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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 현장] 아이패드OS는 아이폰과의 '포스트 PC 독립선언문'

아이폰보다 맥에 가까운 변화 도모…생산성 도구로서 아이패드의 편의성 극대화

2019.06.04(Tue) 17:22:47

[비즈한국] 이번 ‘WWDC 2019’​ 키노트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세 가지 중 하나는 바로 아이패드다. 기기는 없었지만 운영체제 업데이트 하나로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는 기기가 됐다. 아이패드 역사상 가장 극적인 변화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이패드는 이제 명확히 애플의 컴퓨터 중 하나가 됐다.

 

그래서일까? 아이패드와 마우스는 이번 WWDC에서 가장 기대를 불러 모았던 요소 중 하나다. 아이패드OS13에서 마우스를 쓸 수 있을까?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화살표 모양의 커서로 아이패드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용도는 아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접근성을 풀어낼 수 있는 포인팅 장치로서의 마우스가 적용됐을 뿐이다. 아직 공식적인 입력장치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패드의 진화가 늦은 것은 아니다.

 

애플은 오랫동안 아이패드에 컴퓨터라는 의미를 부여해왔다. 사실 아이패드는 시작부터 ‘포스트 PC’로 불렸다. 애플은 서서히 이 아이패드에 앱 생태계를 만들고 액세서리를 더해가면서 ‘생산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그 밑그림은 지난해 아이패드 프로 3세대에서 완성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이패드 프로의 진짜 모습은 새 운영체제, 아이패드OS13 뒤에 숨어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바뀌고 있는 아이패드의 의미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애플이 아이패드 전용 운영체제인 아이패드OS13을 발표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아이패드OS는 왜 iOS에서 독립했을까? 이유는 명확하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너무 달라졌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키노트에서 “아이패드가 독특한 입지를 갖게 되면서 독자적인 기기로 구분하고, 그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아이패드의 뿌리는 분명히 아이폰에 있다. 2010년 첫 아이패드의 운영체제는 ‘아이폰OS 4.0’을 품고 나왔다. 말 그대로 아이폰의 운영체제를 쓰는 기기였다. 앱 생태계가 자리잡히지 않았던 초기에는 아이패드를 두고 ‘커다란 아이팟’이라고 놀리는 목소리도 있었다. 애플은 이듬해 아이패드2를 내놓으면서 아이폰OS를 iOS로 바꾸었다. 운영체제의 개념을 더 넓힌 것이다. 그리고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팟 터치까지 이 기기들은 이른바 ‘i 기기’로 불렸다. 충분히 합리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아이패드는 기대 이상으로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됐다. 프로그램들은 기술적으로 똑같은 조건에서 개발되지만 큰 화면을 이용하는 아이패드용 앱은 어딘가 달랐다. 운영체제와 앱이 같아도 화면이 다르고, 그 화면을 다르게 쓰는 것이 가치를 만들어냈다. 반도체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PC 못지않은 성능을 내는 프로세서가 개발되는 것도 아이패드를 다르게 만들어낸 부분이다.

 

아이패드 화면에 여러가지 앱을 띄우는 멀티태스킹에 제약이 사라져서 같은 앱을 두 개 열 수 있게 됐다. 사진=최호섭 제공

 

아이패드는 아이폰에서 갈라져 나왔지만 어느새 맥북과 비교되는 기기가 됐다. 아이패드와 맥북이 운영체제나 프로세서가 통합될 것이라는 소문도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두 기기의 환경이 점점 비슷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지난해 WWDC를 통해 크레이그 페더리기 부사장이 “​두 컴퓨팅 환경의 통합은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그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오히려 애플은 두 환경을 더 밀접하게 붙이기 시작했다. 애플에게 아이패드는 맥과 다른 영역을 맡는 또 하나의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WWDC에서 소개된 ‘프로젝트 카탈리스트’는 아이패드용 앱을 맥OS용으로 손쉽게 옮길 수 있는 개발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애플 내부에서 시험 삼아 몇 가지 앱에 적용됐지만 올해 WWDC를 기점으로 모든 개발자에게 카탈리스트가 열렸다. 개발자가 해야 할 일은 기존에 만든 앱을 완성할 때 ‘맥OS’ 칸에 체크하는 것뿐이다. 물론 세세한 조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기본 소스가 거의 그대로 작동한다. 에뮬레이터도 아니고 아예 맥용 앱으로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iOS에서 금기시되던 파일 관리와 외장 저장장치 연결이 풀렸다. 용도는 기대와 조금 다르지만 심지어 마우스도 연결을 할 수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이 개발 환경의 통합은 곧 맥에서 쓸 수 있는 앱이 늘어난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아이패드가 업무에 많이 쓰이면서 오히려 기업용 앱이나 업무용 앱이 맥에는 없고 아이패드에만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탈리스트를 통해 앱 환경을 통합하면 맥용 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두 기기는 구조적으로 전혀 다르지만 애플이 뒤에서 그 부분을 맞추어 놓으면 이용자가 앱을 쓰는 환경은 맥과 아이패드가 거의 비슷하다. 

 

​김정 ​코드스쿼드 대표는 키노트 직후 “이제 아이패드에서 직접 코딩을 할 수 있는 단계 직전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만큼 양쪽 운영체제는 더 밀접해지고, 기기 자체의 성능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애플이 아이패드에 더 많은 것을 열어주고 있다.

 

아이패드를 맥의 보조 디스플레이로 쓸 수 있는 ‘사이드카’는 더 묘하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옆에 둔 아이패드가 맥의 모니터가 된다. 이렇게 화면을 쏴주는 것은 듀엣 디스플레이 같은 앱으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드카는 조금 다르다. 아이패드는 단순히 모니터가 아니라 입력장치 역할도 하게 된다. 아이패드의 키보드로 맥OS용 워드프로세서에 글자를 입력하고, 애플 펜슬로 포토샵 사진 편집을 할 수 있다. 

 

애플의 말대로 두 환경은 하나로 통합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보면 사용자 경험 면에서는 급격히 통합되고 있다. 애플이 할 일은 늘었지만 개발자와 이용자는 더 편한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아이패드 OS로 아이폰과 분리되면서 앱 배열이나 화면 구성도 달라졌다. 이제 아이패드는 아이폰보다 맥에 가까운 기기다. 사진=최호섭 제공

 

여전히 아이패드와 맥의 OS 통합, 프로세서 통합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지금 아이패드에 맥OS를 올리는 것만이 통합은 아니다. 엄밀히 따지면 두 환경의 프로세서 사이에는 여전히 커다란 장벽이 있다. 지금의 통합은 경험에 달려 있다. 각 기기의 성격은 명확하고,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운영체제다. 

 

이를 억지로 통합하면 오히려 역으로 기기의 특성이 흔들리게 마련이다. 애플은 각 기기가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경험의 통합을 하고 있고, 이번 아이패드OS와 맥OS는 그 과정을 밟아나가는 전환점이 된다. 아이패드를 다르게 봐야 할 때다.​ 

미국 산호세=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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