못 이겨 붕괴할까 우려된다. 사고가 났으면 빨리 조치를 해야 하는데 사건 종결까지 손을 못 댄다고 하니 주민들 걱정이 크다. 태풍(다나스)이 행여 내륙으로 진로를 바꿔 이곳 폐기물이 강풍에 날릴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인접한 한 상가의 점주도 “나 같아도 친구가 고기 먹으러 여기 오자고 하면 ‘그거(남은 구조물과 폐기물이) 쓰러지면 어떡하나’ 하면서 말릴 것 같다. 사고 이후 매출이 많이 줄어 영업하는 데 지장이 크다. 사고가 났으면 당연히 폐기물을 치워야 하는데, 구청에서 금방 치워줄 것 같진 않다”고 보탰다.     ​ 

 

19일 오후 붕괴된 건물 서쪽과 맞닿은 상가 건물과 주차장 모습. 사진=차형조 기자

 

현장 사진을 확인한 안형준 건축공학박사(전 건국대 교수)는 “사고 직후 붕괴 현장에 갔었다. 잔해물, 특히 상가 쪽 가림막과 강관 파이프가 휘어져 넘어간 모습이 사고 당시 그대로다. 이들은 철거해도 실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행인과 상인 안전을 위해 빨리 제거하고 안전장치를 추가로 설치해야 한다. 더욱이 태풍 영향권에 들 경우 이 구조물이 추가 붕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전국에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이 많은데, 지자체가 태풍 상륙을 대비해 각 현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구청은 경찰의 2차 합동 감식이 끝나야 폐기물을 반출할 수 있다는 견해다. 서초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근접 통행을 막고,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구청 차원에서 제거했다. 서쪽 주차장과 출입구 부근은 차량과 사람이 오가지 않도록 현장에서 유도하고 있다. 전문가 검토 결과 현재 추가 붕괴 위험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며 “(철거) 공사를 중지를 시킨 고용노동부로부터 건축주가 붕괴한 폐기물의 반출 계획서를 제출한 것을 확인했다. 고용부의 공사 재개 승인이 확인되고, 다음주 중 예정된 경찰 2차 합동감식 이후 철거업체의 폐기물 정비가 이뤄질 예정이다. 태풍에 대비해 추가로 현장에 나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건축법에 따르면 건축물의 소유자나 관리자는 건축물을 철거하기 3일 전까지 관할 시·군·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간 관할 지자체에 철거(멸실 포함) 신청을 한 공사 현장은 총 2520곳이다. ​

 

서울시의 경우 규모가 건축조례를 제정해 지상 5층 이상 또는 높이 13m 이상(지하 2층 이상 또는 깊이 5m 이상) 건축물을 철거할 때 ​심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8월 31일까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현장 340곳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한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가운데 자치구 철거 심의를 받은 철거현장은 80곳은 서울시 건축안전자문단 전문가 2명과 자치구 직원 1명이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나머지 철거현장은 자문단 1명과 자치구 직원 1명이 일반 점검을 진행한다.​ ​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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