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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포메 순종 12만원" 반려동물 불법판매 여전한 모란시장

"농장에서 사온 건강한 개들만 판매" 호객…성남시 "단속 어려워, 재래시장 고질적 문제"

2019.06.05(Wed) 16:24:25

[비즈한국] 2018년 12월 시장 내 마지막 개 도축업체가 폐업하며 모란시장은 ‘전국 최대 개 유통지’라는 오명을 벗었다. 시장 내 불법 개 도축업체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모란시장은 ‘개시장’이라 불린다. 과거의 유명세 때문이 아니다. 지금도 반려견·반려묘 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까닭에서다. ​동물보호법상 영업신고 없이 반려동물을 판매하는 것은 불법이다. ​‘비즈한국’이 현장을 다녀왔다.

 

6월 4일 방문한 모란시장. 불법 반려견·​반려묘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사진=박해나 기자


# “개 농장에서 왔지만 품질 좋다” 각종 반려견·​반려묘 불법 판매


한 달에 여섯 번, 4일과 9일이 들어가는 날에 열리는 모란시장에 가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상인이 내놓은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유독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다름 아닌 반려동물 판매상이다. 

 

5월 29일 방문한 모란시장 한편에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판매하는 노점상인들이 모여 있었다. 좁은 철창에 갇힌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는 낑낑거리며 몸을 뒤척였고, 행인들은 발길을 멈추고 동물에 관심을 가졌다. 상인들은 관심을 보이는 행인들에게 새끼들을 직접 만져보라 권하기도 하고, 가격을 깎아주며 구매를 유도하기도 했다. 시장 뒤편에 주차된 트럭에서도 강아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장에 내놓지 않은 강아지 10여 마리가 좁은 철창에 갇혀 있는 모습이었다. 

 

6월 4일 다시 모란시장을 찾았을 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한 상인은 새끼 강아지 10여 마리와 고양이 5마리를 판매 중이었다. 이제 두 달을 갓 넘긴 강아지와 생후 1~2개월의 고양이가 철창 안에 있었다. 상인은 “포메라니안부터 푸들, 치와와, 요크셔테리어, 닥스훈트 등 다양한 종이 있다. 가격은 마리당 5만 원에서 13만 원이다. 한 마리 데려가서 키우라”며 구입을 권했다. 

 

6월 4일 방문한 모란시장. 반려견은 2만~13만 원 사이에 판매 중이다. 사진=박해나 기자

 

직접 키운 강아지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저으며 “개 농장에서 사온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혹시 지금 녹음을 하나. 휴대폰을 보여달라”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휴대폰을 보여주고 난 뒤에야 경계를 풀고 “요즘 개 농장은 모두 상호를 달고 판매하기 때문에 품질이 보증된다. 상태가 안 좋은 개를 판매하면 다시는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튼튼하고 건강한 개들만 데려오니 믿고 구입해도 된다”고 말했다. 

 

모란시장에서 판매하는 반려동물 중 상당수가 병들어 있다는 이야기를 의식한 설명이었다. 실제 모란시장에서 반려견을 구입했으나 하루이틀 새 죽었다는 후기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넘쳐난다. 파보장염, 홍역 등의 질병이 있는 반려견을 판매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노점 뒤쪽으로는 종이상자에 갇혀 격리된 강아지도 몇 마리 눈에 띄었다. 상인에게 보여 달라고 하자 “쟤들은 오늘 아침에 보니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따로 분리했다. 여기 내놓은 강아지를 구입하라”고 말했다. 판매 중인 강아지 중에는 털이 듬성듬성 빠진 푸들도 있었다. 상인은 “아기 때 다른 개에게 물려 털이 좀 듬성하다. 털이 빈 곳은 다시 자랄 테니 걱정 말고 데려가라. 저렴하게 주겠다”고 설명했다. 지켜보던 이들 중 한 명이 푸들을 5만 원에 구입했다.  

 

근처 다른 반려견 노점 상인은 삽살개와 고양이 등 10여 마리의 반려동물을 판매 중이었다. 모두 마리당 2만 원이었다. 상인은 “경기도 광주에서 왔다. 직접 키운 개는 아니고 경매로 사왔다”며 “저렴하게 줄 테니 한 마리 가져가라”고 권했다. 구경꾼이 몰렸지만 강아지들이 힘 없이 늘어져 있자 손님을 의식한 듯 계속해서 철창을 흔들기도 했다.

 

강아지 10여 마리를 판매 중인 또 다른 상인은 “다른 장사꾼들은 폼피츠(포메라니안과 스피츠의 혼종)를 포메라니안이라고 속여 판매한다. 여기는 모두 순종 포메라니안”이라며 “한 마리에 12만 원에 가져가라. 이 강아지들 숍에 가서 사려면 40만 원은 넘게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6월 4일 방문한 모란시장에서 판매 중인 반려동물은 50마리가 넘었다. 사진=박해나 기자

 

# 지자체 의지·​법 개정 필요하다는 동물단체, 성남시는 “재래시장의 고질적 문제일 뿐”

 

이날 모란시장에서 판매 중인 반려동물은 50마리가 넘었다. 개 농장에서 데려온 생후 1~2개월의 어린 새끼다. 일부 동물단체가 시장 내 반려동물 불법 판매를 적극 감시해 판매가 줄었던 적도 있지만 최근 감시가 소홀해지며 반려견·​반려묘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모란시장 감시에 나섰던 동물권단체 케어 관계자는 “단속을 나갈 때만 불법 판매가 주춤할 뿐이다. 동물보호법이 ‘반려 목적’의 동물 판매만 불법으로 간주하다 보니 상인들도 법망을 피하려 반려동물이 아니라고 핑계를 댄다”며 “현재는 상황이 어려워 당분간 단속이 어렵다. 또 우리가 단속을 나가도 상인들을 설득하는 수준밖에 안된다.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적극적 의지와 법률 개정 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물자유연대 역시 같은 입장이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계속해서 지자체에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만, 지자체가 상인들을 고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상인들이 반려 목적 동물이 아니라고 회피하니 위법 여부를 가리기 어렵다고 하거나, 장날에만 판매해 지속적 판매가 아니라는 등 이런저런 핑계로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않는다”며 “지자체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 개선할 수 있지만 움직이도록 하는 게 쉽지 않다. 법 개정 등을 통해 보완이 필요하고 시민들도 문제 제기를 하며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란시장 관리를 담당하는 성남시는 ‘재래시장의 고질적 문제’라는 답변을 전할 뿐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단속을 나가긴 하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 우리도 경찰에 고발해야 하기 때문에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야 하는데, 상인들이 알려주지 않고 도망을 치니 실제로는 단속이 매우 어렵다”며 “모란시장뿐만 아니라 전국 재래시장의 고질적 문제가 아닌가. 인력의 한계도 있고, 강제로 쫓아내기도 어렵다. 현재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한 상태지만 빠르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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