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청와대는 오늘(17일) 오전,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에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는 김오수 법무부 차관(사법연수원 20기), 봉욱 대검찰청 차장검사(19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23기), 이금로 수원고검장(20기), 4명을 후보자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했다. 청와대와 의견 조율을 거친 박 장관은 유일한 비 고검장인 윤석열 지검장을 청와대에 임명 제청했다.
법조계에는 ‘파격’이라는 평과 ‘이미 예측됐던 인사’라는 평으로 나뉜다. 윤석열 ‘총장론’이 처음 제기되자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내에 ‘5기수(문무일 현 검찰총장이 18기)나 건너뛰는 인사’로 조직 체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강력히 원했다”는 평이 2주 전부터 검찰 내에 돌면서 윤석열 대세론이 탄력을 받았다. “사법고시 패스를 늦게 했을 뿐, 나이(59세)에서 비롯된 연륜은 이미 충분하다, 다른 고검장들이 ‘형’이라고 부르지 않느냐”는 근거 여론까지 만들어졌을 정도로 분위기가 조성됐다.
18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임명제청안이 회부되는데,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후 대통령이 임명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국무회의 의결 시 인사청문요청서는 국회로 전달된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별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윤 후보자는 7월 말로 예정된 문무일 총장 임기 후 곧바로 총장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보다는 파격이 청와대의 의중인 만큼, 기업 수사 등도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 후보자가 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며 벌이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더 탄력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나 윤 후보자의 이력을 감안할 때, 기업 수사는 ‘융통성 없게’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대표적인 특수통이자 칼잡이로 꼽히는 윤 후보자는 대구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 중앙수사부 1·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을 거쳤다. 강골 특수통 검사로 승승장구했다.
채동욱 검찰총장 시절 국정원 댓글수사팀장으로 당시 정권의 뜻과 다르게 수사하려다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지만, 2013년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을 폭로하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겨 국민 검사로 떠올랐다. 그 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사장 승진과 동시에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되는 ‘파격 인사’를 거쳤고, 5기수나 뛰어넘는 파격 총장 임명으로 또다시 역사를 썼다.
강골 특수통이 검사 시절 그의 경력을 대표하는 단어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적폐 수사’다. 박근혜 정부 내내 대구고검, 대전고검 등 한직에 머무르다가 국정농단 특검 당시 박영수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법농단 수사 ‘적폐 청산’ 수사를 지휘했다.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의혹까지 파헤치고 있었다.
때문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 마무리는 물론 그 외 기업 수사도 늘어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수부 재직 당시 근무한 후배 검사들을 인사 때 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검찰 출신 변호사는 “기획통 검사들보다 특수통들은 ‘검찰의 수사로 기업 문화를 개선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며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중용되면, 기업 수사도 전보다 더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지명 직후 “우리 사회에 남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를 뿌리 뽑음과 동시에 시대 사명인 검찰개혁과 조직 쇄신 과제도 훌륭하게 완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힌 탓에 ‘적폐 수사 시즌2’가 새롭게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렇다면 ‘총장’으로서 윤 후보자의 리더십은 어떻게 발휘될까. 평검사 시절에는 강도 높게 소신껏 수사를 벌였지만, 검사장 승진 후에는 후배들의 수사 스타일을 존중하며 큰 틀에서만 수사를 지휘하고 사소한 부분은 크게 개입하지 않았다는 게 윤 후보자에 대한 평이다.
윤 후보자와 인연이 있는 한 검사장은 “평검사 때는 사건의 소소한 디테일까지 다 챙겼다면, 중앙지검장이 된 후에는 밑에서 보고를 올리면 최대한 수사라인의 의지를 다 반영해줬고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큰 문제가 아니라면 넘어가주는 게 윤석열”이라며 “총장이 되어도 같을 것이다. 정부와 의견 조율을 하는 일이 있더라도 밑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할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평가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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