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한 달 전 어느 날 새벽, 이태원에 위치한 빵집 써니브레드(SUNNY BREAD)에 도둑이 들었다. 머핀 하나를 들고 나가 먹은 도둑은 다시 들어와 빵을 하나 더 집어갔고, 그렇게 장장 네 시간 동안 들락이며 빵과 케이크를 먹었다.
4시간 동안 케이크, 빵 먹는 도둑. 영상=Sunny Song
모두들 같은 생각을 했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도둑이 훔쳐 먹은 빵을 묻는 손님이 많아지자 써니브레드는 도둑의 픽(PICK)은 장발장 세트라며 귀엽게 알려줬다. 그리고 도둑은 소주 한 병을 마신 상태라 빵을 이렇게나 맛있게 먹은 것이니 여러분도 공정하게 소주 한 병 마실 것을 권장했다. 역시 귀엽게.
그래서 푸딩과 나는 막걸리 두 통을 마시고 써니브레드로 향했다. 매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수요일’은 아주 좋은 정책이다.
대중음악에는 많은 장르가 있다. 그 장르에 맞춰 상을 주기도 한다. 어떤 음악가는 어떤 장르의 한가운데 있다. 또 어떤 음악가는 할 수 있는 것과 가진 장비로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든다. 장르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이.
공중도둑 (Mid-Air-Thief)–왜?
공중도둑의 음악에는 탈출구가 없다. 통기타 소리에 전자음이 잔뜩 꼈다. 가사는 흐늘거린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는 녹음 과정을 거친 음색이 독특하다. 볼륨은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한다. 공중도둑이 오롯이 만들어낸 공중도둑의 음악이 마음에 닿았다면 답은 공중도둑밖에 없다. 그래서 공중도둑의 CD와 LP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공중도둑 (Mid-Air-Thief)–쇠사슬
써니브레드는 글루텐 불내증을 앓는 사장이 자신이 먹고 싶은 빵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모든 제품이 글루텐 프리다. 비건, 베지테리언, 고혈압, 유당 불내증, 아토피를 가진 사람이나 당뇨병 환자도 먹을 수 있는 빵과 케이크를 만든다. 빵과 케이크를 좋아하지만 사 먹지 못했던 사람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는 빵집이다. 그래서 여기에도 탈출구가 없다.
공중도둑 (Mid-Air-Thief)–감은 듯
공중도둑의 음악은 낯선 소리를 담고 있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별다른 거부감 없이 듣던 찰나 예상하지 못했던 변주가 다시 등장한다. 공중도둑의 음악은 그래서 재미있다. 낯설지만 난폭한 실험이 난무하지는 않고, 어딘가 익숙하지만 편안하게 눕도록 놔두진 않는다.
써니브레드의 케이크는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케이크의 외형을 충실히 구현한다. 케이크를 만들기엔 치명적인 제약 속에서 그들만의 돌파구를 찾아냈고, 덕분에 써니브레드만의 독특한 화법이 담겨 있다. 설탕이 억제된 크림은 적절한 짠맛의 활용으로 풍미를 살려낸다. 조금은 낯선 질감이지만 충분히 즐겁게 먹을 수 있는 촉촉한 케이크 시트를 만들었다. 크림과 시트에 바나나를 적극 활용한 반함바나나케이크는 비건이든 아니든, 글루텐 불내증이 있든 없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케이크다.
공중도덕–매듭
공중도둑의 1집 때 이름은 ‘공중도덕’이었다. 새로운 음악을 찾는 부지런한 사람들의 귀를 한 번에 매료한 이름이다.
하지만 부지런하든 게으르든 모두 스트리밍 서비스에 같은 요금을 지불한다. ‘도둑’이라는 단어로 힘겹게 엮어 이렇게 소개했으니 어서 플레이리스트에 나만 알고 싶지만 너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공중도둑을 추가하자. 그리고 기약 없는 공연 소식을 기다려보자.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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