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버스로 잠실 광역 환승센터에서 1시간. 시청에서 1호선 상행 종착역인 소요산, 동두천 또는 양주행 열차로 1시간 그러고도 다시 버스를 타야 갈 수 있는 도시, 양주 옥정신도시는 2기 신도시 중 서울 중심부와 가장 먼 곳으로 꼽힌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서울 집값 폭등을 막기 위해 꺼낸 2기 신도시 카드 중 하나였던 옥정신도시는 교통 인프라 부족, 자족 기능 부족 등의 문제로 저개발의 늪에 빠졌다. 판교의 자족 지구, 위례의 서울 인접성을 가지지 못해 큰 흡입력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2018년 12월, 다시 옥정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2026년 개통을 목표로 7호선 ‘도봉산포천선(양주 옥정∼포천 19.3km) 건설 사업’이 2019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았다. 같은 달, 경기 수원과 양주를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C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지난 13일, ‘예타 허들’을 넘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옥정신도시 중심가는 한산했다. 신축 공사 중인 상가와 아파트 단지는 꽤 있었지만, 상가 전체가 공실에 가까운 건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먼저 자리 잡은 상가건물들은 대체로 1층을 채워냈다. 세운 지 얼마 안 된 8층짜리 건물엔 병원 등 두 곳만 채워져 있었다. 대다수 상가건물이 한 층에 가게 하나만 들어와 있었으며, 높은 층일수록 층 전체가 비어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상가건물의 시행사 영업사원들은 거리를 배회했다.
복수의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런 옥정신도시의 ‘상가 공실현상’ 원인을 상가건물의 건설과 교통 인프라·주거 시설의 확충 사이의 시간차로 꼽았다.
중개업자 최 아무개 씨는 최근 상가임대 경기를 묻자 “그냥 죽겠다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교통 인프라 등이 확보돼 임대업 경기가 나아질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거 다 들어오는 데 하세월이다. 적어도 둘(7호선, GTX-C노선) 다 2026년은 넘어 들어올 텐데 오기 전까지 5년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탄 등 다른 신도시에서도 공인중개사로 일했다는 김 아무개 씨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경기가 나빠 자영업자들이 없는 것 아니겠느냐”며 “강남, 판교도 처음부터 좋았겠나. 주변 단지는 대부분 건설 중이거나 건설 예정이다. GTX, 7호선이 들어오고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 확실히 좋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심지 카페에서 근무하는 A 씨는 “처음 가게가 왔을 때와 매출에서는 큰 변동이 없다”며 “그래도 상가 건물이 늘고 하나둘 프랜차이즈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1년째 운영하는 B 씨는 “경기가 확 좋아지지는 않았다. 그냥 비슷비슷하다”고 했다.
# 다른 곳보다 더 비어있는 행복주택, 민간 아파트는 알쏭달쏭
5월 2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옥정 3단지 행복주택’ 총 1500세대 중 411세대를 추가 모집하겠다고 알렸다. LH는 2월 28일에도 같은 단지 582세대를 추가 모집했다. 전체 공급 세대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추가 모집을 세 달 간격으로 진행한 것이다.
2019년 1월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발표에 따르면, 2018년 7월 말 LH의 행복주택 1만 8353가구(전국) 중 6개월 이상 빈 가구는 2054가구였다. 11.1%의 집이 비었다. 신축다세대(6.39%), 10년 공공임대(2.0%), 영구임대(1.3%) 등 다른 임대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복주택 입주가 저조했다. 이를 고려해도 옥정 행복주택은 저조한 입주율이다.
앞서의 공인중개사 김 씨는 “행복주택의 위치가 옥정신도시 중심지와는 거리가 꽤 있고 면적이 작다”며 “바로 근처에 마트 등 필수 생활권이 형성되면 입주도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민간 아파트 사정은 더 낫다. 금융결제원에 의하면, 2019년 5월 30일 청약 당첨이 발표된 ‘옥정 중흥 S클래스’ 1단지의 경우 806세대 공급에 접수 건수는 968건으로 1·2순위 경쟁률은 1.2 대 1이었고 3단지는 602세대 공급에 1165건으로 경쟁률은 1.94 대 1이었다.
2018년 4월 ‘e편한세상 4차’ 1·2순위 청약 경쟁률은 1.03(공급 1979세대, 신청 2032건)으로 나왔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GTX와 7호선 연장 등 인프라 호재가 경쟁률이 올라가는데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옥정보다 가까운 위치인 남양주 왕숙지구에 3기 신도시 6만 6000가구 공급하는 데 대해 옥정의 여론은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김 씨는 “옥정과 왕숙은 방향이나 거리 측면에서 고양 등 다른 신도시처럼 직접적인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교통인프라 호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봤다.
# 7호선, GTX-C노선은 언제?
양주시 관계자는 7호선 연장공사(옥정~포천)가 빠르면 2022년에 착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도봉산~옥정 구간은 올해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기본계획과 설계 과정에 있다. 그는 “옥정~포천 구간 착공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중이다. 이르면 9월 중에 끝낼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검토 이후 기본 계획, 설계 과정 등을 거쳐 착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7호선 사업은 2026년을 완공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경기도, 포천시와 함께 옥정~포천 철도의 조기착공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도 2026년을 완공목표 시점으로 잡고 있다. 5월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자 적격성 검토 조사를 통과했고, 6월 10일 국토교통부가 내린 ‘사업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기술용역’ 수행자를 선정됐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경기도 전체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측면에서는 타격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양주(옥정)-남양주(왕숙)는 거리가 있고 기존에 투자처로 조명받지 못해 고양의 경우와 다르다”며 “옥정은 교통 인프라로 부상하는 측면이 커서 3기 신도시에 신경 쓸 여력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광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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