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자전기(電子戰機)’는 공중에서 적의 방공체계를 교란하는 특별한 군용기다. 전자전기 사업은 우리 공군의 숙원 중 하나로, 전시작전권 전환 대비와 주변국에 대한 억제력 향상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올 초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은 전자전기 운용요구서 연구 입찰 공고를 냈다. 사실상 전자전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에 앞서 검토를 시작한 것이다. 관련 예산은 2조 원 규모로 알려진다.
이후 외부 연구기관이 과제를 수행했다. 군과 방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과제 수행 결과 후방의 안전영역에서 비행하며 적 방공망을 원거리에서 전자 방해하는 원격지원재밍(Stand-Off Jammimg) 방식에, 기종은 비즈니스 제트기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반면 국방과학연구소(국과연)는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지만 공군이 운용 중인 C-130H 수송기를 이용해 자체 개발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국과연의 이러한 제안은 처음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에도 C-130H 수송기를 개조 개발해 원격지원재밍 방식의 전자전기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수송기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공군의 반대에 부딪혔다.
원격지원재밍 방식은 미 공군의 전자전기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C-130H 수송기를 기반으로 개발된 EC-130H 컴파스 콜은 대표적인 원격지원재밍 방식의 전자전기다. EC-130H 컴파스 콜은 북핵 위기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우리나라에 잠시 전개한 바 있다.
하지만 원격지원재밍 방식은 특성상 한계도 많다는 것이 방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2003년 이라크 전 당시 EC-130H 전자전기는 험준한 산악지형이 많은 이라크 북부에서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대형 기체를 사용해 전자공격을 실시하는 원격지원재밍 방식의 전자전기는,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유사시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선 공군 조종사들은 보잉사의 EA-18G 그라울러를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부터 미 해군에서 운용 중인 EA-18G 그라울러는 함재 전투기인 F/A-18F 슈퍼호넷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자전기다. EA-18G 그라울러는 원격지원재밍 방식 외에, 적진 깊숙이 침투해 실시하는 전방지원재밍, 그리고 호위지원재밍이 모두 가능하다.
외부 기관 연구결과 원격지원재밍 방식의 비즈니스 제트기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알려진 전자전기 사업이 이제 본격화될지, 아니면 또 다른 논란의 시작이 될지 주목된다.
김대영 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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