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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 현장] 애플 OS 쉽게 더 쉽게 'WWDC 2019' 총정리

운영체제 세분화로 전문성, 효율성 강화에 초점…새 하드웨어 맥프로 '깜짝 공개'

2019.06.04(Tue) 16:11:13

[비즈한국]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 WWDC가 6월 3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산호세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애플은 올해도 OS(운영체제) 중심의 기술과 비전을 설명하는 키노트로 이벤트를 시작했다.

처음은 애플TV의 tvOS다. 애플TV는 큰 변화보다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애플TV는 키보드가 없는 기기이기에 콘텐츠를 검색하기보다 추천 콘텐츠를 잘 골라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TV는 리모컨으로 간단히 선택해 보는 기기이니 자연스럽게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것이 곧 더 많은 콘텐츠를 보게 하고,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높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WWDC 2019 키노트에서 첫 인사를 하는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 사진=최호섭 제공


# 애플TV, TV의 개인화에 손 내밀어

애플은 이를 위해 애플TV 이용자를 전환할 수 있도록 했다. 가족 구성원을 전환해 개개인에 맞는 콘텐츠로 첫 화면을 채우는 것이다. TV는 공통의 기기지만 결국 모든 서비스는 개인화가 중요한 과제다. 새 tvOS는 이 숙제를 효과적으로 풀어냈다.

또한 애플은 애플TV를 게임 플랫폼으로도 강조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컨트롤러에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 콘트롤러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의 듀얼쇼크4를 애플TV에 연결해서 쓸 수 있다. 그동안 애플은 MFi라는 독자 인증을 거친 제품만 연결해서 쓸 수 있도록 했는데 그 만족도가 썩 높지는 않았다. 이번 업데이트로 게임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트롤러들을 끌어안았다는 점은 게이머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두 번째는 워치OS다. 워치OS는 여전히 건강과 활동에 대한 부분을 강조했다. 먼저 새로운 워치 페이스 다섯 가지가 공개됐다. 특히 앱들이 주는 정보를 띄워주는 컴플리케이션이 도드라지는 워치페이스들이 추가됐다. 매 정시를 소리와 진동으로 알려주는 탭틱 차임도 작지만 재미있는 기능이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는 애플의 전체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3개의 축이다. 사진=최호섭 제공


# 애플워치, 독립성 갖는 기기로 자리매김

애플워치의 가장 큰 변화는 ‘독립성’에 있다. 아이폰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번에도 녹음을 하는 음성메모가 애플워치에서 직접 녹음과 저장이 이뤄지고, 계산기도 더해졌다. 무엇보다 아이폰이 없어도 앱이 직접 오디오를 스트리밍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에는 팟캐스트와 애플뮤직에 이 기능을 더했는데 API로 만들어 서드파티도 이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셀룰러 모델의 경우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거치지 않고 애플워치용 앱을 직접 내려받을 수 있는 앱스토어도 더해졌다. 애플워치의 역할과 위치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건강에 대한 부분은 데이터 관리가 먼저 소개됐다. 활동이나 운동에 관련된 정보를 오랫동안 상세하게 관리하는 것이다. 1년의 정보를 모아 운동량, 활동량 등을 추적하고, 심박수나 건강 관련 데이터도 학습해서 정상 범위를 기억하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소음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주변 환경과 청각 보호를 연결지을 수 있는 항목도 생겼다. 소음은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애플워치의 정보창에 띄울 수도 있다. 또한 여성들의 생리주기를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항목도 더해졌다. 물론 이 모든 정보는 애플을 비롯해 외부에 전송, 공유되지 않는다.

스마트워치가 시장에 나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고 여러 경쟁사들이 뛰어들었지만 애플 워치가 계속 독주할 수 있는 이유는 꾸준한 운영체제 업데이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최호섭 제공


# iOS, 성능과 사용성 개선

iOS는 버전 13으로 업데이트됐다. 소문으로 돌았던 다크 모드가 더해져서 흰색 배경 대신 검은색 배경을 볼 수 있다. 눈부심이 덜하기에 어두운 곳이나 밤에 화면을 보기에 편해진다.

전반적으로 성능도 좋아졌다. 최적화가 다소 답답하다는 인식을 주었던 페이스ID는 얼굴을 읽고 잠금을 푸는 과정이 30%가량 빨라졌다. 앱의 크기도 줄어든다. 새로 내려받는 앱은 50% 정도, 업데이트되는 앱도 60% 정도 줄어든다. 이는 앱에서 해당 기기에 대한 부분만 뽑아내서 전송해주는 기술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앱이 작아지는 만큼 로딩 속도도 빨라져서 앱이 2배 정도 빨리 실행된다.

지도는 크게 개선됐다. 애플은 아예 지도를 새로 만들었고, 지도 속 정보를 더 높은 해상도로 그려냈다. 특정 위치의 실제 사진을 360도로 보여주는 스트리트뷰도 더해졌다. 이는 지도 서비스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지만 3D 효과가 꽤 볼만했다.

벌써 13번째 메이저 업데이트가 이뤄진 iOS. 아이폰은 iOS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최호섭 제공


애플 로그인은 페이스북이나 구글,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계정을 이용해 서비스에 로그인할 수 있게 하는 소셜 로그인 기술이다. 애플도 이 시장에 뛰어드나 싶겠지만 애플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용자를 구분해서 서비스에 접속은 하지만 이용자가 누구인지 서비스 공급자가 식별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 있다.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야기다. 

