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요즘 해외여행 갈 때 필수품이 생겼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다. 비행기 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여 쾌적한 여행이 가능하다. 사실 노이즈캔슬링이 처음 개발된 이유도 비행기 소음 때문이다. 1980년대 루프트한자 항공사가 파일럿을 위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개발을 오디오 회사에 의뢰했고 젠하이저, 보스 등이 개발에 뛰어들면서 대중화됐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원리는 간단하다. 주변 소음을 분석해 헤드폰 내부에서 그 주파수와 반대되는 파형으로 변형시켜 재생해낸다. 결과적으로 파형이 반대인 두 파형이 서로를 간섭하며 노이즈가 최소화되는 원리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주파수대 파형에 대한 노이즈 감쇄 효과는 무척 높다. 그러나 불규칙한 주파수대의 노이즈 감쇄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런데 과학이 발달하면서 AI(인공지능)가 개입됐다. 인공지능이 여러 패턴을 분석해 현재 소음에 최적인 파형을 분석해 노이즈 감쇄 효과를 늘리는 방식이다.
자브라의 새로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엘리트 85h도 이런 ‘스마트’ 노이즈캔슬링 기술이 들어간 헤드폰임을 강조한다. 과연 첨단 기술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의 실력은 어떨지 점검해봤다.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이라고 해도 기본은 ‘헤드폰’이다. 착용감도 매우 중요하다. 헤드폰의 착용감은 자동차의 시트와 비슷하다. 아무리 차가 좋아도 시트가 엉망이면 오래 앉아 운전을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긴긴 비행시간 내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을 착용하려면 착용감이 좋아야 한다.
자브라 엘리트 85h의 착용감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부드러운 이어패드는 상당히 푹신해서 귀를 편안하게 해준다. 사용자에 따라서는 최상의 착용감을 칭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헤드밴드가 머리를 살짝 압박한다. 내 머리 크기는 정상범주를 벗어나는 편이기 때문에 고려하지 못했을 수 있다.
게다가 무게도 296g으로 살짝 무거운 편이라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도 헤드밴드가 푹신해서 시간이 지나면 쉽게 익숙해진다. 정상적인 범위의 머리 크기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인상적인 점은 제품을 패키지에서 꺼내자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오고 블루투스 페어링을 시작한다는 것. 그래서 별다른 조작 없이 스마트폰에 뜬 85h를 연결하자 바로 음악이 나온다. 패키지에서 꺼내고 1분 이내에 세팅 완료다. 많은 무선 제품을 리뷰했지만 이 제품처럼 페어링 스트레스가 없는 제품은 처음이다. 아이폰과 에어팟 연결만큼 심플하다.
이유가 있다. 이 모델은 전원 버튼이 없다. 이어컵을 접으면 전원이 꺼지고 이어컵을 펴면 전원이 켜진다. 일반적으로 무선 헤드폰은 헤드폰을 쓴 후에 전원 버튼을 찾아 더듬거려야 하는데 이 모델은 그런 과정이 없다. 여기에 페어링 된 블루투스 기기가 없으면 페어링까지 자동으로 수행한다. 왜 다른 브랜드는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괜히 엘리트 시리즈가 아닌가 보다.
무선 이어폰에서 또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배터리다. 자브라 엘리트 85h는 배터리 시간도 상당히 길다. 스펙 상 36시간인데 실제로는 일주일 가까이 틈틈이 음악을 들었는데도 배터리가 남아 있어 놀랐다. 만약 하루 7시간 듣는다면 5일 넘게 들을 수 있기에 업무 시간에 듣는다면 주말에만 충전해도 일주일 내내 들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가 하루 7시간 일을 할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문제일 뿐이다.
배터리를 아낄 수 있는 비결이 있다. 헤드폰을 벗으면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음악을 멈춘다. 이 부분도 상당히 스마트하다. 고속 충전 기능도 도입했다. USB 타입C 단자로 15분 충전이면 5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2.5시간만 충전하면 완충된다. 배터리 스펙은 테스트 결과와 거의 차이가 없다.
