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어떤 글로벌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직원들이 실적에 따라 봉급을 지급한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해도 실적이 없으면 기본급 없이 단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실적제’다. 평소 직원들은 기업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일하지만, 회사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을 어길 경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직원 동의 없는 해고가 가능하다. 게다가 해고 통보 시점까지 쌓인 실적에 따른 봉급 역시 지급이 중단된다.
노동 유연화를 외치는 경영자에게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기업이 있을까.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와 유튜버의 관계가 그렇다. 물론 이러한 비유가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유튜버는 유튜브를 서비스하는 구글에 정식으로 고용된 직원이 아니며, 플랫폼 특성상 수익을 분배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파트너 관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튜브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커지면서 본업을 포기하고 전업 유튜버로 나서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에게 유튜브의 수익창출 중단 조치는 청천벽력 같은 해고 통보나 다름이 없다.
# “수익창출 중단 조치로 당장 월세 내기도 힘들다”
우주를 소재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버 A 씨는 지난 7월 5일 유튜브로부터 수익창출 중단 통보를 받았다. 그는 우주와 관련된 각종 영상과 이미지에 본인의 목소리를 입혀 영상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구독자가 25만 명에 달할 정도로 나름 인기가 있었다.
유튜브 측에서 알려온 수익창출 중단 이유는 ‘독창적인 해설이나 교육적 가치를 제공하지 않은 채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재활용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본인임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구입한 영상 소스라도 최소한의 편집을 거쳐야 하며, 다른 사람들과 같은 주제의 영상을 올리지 말 것을 권고했다.
A 씨는 지금까지 올린 모든 영상을 스스로 삭제하고 새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수익창출 중단 조치는 개별 영상이 아니라 채널 전체에 적용된다. 결국 수익창출 재허가를 받기 위해서 과거 영상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특성상 과거에 올린 영상이라고 하더라도 시청자에게 알고리즘에 의해 꾸준하게 추천되며, 영상 개수와 구독자가 일정 수준 이상 동시에 쌓여야 의미 있는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수익창출 중단을 당한 유튜버는 구독자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영상 제작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셈이다. 수익창출 중단 조치가 직장에서 해고당하는 것보다 더 타격이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익창출 중단 조치를 당한 유튜버 A 씨는 영상을 통해 “당장 다음 달부터 월세를 낼 수가 없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도 미뤄야 한다”며 “내 영상을 통해 이익을 본 유튜브가 왜 나의 작은 수익마저 가져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 유튜버 되기 전에 약관 및 가이드라인 꼼꼼하게 확인해야
현재 구글은 유튜브 광고로 인한 순수익의 55%를 영상 제작자에게 지급한다. 여기서 순수익이란 광고비에서 유튜브가 시청자들에게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들어가는 각종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수익을 말한다. 그럼에도 매월 조회 수가 수백만 회를 기록하는 인기 유튜버의 경우에는 대기업 임원 부럽지 않은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너도나도 유튜버가 되겠다고 뛰어드는 게 이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수익창출 중단 조치를 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사례별로 매우 세세하게 규정하기 때문에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 크게 보면 폭력, 차별, 자살, 약물, 성적인 묘사 등 사회적 상식에 반하는 콘텐츠를 반복해서 게재하는 경우와 자신이 올린 영상의 광고를 직접 클릭하는 등의 부정행위, 그리고 저작권 혹은 명의도용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로 구분된다. 이 같은 내용을 숙지하기 위해서는 유튜브 서비스 약관 이외에도 유튜브 파트너 프로그램 가이드라인, 광고주 친화적인 콘텐츠 가이드라인, 유튜브 스팸정책, 애드센스 프로그램 정책 등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약관을 미리 숙지하지 않고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경우 수익창출 중단 조치를 받게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사 콘텐츠를 주로 다루는 유튜버 B 씨는 자신의 아이디로 로그인한 상태에서 자신의 영상을 리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청하면서 광고를 몇 번 눌렀다가 30일 수익창출 정지 조치를 받았다.
저작권 역시 마찬가지. 최근 유튜브에는 단순 조회 수를 노리고 각종 언론 기사나 연구발표를 그대로 가져와 짜깁기해서 영상으로 만든 다음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올리는 채널이 넘쳐난다. 음악이나 영상 같은 경우에는 유튜브에서 만든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적발하기 때문에 수익 창출이 쉽지 않지만, 이러한 텍스트-더빙 표절 짜깁기 경우에는 저작권자나 다른 누군가가 직접 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이렇다 할 제재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유튜브는 자체 알고리즘과 신고에 의해 약관 및 가이드라인 침해 여부를 가려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모든 영상이 정확하게 제재를 받지는 않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몇 달 혹은 1년 이상 이러한 위반 사실을 모르거나 알고도 무시했다가 수익창출 제재를 받게 될 경우 지금까지 공들여 키운 유튜브 채널을 한순간에 잃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 구글, 6월부터 가이드라인 더욱 엄격하게 적용
구글은 지난 3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 명령을 받았다. 이에 따라 수정된 약관이 6월 14일 공지됐다. 변경된 약관에는 유튜브에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을 구글이 자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을 유튜브의 운영, 홍보 및 개선 목적으로만 쓰도록 한정했으며, 동영상을 삭제하거나 유튜버 계정을 해지할 때는 그 사실을 지체 없이 통보하도록 했다. 이 밖에 콘텐츠 삭제 및 계정 해지 요건을 더 명확하게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구글은 약관 변경 이후 유튜브에서 각종 가이드라인 적용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글 관계자는 “6월에는 증오성 콘텐츠에 관한 정책을 강화했고, 정책을 위반하는 영상을 삭제하는 것뿐 아니라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가 추천 동영상에 나타나는 것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업데이트했다”고 밝혔다.
또한 구글은 수익창출 중단 시점에서 그동안 쌓인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도 “중단되기 전 마지막 달의 수익까지 지급되며 미지급 수익의 경우에는 채널이 다시 수익화가 가능해진 이후 송금 주기에 따라 지급된다”고 밝혔다. 즉, 수익창출 재승인이 나면 미지급 수익을 받을 수 있지만, 재승인이 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부분 유튜버들은 한번 수익창출 중단이 된 채널이 재승인을 받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어떤 이유에서든 한번 중단되면 30일이 지나야 다시 재승인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그다음 구글 측이 알려온 위반 사유에 따라 모든 동영상을 수정 또는 삭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재승인 신청을 하면 유튜브 검토팀이 다시 꼼꼼하게 살펴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 과정 역시 최대 한 달 정도 걸린다.
수익창출 중단 조치를 당한 복수의 유튜버들에 따르면 구글은 어떤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는지만을 알려줄 뿐, 영상의 어느 부분이 무엇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세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는다. 재승인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게임 전문 유튜버 C 씨는 “경험상 한 달이 넘는 재승인 기간까지 감안하면 일단 영상을 전부 삭제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그간 쌓은 콘텐츠가 아깝기는 하지만 영상을 기다리는 구독자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봉성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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