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3기 신도시가 발표된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19일, 인천 검단신도시를 찾았다. 검단은 전형적인 미완성 신도시의 모습이었다. 높이 올라간 아파트 너머로 아파트 건설 현장이 보였다. 수도권 2기 신도시 마지막 주자인 검단신도시는 지난해 10월 첫 신규 주택분양이 이뤄졌다. 하지만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미분양이 속출하면서 불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 한 건물에 부동산중개업소 나란히 8개 “우리는 뭐 먹고 사나”
이날 만난 복수의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은 모두 “죽겠다. 여기는 무덤”이라며 한탄했다. 검단신도시는 3기 신도시로 발표된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아직 분양이 끝나지 않았는데 서울과 더 가까운 3기 신도시가 발표되면서 수요가 빠졌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검단신도시 호반베르디움’은 6.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마감했지만, 이후 청약자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올 4월 분양한 ‘인천검단대방노블랜드’ 1차는 1274가구 분양에 1순위 청약자가 48명에 불과했다. 신도시 공급량을 믿고 이곳에 자리 잡은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망이 안 보이는 현실을 답답해했다. 원당동 유현사거리의 한 건물에는 부동산중개업소가 나란히 8개나 자리 잡고 있었다.
유현사거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3기 신도시 발표 전에는 잘나갔다. 하지만 발표가 나자마자 발걸음이 뚝 끊겼다”며 “잔여 분양 규모가 작지 않은데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짓겠다고 하니 누가 여기로 오겠나. 오려던 사람들도 상황을 좀 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근처 다른 부동산 중개업자는 검단신도시 부동산이 얼어붙은 데에 전매제한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중개업자는 “전매제한 기간이 1년에서 3년으로 연장되고 미분양이 늘기 시작했다. 9·13 부동산대책부터 3기 신도시 발표까지 정부가 너무 밀어붙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교통 대책은 세워주고 가야지” 지역민들 울분 토해
지역민들도 행동에 나서고 있다. 검단신도시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주민과 입주예정자들은 채팅방을 통해 민원 상황을 공유 중이다. 550여 명이 모인 한 채팅방에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보내거나, 지역 의원들에게 문자를 하는 등의 행동 인증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검단신도시입주자연합회 관계자는 “3기 신도시의 구체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전에 2기 신도시 대책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지연된 개발로 주민들의 교통 불편, 생활 불편이 심각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입주자연합회 측은 검단~김포 연장안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9호선~공항철도 연계운행 차량증설 배차간격단축 실행 등 교통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5일 2차 집회를 진행한 데 이어, 3차 집회를 계획 중이다.
원당사거리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도 “신도시가 다 그렇듯 여기도 대부분 서울 출퇴근자들인데 지금 국토부가 계획한 인천2호선 검단~일산 연결은 현지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다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토로했다.
# 김포 한강신도시는 비교적 3기 신도시 영향 덜해
인천 검단신도시 위에는 김포 한강신도시가 있다. 검단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 때 2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이다. 한강신도시는 검단신도시와 달리 비교적 사태를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
장기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3기 신도시 발표 전부터 한강신도시 부동산은 얼어붙었다. 그래도 분양이 끝났기 때문에 3기 신도시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은 것 같지는 않다. 조만간 개통될 도시철도에 대한 기대도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인근의 한 편의점주는 “빈 상가가 많지만 상황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하철이 개통되면 분위기가 살아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대학원 전임교수는 2기 신도시의 전망에 대해 “검단신도시나 한강신도시나 좋지 않다. 부동산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도시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인근에 신도시를 만들고 또 포화 상태가 되면 더 먼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역교통망을 확실하게 뚫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보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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