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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는 가난해도 못 받는 '주거급여'의 역설

'30세 미만 미혼'은 부모와 동일 가구로 제외…기준 충족해도 부모가 기초생활수급자면 못 받아

2019.06.27(Thu) 11:12:30

[비즈한국] 주거급여에서 20대 청년들이 소외당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10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올 4월 기존 주거급여 신청 조건이었던 중위소득 33% 이하를 44% 이하로 완화하는 등 지원 대상을 늘렸지만 20대는 현실적으로 주거급여를 받기 힘든 것으로 드러났다.

 

취업준비생 김다현 씨(26)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주거급여를 신청하라는 내용이었다. 취업을 위해 혼자 서울에서 생활하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김 씨는 주거급여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방문했지만 “20대는 주거급여를 받기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열악한 청년 주거시설이 밀집한 서울 노량진 고시촌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주거급여 지원 대상은 중위소득 44% 이하. 1인 가구 기준 75만 1084원 이하다. 김 씨는 아르바이트로 월 41만 원을 번다. 소득 조건은 충족했지만 문제는 나이였다. 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30세 미만 미혼 자녀는 부모와 주민등록이 분리되어 있어도 동일 가구를 구성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20대가 독립가구로 인정받으려면 결혼을 하거나 중위소득의 50%(1인 가구 기준 85만 3504원) 이상 소득이 있어야 한다. 

 

주거급여 지급 대상은 소득 75만 원 이하인데, 85만 원 이상을 벌어야 지원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 김 씨는 “20대는 주거급여 지원 대상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주민센터 측은 “20대도 지원 대상이지만 결혼을 해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김 씨는 “돈이 없어서 결혼을 못하는데 결혼을 해야 지원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20대가 주거급여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우선 결혼하거나 중위소득 50%인 약 85만 원 이상의 소득을 벌어 부모로부터 주민등록상 분리되어야 한다. 그러나 85만 원 이상의 소득은 주거급여 지원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공제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김 씨가 민원을 제기한 주민센터에 따르면 소득공제 조건은 ‘25세 이상의 초·중·고등학생’ 혹은 ‘24세 미만 및 대학생’ 등이다. ‘25세 이상의 초·중·고등학생’은 20만 원 공제 후 30% 추가 공제가 가능하다. ‘24세 미만 및 대학생’은 40만 원 공제 후 30% 추가 공제 가능하다. 이를테면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23세 A 씨가 월 140만 원을 버는 경우, 소득공제((140만 원-40만 원)×0.7) 후 소득기준 70만 원이 되어 주거급여 대상이 될 수 있다.

 

문제는 두 가지다. 먼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20대 중·후반 청년들은 부모세대로부터 주민등록상 독립을 하더라도 소득공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주거급여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부모가 주거급여 수급자인 경우다. 이 경우에도 30세 미만 청년은 부모로부터 부양받는 것으로 취급된다. LH 측에 따르면 주거급여 수급자의 자녀가 독립 생계를 유지하더라도, 소득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주거급여를 받을 수 없다. 가장 먼저 지원받아야 할 대상이 주거급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 내에서 집행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청년들에게도 최대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민표 인턴기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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