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800t(톤)급 잠수함 윤봉길함 납기를 지키지 못한 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에 지체상금 353억 원을 물었다가 소송을 통해 194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지체상금은 채무자가 계약기간 내에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채권자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이 194억 원은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이 아닌 법인분할 이후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에 지급될 예정이다.
서울지방법원 민사 20부(문혜정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 상대로 제기한 지체상금반환청구 소송에서 방위사업청에게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받은 지체보상금 353억 원 중 194억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방위사업청은 2000년 1800t급 잠수함 9척을 확보하기 위해 3조 원 예산의 ‘장보고-Ⅱ 사업’을 추진했다. 독일 선박 건조 기업인 HDW(2011년 티센크루프에 인수·합병)과 현대중공업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HDW가 핵심 부품을 대고 현대중공업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조건이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5월 1800t급 중 5번째인 윤봉길함을 진수했고, 해군은 윤봉길함을 인계받아 2014년 12월까지 항해시운전(SAT)을 실시했다. 이때 윤봉길함 추진전동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 결함이 발견됐다. 현대중공업은 결함을 해결하는 데 시일이 걸렸고 결국 2016년 6월 17일에서야 방위사업청에 윤봉길함을 납품했다. 예정 납기일인 2015년 12월 16일보다 185일 지난 시점이었다.
방위사업청은 계약 조건에 따라 지체된 시일만큼 지체상금율 0.15%를 적용해 현대중공업에 지체상금 341억 원을 청구했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7월 26일 납부를 전액 완료했다. 방위사업청은 현대중공업에 납부 예정일이었던 2016년 6월 30일보다 391일 늦게 지체상금을 납부했다며 그에 따른 이자 12억 원을 추가 청구했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방위사업청에 총 353억 원을 지급한 셈이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353억 원 중 194억 원을 돌려받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2017년 10월 방위사업청(정부)을 상대로 지체상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 현대중공업은 기상 상태 불량, 해군의 휴일 항해시운전 거부 등 8개 항목을 이유로 들며 총 319일에 대한 지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보고-Ⅱ 사업’ 계약에 따르면 태풍, 홍수 등의 천재지변이나 전쟁 같은 불가항력의 사유로 납기일이 지체됐을 땐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현대중공업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총 66일에 대한 현대중공업의 지체 책임을 면제하고, 방위사업청의 지체상금 부과가 과도하다고 판단해 현대중공업에게 총 194억 원(이자 7억 원 포함)을 돌려주라고 지난 14일 판결했다.
현금 194억 원은 한국조선해양이 아닌 현대중공업에 지급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일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법인 현대중공업과 한국조선해양(옛 현대중공업)으로 나뉘었다. 물적분할계획서에 따르면 윤봉길함 관련 소송은 신설법인 현대중공업이 승계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잠수함에서 결함이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봉길함에서 발견된 추진전동기에서 기준치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는 결함은 과거 손원일함에서도 있었다. 손원일함은 ‘장보고-Ⅱ 사업’ 중 첫 번째로 진수한 1800t급 잠수함으로 해군에 2006년 납품됐다. 2011년 4월 기체 결함이 드러났다. 방위사업청은 2013년 12월 현대중공업에 200억 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현대중공업은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방위사업청에 58억 원을 지급했다.
한편 잠수함의 기체 결함 관련한 법적 다툼은 현재진행형이며 국제소송전으로 번지고도 있다. 방위사업청은 손원일함에서 발생한 기체 결함 건으로 HDW를 인수·합병한 티센크루프(티센)에도 손해배상청구를 했는데, 당사자 간의 계약에 따라 시비는 국제상업회의소(ICC)에서 가리게 된다.
현대중공업 또한 손원일함 기체 결함의 책임이 부품을 납품한 티센에 있다고 주장하며 ICC에 중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티센은 방위사업청 상대로 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지체상금을 되돌려 받은 것과 같은 취지다.
이 날 판결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쉬움은 많지만 재판부의 결정을 존중한다. 방위사업청의 항소 여부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대략적인 내용은 알지만 아직 판결문을 정식 통보 받지 못했다. 판결문을 받으면 관련 부서 간 논의를 통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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