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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 대표 '분식 영장'과 이재용 둘러싼 고차방정식

김태한 영장 발부 시 이재용 '직격', 기각 시 수사 실패…한일관계가 수사 '발목' 가능성도

2019.07.15(Mon) 13:26:40

[비즈한국]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소환은 100%, 기각되면 삼성바이오 수사는 100% 실패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의 말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관련,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확정했다. 이르면 15일, 늦어도 17일 전에는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그동안 삼성바이오 관련 구속자들은 여럿 있었지만, 이번 김태한 대표의 구속영장은 의미가 남다르다는 게 법조계 중론으로 ‘분수령’이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증거인멸 지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한 대표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이 청구 방침을 확정했다. 지난 5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는 김태한 대표. 사진=임준선 기자


이는 김태한 대표의 혐의를 보면 알 수 있다. 검찰이 김태한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이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변경해 분식회계를 하고 이를 통해 허위 재무제표로 회사 가치를 부풀려 금융권에서 수조 원대의 대출을 받았으며, 과대평가된 가치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했다는 의혹이다.

 

그간 구속자가 잇따랐던 ‘증거 인멸’이 아니라 분식회계에 대한 범죄 가담 혐의다. 삼성바이오 수사가 이재용 부회장 턱밑까지 올라온 셈이다. 분식회계 의혹은 당초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 사건을 수사 의뢰했던 본류에 해당해 삼성 내부에선 영장 발부 가능성을 점치느라 여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태한 대표를 지난 5일 재소환해 조사한 후 10일과 11일까지 연속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회계를 담당했던 딜로이트안진 담당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삼성이 요구한 합병비율에 맞추기 위해 제일모직의 가치는 높이고 삼성물산 가치는 낮추는 식으로 보고서 내용을 조작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검찰은 합병비율 적정성 평가·검토 보고서를 작성했던 안진 소속 회계사들 중 일부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김태한 대표 영장 청구는 이재용 부회장 소환을 결정지을 핵심 과정이기에 분수령이라는 평이 나온다. 삼성바이오 수사 관련, 검찰은 그동안 증거인멸 혐의로 이 아무개 삼성전자 부사장을 구속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지만 분식회계 관련해서는 임원들 중 구속영장 발부 케이스가 없었다.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 삼성바이오 수사의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을 마치고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딜로이트안진은 의뢰 기업에 피해가 가도록 보고서를 쓴 것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하락하도록 유도했고, 이는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유리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며 “안진 소속 회계사들에게 합병 비율을 조작하도록 요구한 주체가 삼성그룹의 옛 미래전략실이라는 점에서, 결국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목적이었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식회계 관련 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재용 부회장 소환은 불가피해 보인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이뤄진 회계 결정에 대해 법원이 ‘분식 회계에 해당한다’는 1차적인 판단을 내려준 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되레 영장이 기각될 경우 성과를 낸 증거인멸 혐의 외에 본류 수사(분식회계)는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검찰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김태한 대표 영장은 11~12일쯤 청구될 가능성이 높았으나, 윤석열 지검장 청문회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이 바쁘다보니 미뤄진 것으로 안다”면서도 “분식회계 관련 중요한 영장 단계이기에 검찰도 매우 촘촘하게 자료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한국 기업들을 대변하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반도체 시장 우려가 이 부회장의 소환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제에 부담이 되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김태한 대표 영장이 발부되더라도 수사 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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