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세기에 우리가 상상한 21세기는 로봇이 뛰어다니고 하늘을 날아다니며 인간과 공존해 살아가는 멋진 신세계였다. 하지만 2019년 현재, 우리 주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로봇은 드물다. 공장에는 조립로봇이 있고 일본에도 종종 안내 데스크 로봇이 눈에 띄지만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로봇은 기껏 로봇청소기 정도다. 인간의 발밑을 바퀴벌레처럼 기어 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인다. 더딘 과학기술에 실망은 좀 되지만 로봇에게 지배당하느니 이 정도 상태가 좋을지도 모른다.
로봇청소기는 2001년 일렉트로룩스가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한국의 LG전자, 삼성전자, 유진로봇 등이 뛰어들었고 미국의 아이로봇 역시 로봇청소기를 만들었다. 여전히 로봇청소기들은 개발되지만 발전 속도는 더딘 편이다. 형태도 크게 변하지 않았고 청소 실력도 눈에 띌 만큼 향상되지 않았다. 그래도 꾸준히 로봇청소기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한번 써본 사람들(특히 주부)은 로봇청소기를 ‘이모님(가사도우미를 흔히 이모님이라고 함)’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 편리함에 감탄한다.
최근 들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로봇청소기 브랜드가 있다. 샤오미다. 샤오미는 정말 많은 가전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만족도가 높은 것이 공기청정기와 로봇청소기다. 이번에 로보락 S6라는 새로운 로봇청소기가 나왔다.
그런데 샤오미가 아니라 왜 로보락일까? 로보락은 2014년 설립된 이후 샤오미의 투자를 받고 샤오미 산하 생태계인 미지아(Mijia)의 회원 기업이 됐다. 이들은 샤오와(Xiaowa)와 로보락(Roborock)이라는 두 가지 모델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샤오와, 로보락 역시 샤오미 로봇청소기로 통칭된다. 반면 치후360이라는 모델도 온라인에서는 샤오미 청소기로 팔리고 있는데 이 제품은 샤오미 IoT(사물인터넷) 가전 플랫폼인 미 홈(mi home)이 아닌 자체 앱으로 연동되는 미투 제품에 가깝다. 구매에 혼동이 없기 바란다.
로보락 S6는 크게 보면 미지아 산하 6번째 샤오미 로봇청소기다. 물걸레 청소가 가능하고 맵핑 기술이 향상됐다고 한다. 디자인은 기존 제품들과 큰 차이가 없다. 깔끔하고 심플하다. 사이버틱한 삼성 파워봇이나 내 머리처럼 거대해서 침대 밑 청소가 불가능한 LG R9에 비해 날렵하고 효율적인 디자인이다. 사실 이 두 모델을 모두 리뷰한 적이 있는데 두 제품 모두 좋은 청소실력과 뛰어난 기능을 갖췄다. 다만 물걸레 기능이 없었고 LG R9은 무지막지한 가격이 문제였다.
로보락 S6로 수일간 청소를 진행해본 결과 스마트 기능은 가장 앞선다. 레이저센서로 청소 구역을 설정하는 맵핑이 아주 정확하고 구간설정이나 금지구역 설정 등의 디테일한 설정 기능이 아주 뛰어나다. 일부러 집 안의 탁자나 의자, 잡스러운 것들을 그대로 두고 맵핑을 설정했는데 정확도가 다른 제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사용자는 맵핑한 맵 중에서 로봇청소기가 얼마만큼 청소를 했는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므로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 엉뚱한 곳에서 헤매는 일도 거의 없고 알고리즘도 효율적이다. 이동속도가 살짝 느리지만 물걸레 청소기는 오히려 너무 빠른 것보다는 천천히 닦고 지나가는 것이 더 낫다. 대신 알고리즘이 향상되어 S5에 비해 20% 빠른 청소 속도의 개선이 이뤄졌다고 한다.
청소 실력은 상당히 뛰어나다. 일반적인 마룻바닥은 아주 깨끗하게 청소를 끝내고 카펫도 그럭저럭 청소를 해낸다. 그래도 카펫은 한계가 있어서 로봇청소기가 지나간 후에 다이슨 청소기로 따로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로봇청소기의 강점은 우리가 외출한 시간에도 끊임없이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매일 로봇청소기를 돌려준다면 일주일에 한 번 인간이 직접 청소하는 것에 비해 훨씬 깨끗한 청소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로보락 S6의 가장 큰 장점은 물걸레 청소다. 카펫이 있는 집은 쓸 수 없지만 일반 마룻바닥으로 이루어진 집은 먼지 청소와 함께 물걸레 청소가 되어 청소 만족도가 훨씬 높다. 이 정도면 인간이 대강 청소한 것보다 훨씬 깨끗하게 느껴질 정도다. 단 물걸레 청소를 부착했을 때는 반드시 쓴 후에 물걸레를 분리해 세탁해둬야 한다. 물걸레를 빨아주는 로봇이 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배터리도 상당히 오래간다. 150분 연속 청소가 가능한 5200밀리암페어(mAh)의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실제 청소 시에도 2시간 20분이 넘게 청소가 가능했다. 여기에 E11급 워셔블 필터를 채용해 미세먼지 배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씻어서 쓸 수 있고 소음도 적은 편이다. 단점을 딱히 찾기 힘들 정도로 높은 상품성을 보였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먼지통이 좀 작고 비울 때 먼지를 흘리기 쉽다. 또 리모컨이 따로 없어 대부분의 세부 조작은 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식 수입품인 만큼 한국어 안내 기능이 내장돼 있다. 발음이 좀 강하긴 하지만 한국어로 안내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반가웠다. 재미있게도 영어 안내는 있지만 중국어 안내 기능은 들어 있지 않다.
로보락 S6는 상당히 완성도가 높다. 특히 앱의 활용성이나 맵핑 능력, 청소 실력 등은 단점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원래 가성비가 높은 샤오미지만 이 모델 역시 높은 가성비를 갖췄다. 사실 로봇청소기에 회의감을 가진 사람도 있다. 청소마저 로봇에게 맡기면 인간이 하는 일이 뭐냐고 되묻는다. 그러나 반복적이고 비생산적인 청소 같은 일을 로봇에게 맡기고 인간은 좀 더 생산적이거나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로봇의 존재 이유를 잘 설명한 사례가 있을까? 기술은 이렇게 활용하는 게 옳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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