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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토 드 뮤지끄] 라이언클레드와 라뚜셩트의 알싸한 실험

다른 음악에서는 듣기 드문 소리 샘플링…시각적 쾌감 주는 라이브 퍼포먼스

2019.07.09(Tue) 13:32:08

[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라이언클레드 1집 재킷 사진.


가사는 음악가의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확실하게, 듣는 사람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전달하는 수단이다. 그리고 너무 확실하고 가까워서 번거롭기도 하다. 세상을 부수는 강력한 노래인 줄로만 알았는데 가사를 들어보니 말랑한 사랑 노래였을 때의 허탈감.

 

도시는 사람이 많기에 그만큼 사람에게 시달릴 일도 많다. 음악 안에서 가사는 청자에게 이것이 인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준다. 그저 비트와 선율 위에 몸을 동동 띄워 놓고 음악을 듣고 싶은데 인간 따위는 좀 잊고 쉬고 싶은데 내 귀를 잡아당기며 자꾸 이야기를 건넨다. 사랑이야. 평화야. 고통이야. 이별이야. 너 자신을 사랑해. 세상은 아름답다고!​ 

 

LIONCLAD – Sumalley

 

영상 속에서 엠피디(MPD)를 부지런히 두드리는 손은 라이언클레드(LIONCLAD)의 손이다. 라이언클레드는 힙합 프로듀서이자 비트메이커인데, ‘그게 누구야?’라는 질문에 대한 빠르고 손쉬운 대답이 늘 그렇듯 저 두 단어가 라이언클레드를 충분히 설명하지는 못한다. 라이언클레드는 더 넓고 특별하다. 

 

재키와이 – Munch Drunk Purpp

 

가토 드 뮤지끄 17편(관련기사 위크엔드 케이크 같은 '재키와이'와 또 한번의 1월 1일을)에서 소개했던 재키와이 옆에서 엠피시(MPC)를 연주하는 사람이 바로 라이언클레드다. MPC는 음악이나 소리를 저장, 이를 활용하여 연주하는 샘플러(sampler)다. MPD는 컴퓨터를 연결하면 MPC처럼 활용할 수 있는 마스터키보드다. 

 

라이언클레드는 이 MPC(또는 MPD)를 활용하여 라이브 퍼포먼스를 한다. 마치 세상에 MPC와 라이언클레드, 단 둘이 존재하는 듯 몰입한다.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패드를 눌러 비트를 만든다. 어두운 조명 아래 홀로 서서 타자를 치듯 비트를 찍는 모습은 밴드의 라이브나 스크래치를 하는 DJ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시각적 쾌감을 준다. 

 

20190528 RoyalLife Lionclad LiveSet

 

보통 악기 소리나 음악을 샘플링하여 샘플러로 연주한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샘플러는 녹음만 가능하다면 소리를 가리지 않는다. 콜라병을 따는 소리나 전자레인지로 수란을 만드는 법에 관해 설명하는 나의 목소리도 샘플이 될 수 있다. 라이언클레드는 샘플러의 이런 특징을 활용해서 연주곡에서 실험음악까지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다. 

 

쁘띠가토를 개발하는 과정도 비슷하다. 샹티 크림, 커스터드 크림, 버터 크림, 무스 크림, 초콜릿, 바닐라, 사블레, 슈, 푀이따주, 제누아즈, 콩포트 등을 샘플링, 변형하고 조합하여 쁘띠가토를 만든다. 같은 악기를 샘플링해도 다 다른 음악이 나오듯 같은 재료가 적힌 가토들도 다 다른 맛을 낸다. 

 

라이언클레드가 다른 음악에서는 듣기 드문 소리를 샘플링해서 썼듯 라뚜셩트(La Touchante)의 체리 비주(bijoux cerise)에도 다른 가토에서는 보기 드문 재료가 하나 들어갔다. 바로 흑후추다. 우리가 보통 파스타와 스테이크와 수프 위에 차각차각 뿌리는 그것. 

 

라뚜셩트의 체리 비주. 사진=이덕 제공

 

부드러운 크림과 새콤달콤한 체리 맛, 그리고 묵직한 초코까지. 여기까진 익숙하고 안정적인 체리 가토의 맛이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서 알싸한 후추가 은근하게 빼꼼 고개를 내민다. 예상치 못한 녀석의 등장에 체리 비주는 재밌는 가토가 된다. 라뚜셩트의 가토가 맛있는 것은 당연하다. 기본이다. 거기에 더해 체리 비주는 즐거움까지 준다. 후추를 섭외하다니. 

 

멋있고, 개성 있고, 잘하고, 표현영역의 제한마저 없다면 ○○사이버대학을 나온 것처럼 찾는 사람이 많아진다. 내가 현악기를 연주한다면, 관악기를 연주한다면 라이언클레드와 함께 무대에 서고 싶을 것이다.​ 

 

LIONCLAD, Kim Oki – MASS (Live in Terrace)

 

라이언클레드의 1집은 3년 전에 나왔다. 지금부터 간절한 마음으로 2집을 기다린다. 분명 엄청난 음악이 나올 것이고, 그것을 들으며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를 것이다. 후추가 들어간 가토를 발견했을 때처럼.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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