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3월 항공 면허를 발급받은 신생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의 내부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이사회가 지난 6월 19일 1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한 것을 두고 김영규 에어프레미아 감사가 지난 3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내부 반발에도 불구하고 에어프레미아 이사회는 지난 4일 신주 배정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주금납입일은 오는 25일로, 법원이 주금납입 이전에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일시 중단된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20일 국토교통부에 대표자 변경으로 인한 변경면허를 신청했다. 이를 국토부가 승인할지도 불투명하다. 신생 항공사 입장에서 존폐가 달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내부 잡음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비즈한국’이 그 속사정을 파헤쳤다.
# 편 갈린 두 날개, 에어프레미아 내부 갈등 ‘폭발’
에어프레미아 내부는 현재 크게 두 세력이 존재한다. 에어프레미아 창립자이지만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 지난 5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종철 전 대표 지지 세력과 김 전 대표에 이은 심주엽 현 대표 지지 세력으로 편이 갈렸다. 김 전 대표 측은 “이사진이 투기세력인 주주들과 결탁해 항공 전문가(김 전 대표)를 몰아내고 ‘돈 놀이’를 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심 대표 측은 “하자가 있는 김 전 대표를 그대로 둘 수가 없었고, 항공기 운항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1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두고도 두 세력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김영규 감사는 지난 3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대량 실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존 주식 가치의 절반가량인 주당 2520원에 신주를 발행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투기세력인 대주주들의 지분율을 높이려는 꼼수”라고 주장했다. 이에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주주들로부터 자본금을 확충하는 것이니 문제없다. 투기세력이라는 주장은 터무니 소리”라고 반박했다.
에어프레미아는 397만 3325주를 주당 2520원에 새로 발행할 예정이다. 기존 주식 가치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일부 대주주를 제외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김영규 감사는 “나만 해도 140만 주의 10%인 14만 주가 배정되면 3억 5000만 원을 내야하는데, 그런 돈이 있을 리 없다”며 “게다가 변경면허가 발급되지 않을 수도 있는 리스크도 있는데, 선뜻 추가 투자에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어프레미아 임직원 29명은 지분 35.52%를 나눠 갖고 있다. 에어프레미아는 자본과 경영의 분리를 목적으로 말단 직원에게까지 주식을 나누는 등 임직원 지분율이 높다. 에어프레미아 내부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임직원은 면허 발급 전까지 제대로 책정된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 상황에서 자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량 실권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현재 에어프레미아 총 주식수가 3579만 5725주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사진은 에어프레미아의 기업 가치를 약 1000억 원으로 책정한 셈이다. 김영규 감사는 이를 두고 이사진이 특정 주주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터무니없이 낮게 측정했다고 주장한다.
김영규 감사는 “유력한 투자사와 기업 가치를 2000억 원 으로 두고 투자를 논의했고, 1855억 원 기업 가치로 투자의향서를 받기도 했다. 실제 투자의향서에 나온 주식 가치도 5000원 정도”라며 “왜 대량 실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식 가치를 절반으로 낮춰 신주 발행하는지 뻔하다. 결국 특정 세력이 적은 비용으로 지분율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꼬집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가치를 낮춰 주식을 발하는 것은 실권만 생기지 않으면 주주들 간의 지분율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용인되기도 한다”면서도 “일반적으로 실권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유상증자는 실패라고 본다. 때문에 이번 에어프레미아의 유상증자는 꺼림칙한 점이 있다. 면허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의 유상증자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증자가 이뤄지지도 않았고, 주주들에게 100% 다 물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실권이 발생한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말단 직원들은 면허를 발급 받은 뒤 ‘보너스’ 명목으로 받은 돈도 있고, 주변 주주들에게 물어봤을 땐 다들 돈을 낸다는 분위기”라고 반박했다.
# 김종철 전 대표 지분 낮추기 의한 의도 해석도
현재 기준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는 16.71%를 확보한 세심(옛 서울리거코스메틱스)이다. 세심의 창립자는 홍성범 서울리거 회장. 홍 회장은 보톡스 시약을 개발한 휴젤의 공동창립자로 경영권 분쟁 끝에 지난해 1월 엑싯(Exit)해 2500억 원의 시세 차익을 챙겼다. 심주엽 대표와는 휴젤 때부터 ‘사업 동반자’로 알려져 있다.
반면 김종철 전 대표는 5.87%를 보유해 개인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사실 지분 16% 정도로 시작했다. 액면분할 등 숫자놀음으로 지금 갖고 있는 지분은 6% 정도”라며 “지금 상황이라면 유상증자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 변경면허 발급을 두고 “면허 발급 한 달도 되지 않아 대표를 변경한다는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바뀐 건 대표밖에 없고, 사업계획을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 (변경면허 발급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답했다.
한편 에어프레미아의 내부 갈등은 평소 멘토와 멘티 관계로 알려진 투자자들의 사이를 갈라놓기도 했다. 에어프레미아 발기인 7명 중 한 명인 김철환 카이트창업가재단 이사장과 에어프레미아 초기 주요 투자자이자 사내이사인 박지웅 패스트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야기다. 심 대표 측에 선 것으로 알려진 박 대표는 평소 김 이사장을 멘토로 여기고 따랐으나, 에어프레미아 내부에선 멘토와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철환 이사장은 지난 3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국토부는 대표자를 중요시하고 면허를 발급해준다. 대표자가 변경되면 면허 발급에 상당한 어려움이 생긴다. 이를 두고 박지웅 대표와 이견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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