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맨’ 30여 명의 배송지는 고객의 집 앞이 아닌 쿠팡 본사였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쿠팡지부(쿠팡맨 노조)는 25일 서울 잠실 쿠팡 본사 앞에서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적정물량 설정과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했다. 또 쿠팡맨 노조는 사측이 교섭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뒤 문을 발로 차고 퇴실하거나 노조 활동한 쿠팡맨을 압박하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쿠팡맨 노조는 2018년 8월 설립, 같은 해 10월부터 사측과 스무 차례 단체교섭을 해왔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했다. 쿠팡맨 노조는 4년간 임금이 ‘사실상 동결’돼왔고, 쿠팡맨이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적정물량을 초과 배정받아 휴게시간을 줄여가며 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웅 쿠팡맨 노조 위원장은 “쿠팡은 4년간 실질적으론 임금 인상이 없었다. 쿠팡은 잡 레벨(Level) 체제를 가지고 있고, 레벨에 따라 임금수준이 책정된다. 쿠팡맨은 레벨 업(Level up)에 한계가 있다”며 “해당 분기에 실적이나 평가가 부진해서 레벨 업을 못하면 임금 인상이 없다. 레벨업에 따른 임금 인상 또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웅 위원장은 “2014년 쿠팡맨 개인이 배송하는 물량은 가구 기준 80~90가구지만, 2019년 현재 140~150가구다. 적정물량을 설정하고 휴게시간을 보장하라는 우리의 주장은 너무나 상식적”이라며 “제2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쿠팡은 노동자와 노조를 상생 파트너로 생각하고 나아가야할 것이다. 하지만 과다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한 전주 캠프를 태업으로 규정하는 사측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주 캠프 쿠팡맨들은 중간관리자와의 갈등과 고강도 노동이 겹치면서 지난 8일부터 법으로 정한 휴게시간을 지키기로 결정했다. 쿠팡맨들이 휴게시간을 지키기 시작하자 평소 150여 가구 배송이 90여 가구로 줄었고, 본사에서 이를 태업으로 규정했다. 뿐만 아니라 ‘휴게시간 준수’로 발생한 손실을 따져 책임을 묻겠다고 공지했다.
쿠팡맨 노조는 교섭에 임하는 사측의 태도를 꼬집었다. 정진영 쿠팡맨 노조 조직부장은 “스무 차례 교섭을 하는 동안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금협상을 하자고 하니 사측은 불쾌하다고 회의를 중단하고 문을 발로 걷어차며 퇴실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원인제공을 했다며 오히려 노조를 탓한다”며 “휴게시간 보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회사에선 어떤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노동자를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를 가만 두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쿠팡맨 노조는 사측이 노조 활동에 참여한 쿠팡맨을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쿠팡맨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조의 요구사안이 적힌 메모지를 배송 물품에 부착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포스트잇 캠페인’을 벌여왔다. 사측은 이를 두고 세 번의 전체 공지를 통해 노조의 쟁의행위를 ‘불법’이라고 경고했고, 쿠팡맨 개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압박했다.
김한별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차장은 “2018년 3월 7일부터 쟁의행위의 일환이었던 방법으로 포스트잇 캠페인을 진행했다. 평화적인 쟁의행위임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조합원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불이익 경고를 보내며 겁박했다”며 “노조는 사측과 회사를 발전시킬 파트너다. 회사도 당장 노조의 움직임이 불편할지라도 회사를 위한 것이라는 인식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원칙은 배송인력을 외주로 주지 않고 직접 고용해 4대 보험 등 일반 회사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업무시간도 (과거와 비교해) 줄었으며, 쿠팡맨 개인에 배정되는 물량이 늘었지만 배송 건수가 늘어난 것은 아니기에 노동강도가 세졌다고 볼 수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교섭을 중단하고 문을 발로 걷어차고 회의장을 나가거나 노조원을 압박했다는 노조의 주장에 대해서는 “교섭 중인 사안에 대해선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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