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월 28일 열린 사회적가치 민간 축제 ‘SOVAC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에서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의 김정호 대표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SK 같은 선도적 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은 미흡하다는 내용이었다.
민간기업은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따라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되어 있다. 2019년 기준 민간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은 3.1%이며 미준수 시 부담금을 부과한다. 하지만 SK를 비롯한 주요 기업이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삼성·LG·현대차·SK 4대 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을 점검했다.
# 사회적 가치 외치던 SK, 10대 기업 중 장애인 고용률 ‘꼴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송옥주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SK그룹의 장애인 고용률은 1.63%다. 2018년 법정 장애인 의무 고용률인 2.9%에 한참 못 미친 수치다.
SK는 주요 그룹사 중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서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 기업’이라는 책을 출간하고 주요 계열사의 정관에 사회적 가치 창출 문구를 추가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SOVAC 2019에서 언급됐듯 SK의 장애인 고용률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던 움직임과 달리 SK는 10대 그룹사 중 장애인 고용률 꼴찌라는 오명을 썼다.
SK 지주사인 SK주식회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1% 전후다. 2015~2016년 의무 고용률은 2.7%였지만 SK는 2015년 1.1%, 2016년 0.9%, 2017년 0.9%의 장애인 고용률을 나타냈다. SK하이닉스의 장애인 고용률은 1%에도 못 미친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SK하이닉스는 장애인 고용 인원을 130여 명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고용률은 2015년 0.57%, 2016년 0.59%, 2017년 0.55%에 그쳤다. SK그룹 계열사 중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편에 속하는 SK이노베이션도 1.5~1.6% 수준을 유지할 뿐이다.
SK 관계자는 “회사별 사정에 맞게 채용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 장애인 고용률 개선이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주요 관계사의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SOVAC 2019 이후 장애인 고용률 개선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구체적 주문은 없었지만 이전에도 장애인 고용률에 대한 지적이 있어 내부적으로 신경 쓰는 분위기는 있었다”고 밝혔다.
# 삼성·LG·현대차 장애인 고용률도 2% 수준, 의무 고용률에 미달
2018년 삼성그룹의 장애인 근로자 수는 2만 7602명으로 고용률은 2.14%로 나타났다. 의무 고용률 미달로 삼성에 부과된 부담금만 1326억 3000만 원이다. 삼성전자의 장애인 고용률은 2015~2016년 1.7%, 2017년 1.6%로 집계됐다.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의 장애인 고용률도 1% 수준이다. 삼성SDI의 장애인 고용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5년 0.86%였던 장애인 고용률이 2016년 0.7%, 2017년 0.6%로 하락했다.
LG그룹은 2018년 장애인 고용률이 2.25%로 나타났다. 삼성보다 0.11%포인트(p) 높다. LG화학과 LG생활건강의 장애인 고용률은 1%가 되지 않는다. LG화학 장애인 고용률은 2015년 0.87%, 2016년 0.91%, 2017년 0.81%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도 2015년 0.78%, 2016년 0.7%, 2017년 0.7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소폭이나마 장애인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1.6%에서 2017년 2.1%로 0.5%p 상승했고, 2017년에는 2.3%를 기록했다. 하지만 의무 고용률보다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의 2018년 장애인 고용률은 2.74%다. 4대그룹 중 가장 높은 수치지만 2018년 의무 고용률인 2.9%를 지키지는 못했다. 현대차는 그룹사 중 장애인 고용률이 높은 편이다. 2015년 2.8%였던 장애인 고용률이 2017년 3.63%까지 올랐다. 현대제철은 2%대 장애인 고용률을 유지 중이다. 2015년 2.74%, 2016년 2.7%, 2017년 2.52%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2015년 0.94%, 2016년 1.45%, 2017년 1.36%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 고용노동부 “대기업 장애인 고용률 높이려 부담금 차등제 도입 예정”
고용노동부에서는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준수하지 않는 기업에게 부담금을 부과하도록 강제한다. 또 장애인 고용률이 의무 고용률의 50%(민간기업 기준)에 미치지 않을 경우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으로 명단을 공표한다.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관계자는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 명단 공표는 매년 연말 진행한다. 4월 중 기업에 사전 예고를 하고 6개월간 취업알선, 시설개선비용 지원 등 장애인 고용을 위한 지도를 하는데, 이에 응하지 않는 기업 명단을 공표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단 공표 이후 추가적 제재가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집단 장애인 의무 고용 현황을 발표하며 “장애인 고용 저조 기업으로 명단을 공표하지만,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공시제도 도입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에서도 “기업이 실질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건 부담금 부과”라며 “1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의무 고용 인원에서 미달하는 인원만큼 부담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부담금은 ‘미달 인원×부담기초액×12개월’로 계산되며 부담기초액은 최저임금의 60%에서부터 100%까지 차등 부담한다.
현재로서는 부담금 부과가 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 관련한 가장 큰 제재수단이지만 그 역시 대기업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기업이 매년 몇십억 원에서 몇천억 원의 부담금을 내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평균 임금이 높다 보니 장애인 1명을 고용하는 비용이 부담금보다 더 높게 책정된다. 부담금을 내는 게 낫다고 판단해 고용률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 개선을 위해 고용노동부는 제5차 장애인 고용촉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부담금 차등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 규모에 따라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경해 대기업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앞서의 관계자는 “법률 개정 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용역 등을 통해 부담금 차등제 세부 내용을 정리하는 중”이라며 “이외에도 인식 개선 교육이나 장애인 통합 교육 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며 장애인 고용률 높이기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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