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을 측정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요가 많으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중 어디가 더 많은지 알고 싶다면 각 수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먼저 공급량을 파악해야 수요의 많고 적음을 따질 수 있다. 지역 내 공급량은 인허가 실적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주택의 재고 수량과 앞으로 입주할 신규 분양 세대수를 지속적으로 합산하면 된다. 세부적으로 카운팅을 하려면 멸실되는 주택 수를 제외한다. 디테일하게 정리하겠다면 전체 주택 수를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나눌 수 있다.
문제는 지역 내 수요량을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수요를 추정한다. 지역 내 주민등록된 인구의 0.5%를 계산해 필요 주택수를 추정하는 게 가장 보편화된 방법이다. 최근 프롭테크(정보 기술을 결합한 부동산 서비스 산업) 기업이 등장하면서 수요, 공급을 구체적 수치로 제공하기도 한다. 필요 주택수가 현재보다 조금씩 더 필요하다는 걸 수치로 제시하고 있다. 이 수치는 참고해도 좋다.
바람이 있다면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과 세대수를 기준으로 하는 방법을 함께 보여줬으면 하는 거다. 세대당 인구가 꾸준히 주는 상황이라 과거처럼 세대수와 인구는 비례하지 않는다. 주택수는 세대수와 밀접하기 때문에 세대수의 증감 추이를 통계에 녹여낼 수 있다면 현실적인 데이터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요 추정은 매우 어렵다.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리스크를 낮추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아우트라인만 잡을 뿐이다. 부동산 수요 분석의 한계다.
부동산은 부증성과 부동성을 갖고 있다. 일정 면적 내 공급량이 정해져 있어 일정량 이상 증가에는 한계가 있다. 이게 부증성이다. 이러한 공급량은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는데, 이를 부동성이라 한다.
하지만 수요에는 부증성과 부동성이 적용되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입지의 상품도 있고 누구나 원하는 부동산도 있다. 수요는 유동성이 크다. 부증성이 의미가 없다. 여기서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과거에는 인기가 높았지만 지금은 인기 없는 지역도 있고, 수요가 전혀 없던 지역이 최고 인기 지역이 되기도 한다. 수요는 시기와 외부 영향에 따라 움직이고 부동성도 적용이 되지 않는다.
한때 모든 광역시 중 가장 잘나갔던 대전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대도시라도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확인할 수 있다. 동탄이나 송도는 수도권 내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곳이지만 두 곳 모두 신규 아파트 청약률이 0%인 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현재 미분양이 한 세대도 없는 세종시도 첫 마을은 미분양이었다. 양주시와 영종도의 점포 겸용 단독주택부지 분양이 당시 9000 대 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도 수요 추정을 어렵게 하는 점이다.
사람이 있다고 공급이 계속 필요한 것도 아니고, 사람이 없다고 수요가 사라질 수도 없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곳도 있고, 계속 감소하는 곳도 있다. 입지마다 다른 조건을 하나의 기준으로 해석하는 건 불가능하다. 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입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해당 지역 내 수요를 추정하는 빠숑의 방법 중 하나는 현장에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다.
먼저 기존 아파트의 매물 수, 즉 잔여 임대 물량을 본다. 지역마다, 단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되겠지만 일반적으로 매물이 전체 세대수의 1%가 안 되면 수요가 더 많다고 판단한다. 10%를 초과하면 공급이 더 많은 걸로 본다. 그 사이는 적정한 수치다. 물론 보합 상태는 시기와 조건에 따라 다르게 판단을 해야 한다.
이 수치는 지역, 단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관심 지역, 관심 단지를 꾸준히 관찰하면서 그 지역만의 수치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 방법은 20년 동안 수요 분석 프로젝트를 하며 체득한 수치일 뿐이다. 해당 지역과 단지의 수요는 현지 거주민이 가장 잘 안다. 거주민에게 정보를 얻기 어렵다면 중개업자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 매물(매매, 임대)의 잔여량과 현재 중개업자의 거래 동향을 함께 고려해 수요를 추정한다. 가장 현실적인 수요 추정 방법이다.
협의의 부동산은 공급이지만 광의의 부동산은 수요, 결국 사람이다. 사람들이 선택하는 입지, 선호하는 상품, 수용하는 가격은 계속 변화한다. 하나의 기준으로 수요를 정의하려는 자체가 불필요한 시도다. 공급은 그 입지 내에 있지만, 수요는 그 입지 내에 없을 수도 있고, 그 입지 밖에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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