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부 고급 수입차에는 ‘나이트비전’이라는 옵션이 있다. 이 옵션을 선택하면 야간에 자동차 앞쪽을 훤히 볼 수 있다. 열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방식으로 빛이 전혀 없는 곳에서도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주로 군사용으로 쓰이던 기술인데 자동차로 이식됐다. 실제 차량에 설치된 나이트비전을 본 적이 있는데 쓰임새는 둘째 치고 정말 신기했다. 어두운 곳을 식별할 수 있어 마치 배트카를 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부 고급차에만 적용된 기술이고 특히 국산차에는 적용된 모델이 내가 알기로는 없다. 만약 야간 운전이 힘들다면 이 기능 때문에 수입차를 사야 한다. 그러나 옵션 가격만 해도 200만~300만 원이 넘는다. 그 가격이라면 차라리 적외선 스코프를 사서 머리에 쓰고 운전하는 편이 합리적일 정도다.
일반 차량을 위한 애프터마켓용 나이트비전이 국내 출시됐다. 제품명은 ‘란모도 나이트비전’이다. 란모도 나이트비전은 8.2인치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야간용 모니터다. 언뜻 보기에는 내비게이션 같이 생겼다. 그런데 앞쪽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 이 렌즈를 통해 야간의 어두운 영상을 밝게 비춘다.
일반 나이트비전과 다른 점은 컬러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일반 나이트비전이 열적외선 센서를 이용하는 수동형 방식이라서 색상을 구분하지 못하고 흑백으로만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반면 란모도 나이트비전은 근적외선광을 발사해 물체로부터 반사된 빛을 재생하는 능동형 방식이다. 소니 MCCD 포토센서티비 칩을 사용해 컬러로 재생이 된다. 퀄리티는 상당히 수준급이다. 수동형 방식과 비교해도 물체 식별 능력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굳이 수동형을 쓸 필요가 없다. 게다가 컬러가 아닌가! 그리고 옵션에서 흑백으로도 바꿀 수 있다.
설치는 쉬운 편이다. 논슬립 패드를 깔고 그 위에 꽂으면 된다. 크기가 높지 않고 옆으로 길어서 시야를 크게 가로막지 않는 것도 맘에 든다. 옵션에 따라 후방카메라와 연동이 가능하고 OBD와 바로 연결해 시거잭 대신에 차량 내부 전원공급 방식으로 사용도 가능하다.
다만 버튼이 꽤 많은데 별로 효율적인 구성은 아니다. 5개면 충분한 버튼을 쓸데없이 늘려 놓았다. 그리고 터치스크린이 아니다. 요즘은 터치스크린이 아닌 제품을 보면 오히려 신기해 보인다. 버튼을 통해 화면 밝기는 조절이 가능하다.
실제 영상은 어떨까? 깜짝 놀랄 정도로 색재현성이 좋고 가시거리가 길다. 빛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아주 밝게 앞쪽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제품은 가로등이 거의 없는 시골이나 골목길 같은 곳에서만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한국 자동차에 이런 옵션이 없는 이유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도시화가 잘 되어 대부분의 도로가 잘 포장돼 있고 가로등도 잘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나이트비전이 국내보다는 미국, 유럽 등지에서 먼저 발달한 이유다.
그런데 직접 사용해보니 의외로 쓸 만한 부분이 있다.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거리의 중앙선이나 차선이 잘 보이지 않아 자칫 사고가 나기 쉽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물에 빛이 반사되면서 차선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트비전을 통해 보면 차선이 선명하게 보인다. 비 오는 날에는 정말 유용했다.
매일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차량 옵션으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제품이다. 적어도 컵홀더에 불이 들어오거나 차량용 냉·온장고보다는 더 필요한 옵션이다. 야간 운전에 어려움을 겪거나 밤눈이 어두운 이들에게는 유용한 제품이다. 다만 실제 현실과 비교하면 렌즈왜곡이 있다. 광각계열이기 때문에 실제보다 멀리 있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나이트비전만 보며 운전을 하면 위험하다.
란모도 나이트비전은 기존 운전자들에게는 좀 생소한 개념의 제품이다. 그리고 꼭 필요한 제품도 아니다. 따라서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처럼 자동차 필수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안전에는 도움이 되는 것이 확실하다. 밤길 운전에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들에게는 광명과 같은 제품이 될 것이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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