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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부장님'들은 왜 옷이 다 똑같을까

어느 회사든 어디서 본 듯한 사람들 가득…타고난 외모보다 나만의 스타일이 중요

2019.06.25(Tue) 10:38:08

[비즈한국] 강연을 많이 하는 직업 덕분에 여러 기업에 가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디서 봤던 느낌을 주는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자주 마주친다. 분명 지난주에 다른 기업에서 본 사람인데, 이번주에 이 기업에도 있으니 놀랄 수밖에. 처음에는 내가 기억력이 나쁜 건가, 아니면 얼굴인식 장애가 있는 건가 의심하기도 했다. 그건 아니었다. 아마도 스타일 때문인 듯하다. 

 

비슷한 옷, 비슷한 헤어스타일, 비슷한 안경, 비슷한 말투를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엄밀히 말하면 자기 스타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나이 든 직장인들은 더 그렇다. 전국 기업의 부장들이 모여서 ‘복장 통일 회합’이라도 한 것 같다. 

 

기업체를 다니다 보면 비슷한 옷, 비슷한 헤어스타일, 비슷한 안경, 비슷한 말투를 가진 사람이 의외로 많다. 전국 기업의 부장들이 모여서 ‘복장 통일 회합’이라도 한 것 같다.

 

패션에 조금이라도 민감한 사람이라면,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을 마주치는 게 매우 싫을 것이다. 자기도 좋아서 산 옷인데, 왜 다른 사람이 입는 건 불편할까? 옷 때문이 아니라 그 옷을 고른 안목이 흔하단 생각 때문이다. 

 

패션에서는 개성이 중요하다. 흔한 건 그만큼 매력 없고 가치 없다. 옷 못 입는 사람들일수록 자기 스타일은 없고 유행에만 민감하다. 그러나 최신 유행을 쫓아간다고 멋쟁이가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멋쟁이들은 유행과 상관없이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이탈리아 남자들이 전 세계적으로도 옷 잘 입고 자신감 높기로 유명한데, 타고난 신체조건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다. 태도와 기질의 문제다. 그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데 적극적이다. 자신을 아끼는 사람일수록 옷도, 스타일링도 잘하더라.

 

물론 옷만 잘 입는다고 멋진 남자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멋진 남자들은 다 옷을 잘 입는다. “Clothes make the man(옷이 남자를 만든다)”이라는 유명한 격언은 로마시대 수사학자 마르쿠스 파비우스 퀸틸리아누스가 남겼다. 이 말이 나중에 영화 킹스맨에서 콜린 퍼스가 한 “Manners maketh man(매너가 남자를 만든다)”으로 이어졌는데, 멋진 남자에겐 옷도 매너도 필요한 것이다. 미국의 마크 트웨인도 “옷이 남자를 만든다. 벌거벗은 남자는 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말을 한 적 있다.

 

옷을 사고, 신발과 가방을 고르는 건 패션이다. 이런 패션을 자신에게 맞는 것들로 찾아서 입는 것은 스타일이다. 패션은 자신을 몰라도 된다. 그냥 유명 브랜드가 제시하는 최신의 멋진 옷, 남들이 많이 입는 옷을 사는 것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타일은 자신을 모르면 안 된다.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게 스타일인데, 그러려면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알아야 하고, 그걸 알려면 개성과 취향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옷 못 입은 사람은 촌스러운 게 아니라 자신을 잘 모르는 거다.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망은 “패션은 한때지만 스타일은 영원하다”는 말을 했다. 스타일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드러낸다. 그러니 평생 자기 스타일도 없이 살아간다는 건 참 가혹한 일이다.  

 

지금은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의 시대다. 세상 모두가 다 멋지고 제각각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여긴다. 외모로 차별하고 외모로 줄 세우는 시대는 끝났다. 그런 만큼 자기 스타일이 없으면 곤란하다. 개성이 곧 매력이다. 그러니 멋있게 보였던 누군가의 패션을 따라하려고 궁리하지 말자. 타인의 시선보단 자신의 시선이 더 중요하다.

 

과거의 한국인은 개성을 튀는 행동으로 여겼다. 무난하고 중간을 가는 걸 좋아했다. 전형적인 집단주의 속 나약한 개인의 포지션이다. 하지만 이젠 얼마든지 개성을 추구해도 좋다. 개인주의가 문화적, 사회적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자기 스타일도 없고, 자기 개성도 없는 사람만큼 존재감 없는 사람도 없다. 어디에서나 본 듯하고 흔한, 있는 듯 없는 듯한 ‘​투명인간은 되지 말자.​

 

필자 김용섭은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자 트렌드 분석가이다. 저서로는 ‘라이프 트렌드 2013: 좀 놀아본 오빠들의 귀환’부터 시작해 ‘라이프 트렌드 2019: 젠더 뉴트럴’까지 라이프 트렌드 시리즈와 ‘실력보다 안목이다’ 등 다수가 있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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