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새롭게 탄생한 IT 혁신도시, 판교의 집값이 강남 못지않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IT 기업이 산업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산업이 밀집한 판교에 인재가 몰려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인재가 밀집한 도시에 IT 기업이 찾는 선순환이 판교 부동산 호황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IT 혁신기업이 산업을 주도하면서 관련 산업이 밀집한 도시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대형 IT 기업이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관련기사 [리얼 실리콘밸리] 아마존이 부동산 양극화를 조장한다?).
집값 상승을 막기 위해 이번엔 구글이 나섰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베이 지역(Bay Area) 주택 문제에 뛰어든 것입니다. 구글의 대책은 어떤 걸까요?
지난 18일 순다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피차이는 혁신기업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올라, 중하층 원주민이 지역에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알고 있다며 구글이 책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구글의 대책은 과감합니다. 총 10억 달러, 1조 원이 넘는 돈을 주택 문제 해결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다수는 1만 5000개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씁니다. 현재 남부 베이 지역에서 매년 3000채씩 집이 늘고 있음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입니다. 25% 정도의 돈은 펀드를 조성해 주택 공급에 투자하고 5% 남짓 돈은 노숙자 문제 해결을 위해 비영리 단체에 투자할 예정이지요.
1조 원에 육박하는 구글 부동산 대책을 소개한 CBS 뉴스 기사.
현재 실리콘밸리의 주택 문제는 구글이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정도로 심각합니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지역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습니다. 산호세 지역 주택의 중간값은 119만 달러(약 13억 8000만 원)에 육박합니다. IT 붐으로 큰돈을 벌지 못한 지역 토박이들은 캠핑카를 전전하며 살거나, 노숙하거나, 지역에서 쫓겨납니다. 2016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학생 5%가 집이 없어 모텔, 친구네 집 등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해진 겁니다.
집값이 오른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IT 스타트업이 커지면서 개발자의 위상은 높아졌습니다. 개발자들은 서로 가까이 있고 싶어합니다. 좋은 개발자가 있는 지역에 IT 기업이 모이게 되고, 기업이 모이는 곳에 일자리가 생겨납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 지역 일자리가 29% 늘어나는 동안 주택은 불과 4%밖에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폭등과 이로 인한 실업자 문제를 다룬 CBS 뉴스 기사.
그래서일까요? 최근 시장가격은 점차 조정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열기가 가시고, 대형 기업 위주로 IT 산업이 재편되면서 7년 만에 처음으로 샌프란시스코 집값이 떨어졌습니다. 그간 두 배 이상 뛴 가격에 비하면 하락폭이 크지 않지만 트렌드의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왜 구글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을까요? 구글의 성공에는, 결국 실리콘밸리라는 ‘공동체’의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공동체가 수많은 기업과 인재를 데려왔기에 구글은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큰 성공, 이로 인해 지나치게 올라간 ‘지대’. 이는 명백히 실리콘밸리 공동체에 위기일 수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었던 젊은 개발자와 미래의 젊은 개발자들이 살기 힘든 여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죠. 구글은 공동체를 위한 공헌을 시작한 걸지도 모릅니다. 실리콘밸리 공동체를 위한 기업의 공헌, 구글의 부동산 대책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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