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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시세 105% 이내' 민간 아파트 분양가 규제에 벌어진 일

3.3㎡당 4000만 원 받으려던 아파트 2310만 원대로…분양일정 미루고 후분양 검토

2019.06.14(Fri) 15:04:22

[비즈한국]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5일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변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개선안에 따르면 앞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최대 10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책정된다. 그간 공공택지 아파트에 적용되던 ‘분양가 상한제’가 사실상 민간 분양 아파트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HUG는 주택시장의 혼선을 방지하고자 2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24일 분양보증 발급분부터 변경된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대상 지역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과천·광명·하남·성남 분당구), 부산(해운대·수영·동래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등 34개 지역이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의 필요성이 제기돼 검토하고 반영했다. 기존 기준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더 합리적인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이 있어 개선안을 발표했다”며 “모든 지역에 심사기준이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번 변경에 따라 현행보다 분양가가 하향 조정될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분양가 기준이 변경되며 건설업계는 분양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며 대안 찾기에 돌입했다.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 갑작스런 분양가 기준 변경, 건설사 분양일정 줄줄이 연기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변경안에 따르면 HUG가 분양보증한 지 1년 이내 아파트가 있을 경우에는 해당 분양가(100%) 이내, 분양보증 1년이 지났으나 준공 전이라면 지역 평균 분양가격의 105% 이내로 분양가를 책정해야 한다. 기존 110%에서 5%포인트(p) 낮아졌다. HUG가 분양보증한 아파트가 없거나 이미 준공된 아파트만 있는 경우라면 유사 단지의 지역 평균 시세 이내에서 분양이 가능하다. 

 

분양가 기준이 변경되며 건설업계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원하는 분양가를 받지 못할 상황에 놓이자 분양일정을 줄줄이 연기하며 대안 찾기에 돌입한 것. 6월 중 일반분양을 예정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는 6월 중순이 다 되도록 분양일정을 확정짓지 못했다. 분양 관계자는 “일반분양이 분양가 협의 때문에 미뤄지고 있다. 6월 중에는 분양이 힘든 상황이고 7~8월 중으로 예상하지만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MBC 부지에 들어서는 브라이튼 여의도 역시 분양일정을 정하지 못했다. 시행사는 분양가로 3.3㎡(약 1평)당 4000만 원 이상을 제시하고 있으나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에 따르면 약 2310만 원대로 책정돼야 한다. 브라이튼 여의도 반경 1km엔 최근 분양한 아파트뿐만 아니라 준공 10년 이내 아파트도 없어 영등포동까지 반경을 넓혀 2017년 10월 분양한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인 2200만 원을 적용하면 그렇다.

 

분양가의 협의점을 찾지 못한 브라이튼 여의도는 아파트 2개 동과 오피스텔 1개 동 중 일단 오피스텔만 7월 중 분양을 시작한다. 시행사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일정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총 1만 2032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이 5000여 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아파트는 하반기 가장 주목받는 재건축 분양이다. 입지나 규모 면에서 뛰어나 재건축 조합에서는 분양가를 3.3㎡당 3300만~3500만 원으로 예상했다. 이곳 역시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 개선에 따라 주변 시세(고덕자이)를 감안해 2500만 원선에서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하반기로 분양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둔촌주공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분양신청을 받던 중 HUG에서 심사기준을 갑작스레 변경해 당혹스럽다. 분양가에 대해서는 확정된 게 없으며 7월 초 시공사와 재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에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여의도 시범아파트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은숙 기자

 

# 분양가 규제 피하기 묘수, 후분양제 검토 중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에 건설업계는 후분양제를 적극 검토하고 나섰다. 후분양제를 선택할 경우 HUG의 분양보증(아파트 완공 전 준공 보증하는 제도)을 받을 필요가 없어 분양가 책정에서 자유롭다. 이렇다 보니 본래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지던 후분양제가 의도치 않게 건설사의 분양가 규제 피하기 꼼수로 악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후분양제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위해 지난해부터 정부가 적극 장려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가 가능한 선분양제가 부동산 투기를 과열시킬 수 있는 만큼, 부실시공, 투기조장 등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여겨졌다. 지난해 6월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후분양제 도입을 장려하는 후분양 로드맵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건설사가 말하는 후분양은 본인들이 원하는 시점, 즉 분양가를 잘 받을 수 있는 좋은 타이밍에 분양하겠다는 의미로 기존의 후분양제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며 “HUG의 분양가 기준 개선안은 제대로 된 후분양을 유도하는 방식도 아니고 어정쩡하다. 분양가가 4000만 원대에 들어선 게 2015년인데 이제와 보여주기 식으로 조금 규제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국장은 “지금 개선안에는 건설사가 피해 갈 구멍이 많다. 선분양을 할 수도 있고 분양 시기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지 않나.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려면 HUG가 아닌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HUG의 분양가 기준 개선안으로 분양가 규제는 가능하겠지만 그것이 집값을 잡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규제와 집값 잡기는 다른 문제다. 결국 또 다시 로또 청약이 나오고 아파트 가격은 오르게 될 걸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그는 “비싸게 아파트를 팔고 싶지만 규제를 하니 후분양이 낫다고 판단하는 건설사가 많다. 후분양 사례가 많지 않아 적극적이지 않을 뿐 몇 년 후 성공사례가 나오면 우후죽순 후분양이 나타날 거다”라며 “그럼 정부는 또 다시 후분양을 규제해, 창과 방패의 대결 같은 구도가 반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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