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보고서에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2분기 경제 관련 행보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올해 1분기에 중소벤처 중심으로 경제 행보를 가졌다.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1월 7일), 혁신벤처기업인 간담회(2월 7일), 제2 벤처 붐 확산 전략보고회(3월 6일)가 대표적이다. 문 대통령의 행보는 2분기 들어 방향이 다소 달라졌다. 우리나라의 전통산업인 제조업을 격려하는 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경제계는 문 대통령 행보에 주목했다. 문 대통령은 4월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했고, 6월 19일에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과 함께 제조혁신 기업(동양 피스톤)을 현장 방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에서 “제조업 부흥이 곧 경제부흥”이라며 “제조업 4강과 함께 국민 소득 4만 달러를 열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의 투자가 필요한 제조업 4강 시대를 언급한 것은 최근 악화된 경제 지표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의 도움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고 본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표 제조업인 자동차와 조선업에 이어 반도체까지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생산과 투자가 추락 중이다. 5월 전산업생산(-0.5%)과 광공업생산(-1.7%), 설비투자(-8.2%)는 모두 전월 대비 하락했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능력지수가 5월 101.4로 10개월 연속 전년 대비 감소했다. 1971년 이후 최장 감소세다. 제조업의 출하 대비 재고 비율도 118.5로,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내는 등 재고가 쌓이고 있다. 제조업 생산, 투자 감소는 제조업 취업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8년 4월에 전년 대비 6만 8000명 감소한 이후 올해 5월(-7만 3000명)까지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 감소는 고스란히 일자리 난으로 돌아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올 2분기 제조업 행사에 집중한 것은 이러한 악순환을 끊겠다는 의지를 공직사회에 보여주기 위한 행보였던 셈이다.
문 대통령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 덕분인지 기재부가 내놓은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도 제조업 살리기에 집중됐다.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올해 중점 추진과제로 16개를 내놓았지만 제조업과 관련한 내용은 ‘6조 원+α(알파) 기업투자 프로젝트’와 ‘주력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마련’, 두 가지에 그쳤다. 대신 서민·영세자영업자 소득증대 및 부담경감과 최저임금 결정구조 보완,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 혁신형 고용안전 모델, 재정조기집행 등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된 내용이 주였다.
하지만 3일 발표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의 ‘하반기 집중관리 10대 과제’에서는 첫 번째 과제로 ‘10조 원+α 수준의 투자 프로젝트 추진’이 들어갔다. 6개월 만에 기업투자를 4조 원 늘리겠다고 목표를 상향조정한 것이다. 기업투자 확대에 필요한 △규제 샌드박스 100건 조기 창출이 두 번째 과제로 꼽혔고, 세 번째 과제로 △제조업 업종별 전략 수립이 명시됐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제조업 수출이 어려워진 점을 감안한 △수출금융 지원 강화 △대내외 리스크 안정적 관리 등도 10대 과제에 포함됐다.
경제계 관계자는 “청와대로 자리를 옮긴 김상조 정책실장이 정책 우선순위를 일자리와 소득 증대에 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도 만나겠다고 밝힌 것 역시 제조업에 무게를 둔 문 대통령의 행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제조업이 흔들리면 수출과 투자, 일자리가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데다 최근 대외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인 만큼 청와대와 정부가 제조업 지원 정책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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