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날 9시부터 기다렸어요. 성수점에선 네 번째였는데 삼청점에선 1호 손님이 되고 싶어요.” 대기열 맨 앞에선 강 아무개 씨(20)가 삼청동 블루보틀 매장에 들어가기 직전 이렇게 말하며 미소 지었다.
블루보틀이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복궁 인근에 우리나라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1호 매장 성수점을 오픈한 지 두 달 만이다. 이날 개점 시간인 오전 10시까지 매장 앞에 80여 명이 줄을 섰다. 오전 10시 기준 삼청동 일대 기온은 28.4℃. 같은 시각, 서울 등 중부지방엔 올해 들어 첫 폭염경보가 발효됐다.
블루보틀 직원은 줄 선 손님에게 시루떡과 물을 나눠줬다. 삼청점 첫 번째 손님인 강 씨에게는 블루보틀 굿즈인 토트백과 배지도 줬다.
국내 두 번째 블루보틀 매장인 삼청점엔 1호 매장 성수점과 다른 매력이 있을까. 블루보틀 삼청점의 가장 큰 매력은 ‘입지’다. 매장 북쪽엔 북악산과 북촌 한옥마을, 서쪽엔 경복궁, 남쪽에는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이 자리한다.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다.
블루보틀 성수점에 이어 삼청동 매장 설계를 맡은 일본 스케마타 아키텍트의 건축가 조 나가사카는 이런 지리적 이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매장을 둘러싼 한옥의 기와지붕과 국립현대미술관, 북악산이 보이도록 전층에 통유리창을 냈다. 3층에는 야외 테라스도 만들었다.
규모는 성수점의 3분의 1 정도다.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연면적 356.18㎡) 규모의 삼청동 매장 각 층 면적은 100㎡(30.25평) 남짓.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 지하층(617.45㎡, 186.78평)과 1층(438.84㎡, 132.75평)에 자리한 성수점 매장 면적은 총 1056.29㎡(319.53평)다.
삼청점 매장 1층은 음료와 블루보틀 굿즈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 2층엔 코르크 소재 테이블과 의자가 놓인 모임 공간, 3층에는 사이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커피 바(bar)가 조성됐다. 지하층은 사무공간으로 활용된다. 성수점과 달리 원두를 볶는 로스터리나 교육 및 시음회가 가능한 ‘트레이닝랩’ 공간은 없다. 삼청점 커피에 사용되는 원두는 성수점 로스터리에서 공급한다. 성수점 로스터리는 블루보틀이 운영하는 전 세계 4개 로스터리 중 하나다.
외관은 빨간 벽돌 대신 블루보틀 특유의 하얀 페인트를, 내부는 콘크리트 대신 벽돌과 독특한 색의 마감재를 썼다. 이날 블루보틀 삼청점을 찾은 건축가 조 나가사카는 “삼청점 4개 공간 특성에 맞게 각 층의 디자인을 고안했다. 특히 전망이 좋은 2층과 3층에는 창을 내고, 풍경에 맞는 색과 마감재를 내부에 사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심해 고른 마감재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색칠하지 않은 벽돌”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삼청점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사이펀 커피다. 사이펀은 아래위로 연결된 두 개의 플라스크를 말한다. 사이펀 아래쪽 플라스크에 물을, 위쪽 플라스크에 커피 가루를 주입한 뒤 하단을 끓이면 압력으로 물이 위쪽 플라스크로 이동해 커피를 우려낸다. 구수한 맛과 시각적인 효과가 뛰어난 추출 방식으로 알려졌다. 사이펀 커피는 삼청점 3층 커피 바에서 1만 1500원에 판매된다. 나머지 메뉴와 가격은 성수점과 같다.
이 밖에 블루보틀은 한옥 기와에서 영감을 받은 토트백과 도예가 이정은과 협업해 만든 머그잔 등 한국에서만 판매하는 굿즈를 삼청점에 최초로 선보였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CEO)는 “삼청동은 전통과 역사, 장인정신이 깃든 곳이다. 이곳의 일원이 될 수 있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삼청동이 가진 특징이 블루보틀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에 정성을 들이고, 주변과 조화를 통해서 맛있는 커피를 제공하려는 철학이 삼청동과 잘 어우러지리라 생각한다. 삼청동이 발전할 수 있도록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내겠다”고 밝혔다.
앞서의 삼청점 첫 번째 손님인 강 씨는 “블루보틀 성수점은 외부 빨간 벽돌과 직원들의 친절함이 인상 깊었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이곳을 다시 찾게 됐다. 삼청점은 하얀 건물이라 햇살이 들 때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성수점 직원이 추천해줬던 뉴올리언스와 싱글드립 콜롬비아 커피를 마실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삼청점에서 음료를 마시고 나온 임정구 씨(38)는 “대표 메뉴인 뉴올리언스와 스콘(빵)을 사먹었다. 커피 맛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3층에서 바라본 북악산 경치가 참 좋았다. 2층에서 3층을 올라갈 때 보이는 한옥 기와 풍경도 훌륭했다”고 평가했다.
블루보틀 2호점인 삼청점 오픈일에는 1호점인 성수점만큼 줄을 설 필요는 없었다. 취재팀이 도착한 지 한 시간이 지나자 외부에 줄 선 인원은 절반가량 줄었다. 1호점도 지금은 언제 가든 줄을 서지 않아도 될 정도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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