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4년 미국의 광고 시장 규모는 1810억 달러(약 181조 원)으로 중국의 4배, 우리나라의 14배에 달했다(출처 Strategy Analytics). 이렇게 매년 수많은 광고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쏟아져 나오지만, 제작되는 광고가 모두 전파를 타는 것은 아니다. 지난 회차에서 다뤘던 미드의 파일럿 테스팅(Pilot Testing)처럼, 광고 또한 소비자 연구를 거쳐 평가되고 걸러진다. 이렇게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기 전, 그 효력을 테스트하는 연구를 ‘카피 테스팅(Copy Testing)’이라고 한다.
# 미국 광고 vs 한국 광고
그동안 미국 소비자들을 상대로 다양한 분야에 걸쳐 100건이 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유독 우리나라 실정과 대조적이라 흥미로웠던 필드가 바로 광고였다.
미국 광고와 한국 광고, 무엇이 다를까?
일단 한국은 연예인이 출연하는 광고가 매우 흔하다.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광고 장면들은 같은 시기 히트한 드라마나 영화, 노래를 차용한 광고. 그 히트작의 주인공이 한껏 오른 인기를 증명하듯 이런저런 광고에 등장하는 것이다. 혹은 한번 들으면 좀처럼 귓가에서 떠나질 않는 단순하고 임팩트 있는 노래에 광고의 메시지를 담아 잘나가는 연예인이 셔플 댄스 같은 걸 추는 광고 장면 등이다.
미국에도 연예인, 유명인사가 출연하는 TV 광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보다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소비자의 감성과 시장 자체가 한국과 확연히 다르다는 소리다.
미국 광고 시장은 한국보다 14배가 큰 만큼 제작되는 광고 수도 엄청나다. 그런데 온갖 상품의 광고가 쉼 없이 흘러나오는 미국 케이블에서 흔히 보는 광고는 상품 소개에 충실한 나머지 유머나 머릿속에 남는 유행어 등이 생각보다 적다. 내가 테스트했던 광고 중에도 기발한 것이 더러 있었지만, 한국의 감각적인 광고에 익숙한 내게는 이래서야 팔릴까 싶을 만큼 밋밋하게 느껴진 광고가 많았다.
물론 큰 예산을 쏟아부어 1년에 한 번 열리는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Super Bowl)에 내보내는 광고는 여느 광고와 다르다. 30초짜리 광고를 내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50억이 훌쩍 넘으니 유명 스타도 종종 출연하고, 기발한 설정과 스펙타클한 CG까지 가미돼 모든 광고가 그 자체로 블록버스터다. 일단 슈퍼볼 광고 자리를 예약하는 것부터가 예산이 많이 들고 경쟁이 치열해서, 광고가 창의적이지 않으면 다른 광고에 묻히거나 비교되어 안 나가느니만 못하다.
# 30초짜리 광고가 소비자와 만나기까지
광고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중요한 광고들은 긴 준비 기간을 거친다. 광고 제작의 초입 단계는 포지셔닝(Positioning)이다.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지 방향을 잡는 것이다. 브랜드(기업)와 광고 에이전시의 합의에 따라 대략적인 포지셔닝이 결정되면 에이전시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어떤 스토리텔링과 비주얼로 30초짜리 광고에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여 크리에이티브 브리프(Creative Brief)를 작성한다.
그다음 단계는 광고를 스토리 보드 형식으로 시각화하는 것인데, 이쯤에서 브랜드는 소비자 연구 회사를 영입한다. 어떤 브랜드는 연구의 객관성을 위해 소비자 연구 회사를 직접 고용하고, 어떤 브랜드는 광고 에이전시에서 선택한 소비자 연구 회사와 작업하는 등 브랜드마다 다르다.
광고 테스트의 시기는 시간과 예산에 따라서 결정된다. 본격적으로 광고 제작에 들어가기 전에 광고 스토리 보드를 작성해 소비자 반응을 살피는 ‘보드마틱스 테스팅(Boardmatics Testing 혹은 Animatics Testing)’을 하는 브랜드도 있다. 보드마틱스 테스팅을 거쳐서 제작된 광고는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타깃 소비자에게 공개되고 광고의 설득력, 메시지 전달 효과 등등을 토대로 카피 테스팅(Copy Testing)을 통해 평가된다.
# 어떻게 하면 ‘광고 덕’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카피 테스팅은 미국 광고계와 소비자 연구 업계에서 오랜 기간 활용되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소통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광고주가 떠안는 광고 비용이 높아짐에 따라 연구 방식이 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광고주가 가장 원하는 것은 리서치를 통해 광고가 향후 시장에서 거둘 성적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다. 여기서 광고의 성적이란 매출과 브랜드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카피 테스팅을 시장 성적을 가늠하는 수단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몇몇 실험적인 시도가 있었을 뿐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았다.
가장 근본적인 난제는 한 제품의 세일즈나 브랜드 이미지를 결정하는 데는 광고 말고도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는 점이다. 광고가 나가는 채널, 횟수, 시간대, 앞뒤로 나가는 다른 광고 등 세세한 요소를 따지고 들면 끝이 없다.
이런 현실을 생각하면, 광고 리서치를 과연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는가, 광고 리서치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좀 더 근본적인 질문에 다다르게 된다. AI가 더욱 활성화된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지금 상태에서 광고 테스트의 효력은 주어진 광고가 가진 강점이 무엇이고, 어떤 부분이 수정되어야 하며, 어떤 부분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는 등, 현 광고 버전을 발전시키는 데 집중하는 것에 달려 있다.
필자 황지영은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엔터테인먼트 경영 석사를 마치고 Fox Television, Warner Bros. Television 리서치 부서에서 일했다. 글로벌 소비자 마케팅 리서치 회사 Hall & Partners, Kelton Global에서 경력을 쌓고 2015년 소비자 마케팅 연구 회사 마인엠알(MineMR)을 설립, 현재 미국 LA에서 글로벌 기업들을 클라이언트로 소비자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황지영 MineMR 대표·마케팅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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