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현장] '드론 타고 출퇴근' 우버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비즈한국] 드론을 타고 서울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날아간다? 엄청난 부자거나 아주 바쁜 사업가들이나 할 수 있는 일 같지만 이 드론 택시 비즈니스는 꽤 우리 가까이 와 있다. 택시를 탈 정도의 요금이면 하늘길을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차량공유 업체 우버는 6월 1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드론 택시 관련 연례 컨퍼런스인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 2019’를 열고 하늘길에 대한 현재, 그리고 미래의 방향성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비즈니스가 정말 코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이다.

우버의 목표는 2023년까지 온전한 플랫폼 기반의 사용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이다. 지금 우버 차량을 부르듯 드론을 예약하고 탈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우버가 이야기하는 플랫폼이라는 것은 단순히 드론을 타고 이동하는 ‘매칭’이 아니라 이용자, 드론 운영, 관제가 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이용자는 각각의 이동 수단을 따로 신경 쓸 필요 없이 목적지만 찍으면 된다. 집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데 필요한 모든 운송 수단과 관련된 내용들은 우버가 관리해준다. 우버는 이를 ‘복합 항공 라이드셰어링(Multimodal Aerial Ridesharing)이라고 부른다. 평면적인 도로를 넘어 입체적인 이동 방법에 대한 플랫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우버 엘리베이트는 애초 드론을 이용한 운송, 즉 ‘드론 택시’를 꿈꾸는 사업부로 출발했다. 하지만 우버가 단순히 차량을 연결해주는 매칭 서비스를 넘어 차량 이동과 교통 트래픽 관리, 그리고 이를 통해 효율적인 요금과 드라이버 수익 사이의 아슬아슬한 최적값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변화하는 것처럼 우버 엘리베이트 사업부의 목표 역시 이 교통수단들을 효율적으로 이어주는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데에 있다. 날아가는 것만큼 연결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 땅과 하늘의 연결, 복합 항공 라이드셰어링

우버가 그리는 밑그림을 먼저 보자. 서비스의 중심은 항공기, 즉 드론 택시와 관련된 인프라에 있다. 우버는 이번에 ‘우버 에어’에 쓸 항공기에 대한 정보들을 추가로 공개했다. 우버는 직접 개발하는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의 내부와 서비스 형태를 소개했다.

그동안 소개됐던 벨, 보잉 등의 기업 외에 전트 에어 모빌리티(Jaunt Air Mobility)를 새로운 항공기 파트너로 발표했다. 이로써 여섯 가지 드론이 우버의 서비스 플랫품 위에서 하늘을 날게 된다. 적지 않은 투자와 운영비용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이지만 상용 서비스로서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우버는 단순히 하늘을 날아가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친환경, 그리고 조용함과 이를 아우르는 안전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눈에 띄는 것은 안전의 요소에 보안과 프라이버시도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실리콘밸리를 비롯한 기업들이 강조하는 넓은 의미의 보안 개념인데, 우버는 운송 환경에도 밑바탕부터 이 보안 요소들을 깔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고 곳곳에서 강조했다.

이 드론은 수직 이착륙이 기본이다. 하지만 덩치가 꽤 크기 때문에 아무 곳에나 뜨고 내릴 수 없다. 당장은 고층 건물 옥상에 있는 헬리패드를 이용하지만 우버는 2023년 상용화 시점에는 ‘스카이 포트’라고 부르는 전용 터미널을 함께 운영할 계획이다. 거점을 만드는 것이다. 이 스카이 포트는 1시간에 200여 대의 드론이 뜨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된다.

우버가 만들어내는 핵심 가치는 이 세 가지 요소, 그러니까 이용자, 드론, 관제를 효과적으로 연결하는 데에 있다. 우버는 각각의 앱을 통해 간단하게 중요한 부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용자는 목적지와 탑승 예약 시간만 정하면 된다. 이용자 본인 인증과 보딩패스는 드론 앱에 통합된다.

모든 내용은 암호화되어서 카메라로 찍으면 필요한 인증을 거쳐 예약자가 타는지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다. 드론 서비스의 핵심은 요금인데, 효율성을 높이려면 결국 빈자리 없이 운영해야 한다. 우버의 관제 서비스는 수요 조정을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출발 시간을 관리해준다. 전체적인 서비스의 흐름은 차량 서비스와 비슷하다. 

