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네이버가 지난 18일 패키지 여행상품 비교 서비스를 시작했다. 패키지 여행사들의 상품을 모아 여행 조건에 따라 비교해 보여주는 서비스다. 현재 모두투어, 인터파크투어, 참좋은여행, 롯데관광, 한진관광, KRT, 6개 여행사가 입점을 확정하고 베타 서비스 중이다.
네이버는 항공, 호텔, 현지투어에 이어 패키지상품까지 취급하면서 모든 여행 분야를 아우르게 됐다. 모두 직접 판매는 아니고 입점사의 상품들을 모아서 가격이나 조건에 따라 비교해 주는 메타서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네이버가 여행 관련 메타서치 서비스를 하나씩 시작할 때마다 업계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이번 패키지상품의 경우엔 국내 패키지사들의 각기 다른 반응에 이커머스 시장의 반응까지 더해져 의견이 엇갈린다.
# 스카이스캐너와 홈쇼핑 교훈, 판매채널 의존도 높아지면?
네이버 패키지여행 입점사 관계자는 “여행사 입장에서는 기존 판매채널이었던 카드사, 땡처리닷컴, 티몬, 이베이, 11번가처럼 제휴 판매채널이 하나 더 늘어난 정도로 본다”며 네이버 서비스를 반겼다.
반면 전체 패키지 시장의 40~50%를 차지하는 하나투어는 입점하지 않았다. 향후에도 입점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 패키지여행에는 입점하지 않을 것을 밝힌 또 다른 패키지 여행사 관계자는 “겉으로 보면 네이버가 패키지 시장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홈쇼핑이 그랬던 것처럼 오히려 기존의 시장을 더 혼란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처음 홈쇼핑이 패키지여행 판매를 시작했을 때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패키지 여행사의 매출을 증대시키는 듯 보였지만 장기적으로는 여행사들이 거대 판매채널에 끌려 다니며 ‘팔 수도, 안 팔 수도’ 없게 된 상황을 상기시킨다.
이에 네이버는 “패키지여행이 상품 구성의 복잡성 때문에 검색 결과에 잘 나타나지 않아 상품별 비교가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패키지여행 비교 서비스를 내놨다”며 “단체여행에서 개별여행으로 여행의 패턴이 옮겨지며 소비자의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활용도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에서 패키지여행 선택을 더 편리하게 해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여행사 관계자는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라 말한다. 네이버는 소비자와 여행사를 중개하고 여행사로부터 5%의 수수료를 받는다. 보통 하나투어나 모두투어가 대리점을 통해 모객을 하면 대리점에 5~9%의 수수료를 주지만 여기에는 예약과 관련한 각종 진행과 상담 과정이 포함된다. 또 11번가나 G마켓, 쿠팡 등의 이커머스 마켓에서도 6~8%의 수수료를 떼어가지만 보통 5% 정도가 다시 쿠폰으로 발행되어 상품 가격을 낮춰주는 역할을 한다.
네이버가 가져가는 5%의 수수료가 홈쇼핑이 그랬던 것처럼 결국 상품의 질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까? 이에 대해 네이버는 “네이버 패키지여행은 단순 가격비교 서비스가 아니므로 상품의 질을 떨어뜨릴 우려는 없다”고 단언한다. 단순 가격비교가 아닌 조건과 상황에 맞는 상품비교 위주이므로 검색의 편리를 더할 뿐이지 상품의 질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5%의 수수료 역시 입점사들과의 합의에 의해 결정된 ‘높지 않은’ 수수료임을 강조한다.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항공권 시장은 기계적인 정보의 취합만으로도 경쟁력이 갖춰질 수 있지만 패키지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패키지 시장을 항공권의 확장판이라고 생각한다면 발전 가능성은 크게 없어 보인다”며 “네이버가 아직 여행 카테고리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서 시장 장악력도 크지는 않을 듯해 입점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 OTA·이커머스는 “일종의 검색 광고로 인식, 시너지 클 수도”
패키지 여행사들의 엇갈린 의견 외에 네이버 패키지여행의 론칭을 바라보는 국내 OTA와 이커머스 쪽의 시각은 또 다르다. 같은 여행 산업군에 있지만 아날로그 상품 우선인 여행사들과 디지털 기술로 여행을 풀어가는 업계의 인식이 다른 것.
한 OTA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선 여행상품도 검색 콘텐츠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태국 야시장을 검색하면 야시장에 대한 콘텐츠와 함께 야시장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이 함께 노출되는 식”이라 말한다. 검색 포탈의 이점을 살려 콘텐츠와 상품 정보를 함께 노출하는 것이다. 이는 검색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에 따르면, “이제 여행도 검색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는 시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네이버 여행패키지도 일종의 ‘광고’다. 파워링크를 띄워 클릭수로 광고비를 받는 것처럼, 각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콘텐츠와 함께 노출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이라 분석했다.
포털에서 여행 분야의 키워드는 검색량도 많고 클릭률이 높다. 검색창에서 여행 카테고리의 검색 순위는 3위, 돈이 되는 사업이다. 한 해 약 3000만 명, 인구의 5분의 3이 출국을 하는 한국은 전 세계에서 출국자 수가 9위에 달한다. 여행 시 모바일 활용도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른 이커머스 관계자는 “국내에서 검색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네이버는 이미 엄청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검색 결과 순서나 배치를 통해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구글이 최근 여행 분야에 투자 의지를 밝힌 것과도 무관치 않다. 네이버가 여러 분야에서 구글을 벤치마킹하는 것과도 맞닿아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으로 여행사들의 웹 생태계를 무너뜨릴 것이란 지적도 있다. 고객이 찾지 않는 홈페이지는 점차 관리하지 않게 되면서 경쟁력과 자생력을 잃고 네이버 판매에 더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것. 스카이스캐너 입점사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관련기사 하나·모두·인터파크, 중국계 스카이스캐너에 완패 '굴욕' 막후). 사실상 생산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판매자에게 넘겨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여행사들이 네이버를 단순한 판매채널의 하나로 보는 이유도 네이버가 키워드 검색과의 시너지를 통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걱정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네이버 여행 카테고리의 성과가 글로벌 OTA들에 비해 크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방심하고 있는 것 같다”며 “스카이스캐너도 처음엔 국내 항공 시장을 이렇게 장악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네이버는 더 두려운 존재일 수 있다”고 경각심을 나타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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