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최근 일부 코스닥 상장사 주가가 급등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 제약·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사업 목적에 새로 추가한 회사들이어서, 조직적 작전 세력이 붙은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부른다.
12일 코스닥 시장 상장사 M 사는 주가가 6.2% 오른 805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오전 장 개장 직전 여의도 증권가에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률안(첨생법)’ 수혜주라며 강력 매수를 추천하는 문자가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졌다.
M 사는 2015년 바이오기업 C 사에 인수된 회사다. M 사 대표인 S 씨는 여의도 증권가의 큰손으로 통한다. 지난해 4월 자신의 지분 전량을 매도하기 전까지 C 사의 최대주주이기도 했다.
S 씨는 C 사 지분을 매도한 시점은 C 사 주가가 1만 2000원대로 급등한 뒤로, 당시 증권가에서는 조직적인 주가 부양 뒤 엑시트(Exit)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C 사에는 경영진에는 여전히 S 씨의 측근들이 자리 잡고 강력한 입김을 발휘하고 있다.
현재 증권가 브로커들 사이에서는 S 씨가 C 사에 여러 자회사를 만들어 M 사에 붙임으로써 추가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M 사와 C 사 모두 다년간 영업적자가 누적된 부실 회사다. 그럼에도 기업 사고팔기와 신규 사업 추진을 통해 개미들의 투자심리만 부추기는 상황이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H 사 역시 올 4~6월 증권가에서 뜨거웠던 종목이다. 바이오 시장 진출 등의 호재를 띄워 주가를 7000원대까지 끌어올렸다가 현재 3425원까지 급락한 상태다. H 사도 지난해 12월 대표이사를 교체하고 바이오·소프트웨어·플라스틱 산업에 진출을 선언했다. 호재만 보고 H 사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적잖게 물린 상태다.
제조업체 S 사도 5월 대표이사 교체와 더불어 기존 사업과는 전혀 다른 K뷰티·인공지능(AI)·엔터테인먼트 등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4월 5000원대에서 6월 3만 6650원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H 사, S 사 모두 만년 적자기업이라는 점이다. 경영권 교체와 신규 사업 진출만으로 주가 시세 차익을 노리는 걸로 보인다.
최근 주식시장 세력들은 인수·합병(M&A)를 통해 기업을 직접 매입함으로써 호재를 직접 생산해 주가를 부양한다는 게 증권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감독당국과 거래소에 의해 통정매매 등 부정거래가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수급보다는 재료에 의한 주가 부양이 주된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약·바이오·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업종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라, 이 분야로 진출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M&A와 경영진 교체, 신규 사업 목적 추가를 ‘작전’의 신호로 풀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증권가 브로커는 “기존에 하던 사업은 기업의 주가 부양에 큰 도움이 안 된다.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는 사업을 테마로 추가해야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사업 진출, 연구 활동 및 결과, 해외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 등 층위별로 기대감을 부풀리는 것도 주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작전주가 기승을 부리며 투자자 피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기관은 일반적으로 시가총액 1000억 원 미만의 중소·중견 기업 투자는 제한된다. 이 때문에 작전이 벌어지는 테마형 중소형 기업은 99% 개인투자자들에 의해 거래가 일어난다. 세력에 의해 주가가 오른다고 개인들이 추격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을 입기 십상이다.
증권회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사업 목적에 바이오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주가가 4~5배 급등하는 등 비정상적 테마 투자 열풍이 일었다”며 “기업 M&A를 통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세력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가가 장기 정체돼 있거나 시가총액이 작은 회사들이 M&A가 벌어지면 우선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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