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일 한미약품은 파트너사 얀센이 비만·당뇨 치료제 권리를 반환했다고 공시했다. 얀센에서 진행해 완료된 임상2상 시험에서 당뇨가 동반된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이 내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다. 같은 날 제29호 국산 신약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가 최종 품목허가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6월에는 에이치엘비의 위암 치료제 신약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3상에 사실상 실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약 개발은 제약사들에게는 회사의 명운을 건 도전이다. 환자는 넘치는데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시장을 공략하거나 기존에 나온 약보다 효능이 획기적인 약을 만든다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실패하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날리게 된다.
신약 개발이 성공할 확률은 원래 낮은 편이다. 성공 사례가 대서특필돼서 그렇지, 실패 사례가 대단히 많다. 신약 확보가 국가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만큼 정부가 신약 개발 육성 정책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5월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혁신 신약과 의료기기를 위한 연구개발(R&D)에 2025년까지 연간 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의약품, 의료기기 등 제조업과 의료, 건강관리 서비스업을 총칭하는 용어다. 이날 정부는 바이오헬스 산업을 비메모리 반도체, 미래형 자동차와 함께 우리나라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다. 100만 명 규모의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약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신약 개발 기간을 줄이는 게 골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의 방향성에 공감하면서도 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렇게 해야 국내 제약사들이 획기적인 신약 개발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고위험 고수익)’ 산업으로 꼽힌다. 평균적으로 15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몹시 어려운 분야다. 실제로 5000~1만 개의 후보물질 중 최종 신약승인을 통과하는 약물은 단 한 개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상시험 전 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보통 신약을 개발할 때 임상시험을 통과하는 것만큼 초기에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과정 또한 그만큼 중요한데 의외로 이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 따라 향후 몇 년 동안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한다고 할지라도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약하기 때문에 시도조차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신약 개발 전문가는 “임상시험은 임상시험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는 과학이다. 새로운 치료 방법이나 물질을 사람에게 어떻게 응용할지를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의과학 연구 인력을 선발하고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초기 임상시험 설계가 미흡하고 임상전담팀도 따로 없다. 약학대학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차원으로는 부족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잖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R&D 투자 대비 정부 지원이) 벨기에는 40%, 미국은 37%지만 한국은 8%다”며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세제 지원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간 긴밀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앞서의 신약 개발 전문가는 “지금은 신약 개발 업무를 하는 부서인 과기부·복지부·산업부가 다 따로 움직이는 모양새”라며 “관계부처가 합동해서 신약 개발 육성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 과기부는 기술 연구를 지원, 복지부는 약가 제도, 산업부는 신약 개발 관련 임상 지원 업무를 각각 수행한다.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낮다. 그래서 실패 사례가 나오는 것”이라며 “국내의 다양한 규제가 점차 해소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R&D 세제 지원 규모가 작거나 인력이 없어 기반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약산업 육성책을 펴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딱히 다른 점은 없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명선 기자
line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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