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 주주총회 효력정지 가처분’ 법정 공방에서 자격 미달인 한영석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의장을 맡아 주주총회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대중공업은 대외적으론 한영석·가삼현 공동대표 체제지만 법적으론 가삼현 단독대표 제체이기 때문에, 주주총회 의장 자격은 가삼현 대표이사만 가진다. 현대중공업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주주총회 의장 자격을 가지며, 대표이사가 유고 상황에 처했을 때만 의장 자격을 사내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하지만 가삼현 대표이사는 주주총회가 열린 5월 31일 당초 개최될 예정인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인근 카페에서 검사인(법원이 선임한 주총 임시 감사)과 함께 있었던 사실이 새롭게 밝혀졌다. 가삼현 대표는 오전 10시 20분경 검사인과 상의한 뒤 주주총회 장소를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했지만 직접 가진 않았다. 가삼현 대표와 함께 있던 검사인은 변경된 주주총회 개회 시각 6분 전인 오전 11시 4분경 울산대학교 체육관에 도착했다.
박근태 현대중공업 노조지부장 등 694명의 법률대리인은 “현대중공업 정관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유고 시 의장 자격을 사내이사에게 위임할 수 있다. 가삼현 대표와 함께 있었던 검사인이 제시간에 울산대학교 체육관에 도착한 점을 미뤄봤을 때 가삼현 대표가 오지 못하는 유고 상황이었다고 볼 수 없다. 분명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가삼현 대표이사가 변경된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대학교로 이동했을 경우 더 큰 폭력사태가 유발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이를 유고 상황으로 판단해 등기상 사내이사인 한영석 대표에게 의장직을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5월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합병하기 위해 회사를 물적분할했다. 분할존속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이 중간지주사로 승격해 분할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을 자회사로 거느리는 구조다. 그룹 오너 일가인 현대중공업그룹 총수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총 30.9% 지분을 가진 현대중공업지주가 최상위에 위치한다.
당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중 노조)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승계를 위한 꼼수로 규정했다. 현중 노조는 결국 울산은 고용과 발전 없는 생산 기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난 5월 27일부터 한마음회관을 점거한 뒤 주주총회 저지를 시도했다. 주주총회는 진통 끝에 성사됐지만 이 과정에서 사측이 고용한 용역이 노조원에게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사측은 주주총회 당일 오전 10시 30분 변경된 주주총회 장소과 시간을 한마음회관에서 주주총회를 저지하던 노조원들에게 확성기와 플래카드, A4 용지에 작성된 유인물로 알렸다. 노조원 다수는 현대중공업 개인주주다.
한마음회관에서 변경된 주주총회 장소인 울산대학교 체육관까지는 차로 40분 안팎이 소요되는 거리다. 당시 교통 체증을 감안한다면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신호를 무시하고 달린 현중 노조원들만이 변경된 개회 시각인 11시 10분경 울산대학교 정문을 통과했다. 그러나 사측에서 고용한 용역이 주주총회 장소에 진입하려는 노조원들을 막으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그 사이 한영석 사내이사의 사회로 주주총회는 3분 30초 만에 끝났다.
박근태 지부장 등 개인주주 694명은 주주총회 장소와 시간이 갑자기 바뀌어 참석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했고, 바뀐 주주총회 장소에 도착해서도 참석권을 침해받았다며 주주총회 결의 무효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 측 대리인은 “당시 장소 변경 공지가 촉박하게 이뤄졌다. 오토바이를 탄 노조원들이 곡예 운전을 해서 현장에 겨우 도착했지만 사측이 고용한 용역들이 출입을 차단했다”며 “회사는 노조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부족했고, 주총장에서 토론까지 생략하는 등 절차적 하자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대다수 주주가 분할 찬성 의견으로 절대적인 양의 주식을 위임한 상황이었다. 노조는 주총 자체를 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며 “회사는 주총을 원만히 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노조의 방해로 불가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장소와 시간을 바꾼 것이다. 절차적 하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형균 현중 노조 정책실장은 “현대중공업 주주총회의 절차상 문제와 내용상 문제가 심리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재판부가 잘 판단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 신문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이승련 수석부장판사)는 2주간 양측에서 소명 자료를 추가로 받아본 뒤 어느 쪽이 타당한지 결정하기로 했다.
박현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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