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7년 5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2년 연속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는 서울 아파트 시세를 보면 ‘아파트의 상한 가격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강남구, 서초구의 10년 내 입주 준공 아파트 99㎡(약 30평)의 경우 평균 10억 원 가까이 시세가 상승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런 상승 가격을 보며 정부도, 소비자도 큰 우려를 보였다.
아파트 가격의 상한선은 어디까지일까? 최고 인기 지역인 강남구 신규 아파트의 가격은 한도 끝도 없이 올라갈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가격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지불할 수 있을 정도까지만 상승하고 너무 많이 올랐다는 평가를 받으면 조정된다. 우리나라는 정상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 종사자와 거품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017년 엄청나게 상승했던 주식, 지난 1년 동안 조정 받고 있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강남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였다. 금융권 전문가는 3개 상품의 공통점이 ‘거품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폭등한 주식은 실질 가치는 몇십억 원밖에 안 되는데 시가총액은 몇 조 단위까지 올랐다. 미래가치를 감안하더라도 시장에서 인정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다. 가상화폐의 경우 한국 거래소 시장에는 알 수 없는 블랙박스가 너무 많다는 이야기다. 실제 거래가 되었는지도 확실치 않고, 거래되는 코인 개수가 실제인지도 모르겠다며 의문을 품었다. 코인 기술이 계속 발달해 새로운 대체 상품이 나오고 있는데 기존의 가상화폐만 희소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란 이야기도 덧붙였다.
강남 아파트 가격 역시 거품이라 지적했다. 강남의 미래가치에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느냐는 거다.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없는 가격대라면 결국 투기 세력이 몰린 주식시장이나 가상화폐 시장과 같은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여기서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란 누구를 기준으로 평가한 걸까? 대한민국 일반 국민이 부담 없이 지불할 수 없는 금액은 감당할 수 없는 가격대가 될까? 모든 국민이 수입 자동차를 탈 수는 없다. 경차를 타는 사람도 있고, 수억 원대 자동차를 타는 이들도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시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거품이라고 평가할 순 없지 않은가.
역사적으로 아파트 가격, 특히 서울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이 저렴했던 적은 없다. ‘조선왕조실록’에도 벼슬을 받아 지방에서 상경한 명문가 집안이 한양 집값이 비싸 주변 지역에 집을 구했다는 내용이 있다. 강남 아파트가 다른 지역 대비 비싸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저렴하기 때문에 매매를 하는 게 아니다.
물론 지금 가격이 거품인가에 대해서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거품을 감수하고서라도 실거주하겠다는 수요층이 있다면 더 이상 그것은 거품 가격이 아니다. 실거주하겠다는 수요층도 강남 아파트를 비싸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한 입지 환경과 상품을 제공하는 아파트가 없기 때문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는 것이다.
아무리 인기 많은 강남권 아파트라 하더라도 가격 상승과 하락을 반복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수요가 빠지지 않는다면 우상향 방향성을 보일 뿐이다. 인플레이션(물가인상분) 전후로 말이다.
아파트 시세의 상한선을 알기 위해서는 최고가 아파트 시세를 분석해보는 게 의미 있다. 2019년 6월 현재 가장 시세가 높은 아파트는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이다. 112㎡(약 34평) 기준으로 31억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이 정도 가격을 투자로 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실거주 수요일 가능성이 높다. 이 단지는 실거주층이 가격대를 충분히 검증한 단지라고 판단해도 된다는 의미다.
무조건 거품이라 의심하기보다는 실수요층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인지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그래야 시장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시세 상승에 대한 부정적 생각만 있다면 아무 선택도 하지 못한다. 절대 가격이라는 건 없다. 높든 낮든 가격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시장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팟캐스트 ‘세상 답사기’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부자의 지도, 다시 쓰는 택리지’(2016) ‘흔들리지 마라 집 살 기회 온다’(2015) ‘수도권 알짜 부동산 답사기’(2014) ‘대한민국 부동산 투자’(2017) ‘서울 부동산의 미래’(2017) ‘서울이 아니어도 오를 곳은 오른다’(2018), ‘지금도 사야할 아파트는 있다’(2019)가 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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