블루투스는 블루투스5 규격으로 끊김이 적고 긴 배터리 시간을 유지한다. 경쟁 제품들이 블루투스 4.2 버전을 적용한 제품이 많기에 이 부분은 강점이다. 다만 apt-X나 AAC 같은 고음질 코덱을 제공하지 않는다. 경쟁사에 비해 유일하게 뒤떨어지는 스펙이다. 음질 자체가 나쁘지 않아 이 부분을 큰 단점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고음질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음질 얘기를 해보자. 40mm의 유닛을 사용했고 음질 자체만 보면 아주 훌륭하다. 기존 자브라 헤드폰은 저역이 풍성하고 고역의 해상력도 잘 살린 V자 음색에 가까웠지만 이 모델은 중역대가 좋아졌다. 따라서 자브라답지 않은 플랫함이 느껴진다. 이건 자브라의 튜닝 자체가 변한 것보다는 헤드폰 특성에 맞는 튜닝이다.
편의성이 강한 자브라의 무선 이어폰은 V자 음색으로 존재감이 강한 쪽으로 튜닝했다면 헤드폰은 음악감상용에 가까워 중역대를 강조해 보컬과 디테일을 더 살려낸 듯하다. 그래서 맑고 청아한 여성 보컬이나 피아노 소리가 좋아졌다. 상대적으로 저역 존재감은 약해졌고 무대감은 좀 줄어들었지만 자브라 뮤직 앱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므로 사용자 취향에 따라 적당히 조절하면 된다.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기본 음질 자체가 훌륭해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노이즈캔슬링을 여러 상황에서 테스트했다. 대중교통에서는 버스 소음을 거의 완벽하게 잡아낸다. 지하철 소음은 상대적으로 조금 효과가 덜하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창문을 열어놨을 때의 외부 도로 소음의 감쇄 효과도 훌륭하다. 선풍기도 단계별로 강하게 돌려봤다. 낮은 단계에서는 모터 소음을 잘 잡아내지만 약간 고역의 모터 소음은 캔슬링 효과가 다소 약했다.
대신 키보드 소리나 낮은 주파수 대역의 노이즈캔슬링 효과는 아주 훌륭하다.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의 노이즈캔슬링 효과를 가진 제품이다. 소니나 보스 등의 경쟁 제품과 비교하면 낮은 주파수 대역은 앞서고 높은 주파수 대역은 비슷하거나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번에는 ‘스마트사운드’를 켜보았다. 이 모드는 앱에서 별도로 작동을 해야만 한다. 스마트사운드를 실행하자 실시간으로 현재 상태를 분석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적용하는데 소음 제거 효과가 한 단계 더 강해진다. 특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소리나 고역대의 소음까지도 잘 잡아냈다.
지금까지 테스트했던 노이즈캔슬링 헤드폰과 비교해도 가장 우수한 효과를 들려줬다. 자브라는 6000개의 소음을 분석해 최상의 효과로 튜닝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대로 학습된 알고리즘과 일치하는 상황이라면 최상의 노이즈캔슬링 효과를 맛볼 수 있다.
그 밖의 스펙도 상당히 훌륭하다. 8개의 마이크(음성용은 6개)로 통화음질이 훌륭하고 생활방수까지 지원한다. 인공지능 비서(시리, 구글 어시스턴트)의 호출도 가능하고 자브라의 뮤직 앱인 ‘사운드 플러스’는 세세한 옵션과 다양한 환경 설정에 있어 경쟁사를 압도한다.
자브라 엘리트 85h는 상당히 뛰어난 수준의 노이즈캔슬링 효과를 지원한다. 특히 ‘스마트사운드’를 적용했을 때 라디오 DJ가 불규칙적으로 떠들어대는 소리까지 감쇄하는 부분에서는 감탄이 나왔다. 일반적인 무선 헤드폰으로 사용에서도 장점이 많다. 긴 배터리 시간과 생활방수 지원, 블루투스5 규격, 뛰어난 뮤직 앱, 그리고 음질까지. 고음질 코덱을 지원하지 않고 살짝 무겁다는 단점이 있지만 현존하는 헤드폰 중 노이즈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제품이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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