결국 이 시스템을 쓰는 이용자는 복잡한 설정 없이 목적지만 찍으면 된다. 우버의 복합 항공 라이드셰어링은 집을 출발해 스카이 포트까지 우버X를 연결해 주고, 드론을 탈 때 필요한 모든 절차를 앱에서 관리한다. 마찬가지로 목적지의 스카이 포트에 도착한 이후에도 적절한 차량, 혹은 점프의 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를 예약할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목적지까지 가는 모든 여정이 클릭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이다.

당장 모든 서비스가 한 번에 완성되지는 않는다. 우버는 7월부터 미국의 댈러스와 로스앤젤레스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한 ‘우버콥터’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수직 이착륙기는 아니지만 이를 통해 안정적인 항공 이동 플랫폼을 시험하고 최적화할 계획이다. 헬리콥터 서비스가 자리를 잡은 이후 내년 말부터는 전기 모터 기반의 수직이착륙기로 비행 수단을 바꾸어 ‘우버 에어’를 핵심적인 중간 교통수단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 안전, 그리고 정책적 합의

우버 에어의 해외 첫 서비스 국가로 호주 멜버른이 선정됐다. 우버는 지난해 우버 엘리베이트에서 호주, 일본, 인도, 브라질, 프랑스, 다섯 국가 중 한 곳을 선정해 미국 외 우버 에어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우버는 이번 엘리베이트 서밋을 통해 호주의 멜버른을 세 번째 도시로 선정하고 댈러스, 로스앤젤레스와 함께 우선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멜버른의 교통 환경과 IT 기술 유연성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우버가 시범 서비스를 해외에서 함께 운영하는 이유는 미국과 다른 환경에 대한 시험이 가장 크다. 그와 더불어 정부와 인프라 환경에 대해 발을 맞추는 경험, 그리고 사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미국만의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우버 엘리베이트에서 강조되었던 부분 중 하나는 정책과 관련된 부분이다. 정부 기관이, 지역 사회가 드론 택시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 역시 드론에 대해 상당히 깊이 정책을 세우고 있다. 일레인 차오 미국 교통부 장관은 키노트를 통해 “이동 수단의 변화가 사회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를 먼저 내비쳤다. 이미 미국에는 100만 대 이상의 상용 드론이 등록되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에 있다. 제한된 하늘길을 어떻게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도 교통 인프라를 새로 꾸릴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부분은 우버의 복합 항공 라이드셰어링과도 맞물린다. 경제성만 갖춰진다면 드론은 자동차의 역할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하나의 큰 과정인 셈이다. 일레인 차오 장관은 이 안전, 인프라, 미래 기술의 세 가지를 기업들과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범 도시로 호주 멜버른이 선정된 것 역시 호주 정부의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드론, 그리고 우버 에어 서비스는 기존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다. 날 수 있다는 것을 빼고는 아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새로 그리는 것이다. 아니, 아예 헬리콥터를 대신해 드론 택시까지 새로 그리고 있는 것이 이 비즈니스다.

우버와 멜버른은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고 여러 교통수단에 대한 변화를 꾀해왔다. 우버는 “​호주가 우버를 비롯한 기술 기업들을 잘 품어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우버와 정부 기관들도 접근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 이제까지 차량 승차 공유 서비스를 두고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과 떼어놓을 수 없다. 아예 우버 에어에 대해서는 각국 정부와 우버가 공통의 목표를 찾고 합의점을 마련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우버 엘리베이트 서밋 2019는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정보가 공개된 것은 없다. 놀라울 것도 그리 많지는 않다. 다만 그 현실성이 부쩍 가까워졌다는 것이 큰 의미가 된다. 진짜 비즈니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당장 헬리콥터는 7월부터, 드론 택시는 내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클릭 한 번에 탈 수 있게 된다.

그럼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 요금은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당장은 그렇게 저렴하지는 않을 듯하다.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우버콥터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버는 전기 수직 이착륙기가 도입되고, 우버의 효율적인 매칭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빠르게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헬리콥터는 1마일(약 1.6km)을 이동하는 데 약 9달러(1만 1000원)인데 우버 에어는 초기에 5.73달러(6800원) 수준으로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1.84달러(2200원)대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장기적으로는 1마일을 이동하는 데에 44센트(520원)까지 내리는 것이 목표다. 현재 우버X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몇 년 전 우버 엘리베이트는 그저 하나의 실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율주행이 그랬듯 기술은 드론을 눈앞의 현실로 가져왔다. 이제 남은 것은 기술을 어떻게 품을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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