특히 서비스들이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피해 익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랜덤하게 이메일을 만들고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서비스 공급자는 이메일로 로그인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현실에서 누구인지 구분할 수 있는 실마리를 주지 않는 기능이다. 애플이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앱들도 가다듬어졌다. 화면 구성이 달라지기도 했고, 사진의 경우 스튜디오처럼 조명 효과를 소프트웨어로 더할 수 있고, 포토샵처럼 사진의 밝기, 콘트라스트 등을 세세하게 만질 수도 있게 됐다. 특히 이 모든 편집 효과가 사진뿐 아니라 동영상에도 적용된다. 방향이 잘못 찍힌 동영상을 90도 회전하는 것도 된다.

# iOS 벗어나는 아이패드, ‘독자적 의미 갖는 기기’

아이패드용 iOS는 아이패드OS로 독립된다. 팀 쿡 CEO(최고경영자)는 “아이패드는 자체적인 입지를 다지게 됐고 독자적으로 의미를 갖는 기기가 됐다”며 운영체제의 구분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패드 프로의 등장 이후 아이패드는 아이폰과 급격히 다른 길을 걷게 됐고, 큰 화면을 이용하는 차별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다. 사실상 같은 앱을 돌릴 수 있다는 것 외에는 점점 공통점이 사라지는 게 바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다.

화면을 여러 앱으로 나누어서 쓰는 스플릿뷰가 개선돼서 똑같은 앱 두 개를 띄울 수 있게 됐다. 문서를 두 개 열어놓고 작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애플이 만든 앱 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처럼 서드파티 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애플은 올해 새롭게 아이패드OS를 발표하면서 그간 아이폰 iOS 운영체제를 공유하던 아이패드의 본격적인 차별화를 도모했다. 사진=최호섭 제공


외부 기기 연결과 파일 관리도 더 유연해졌다. USB메모리나 SD카드 등을 직접 연결해서 파일 관리 앱에 복사할 수 있게 개선됐다. 디지털카메라를 직접 연결해서 파일을 복사하는 것도 된다. 파일 관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도 자유로워졌다. 전체적으로 파일 관리는 맥의 파인더 못지않게 자유로워졌다.

전체적으로 아이패드OS를 통해 아이패드는 아이폰보다 맥에 더 가까워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애플은 지난해 두 기기를 똑같은 운영체제로 묶는 일은 절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아이패드는 아이패드대로, 맥은 맥대로 가되, 경험을 비슷하게 가져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글꼴이다. 아이패드OS13은 앱스토어를 통해 글꼴을 추가할 수도 있다. 글꼴은 콘텐츠 생산성에 중요한 부분이다. 애플이 아이패드를 어느 기기에 가깝게 보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커서를 옮기는 방법도 더 직관적이고 간단하게 바뀌었다. 더 생각하는 대로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애플펜슬은 응답속도를 20ms(밀리초)에서 9ms로 끌어올렸다. 이는 아이패드 프로뿐 아니라 모든 아이패드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부분이다. 소문이 돌았던 마우스는 연결이 되긴 하지만 공식적인 입력장치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고 장애인들이 아이패드를 더 쉽게 다룰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포인팅 장치 역할을 한다.

# 맥 프로, ‘전문가 위한 진짜 워크스테이션’

오랜만에 하드웨어도 공개됐다. 바로 오랫동안 언급됐던 전문가용 ‘맥 프로’다. 맥 프로는 애플의 자존심과 같은 기기다. 기존 제품이 디자인적으로는 우수했지만 모듈형 업데이트가 어려웠고, 열처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로 애플은 내부를 업데이트하는 대신 새로운 폼팩터를 꺼내놓겠다고 예고했던 바 있다. 6년 만의 업데이트이긴 하지만 맥 프로는 확실히 전문가용 컴퓨터라는 인식을 심었다.

최대 28코어, 56쓰레드를 처리하는 제온 프로세서를 쓸 수 있고, 메모리는 6채널로 12개 슬롯을 가득 채우면 1.5TB까지 꽂을 수 있다. PCI익스프레스 슬롯은 8개로, 그래픽카드는 AMD의 RX580프로부터 베가2 듀오를 두 개 꽂는 것까지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맥 프로의 성능을 단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8k 동영상 편집이다. 아직까지 8k 동영상은 원활하게 편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맥 프로는 8k로 기록된 프로레스 로(ProRes Raw) 파일을 세 개까지 동시에 처리한다. 이를 위해 별도로 영상을 처리하는 애프터버너라는 애드온 카드를 꽂을 수 있다.

고성능 모니터인 ‘프로 디스플레이 XDR’도 함께 공개됐다. 6k 해상도를 내는 32인치 디스플레이다. DCI-P3 색 공간과 HDR을 표현할 수 있다. HDR 모니터에서 가장 중요한 밝기는 1000nit(니트)까지 올라가고, HDR 콘텐츠를 재생할 때 가장 밝은 부분은 1600nit까지 표현된다. 일반적인 모니터가 300nit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밝기다. 맥 프로는 이 모니터를 6대까지 연결해서 쓸 수 있다. 프로 디스플레이 XDR 모니터의 가격은 4999달러(590만 원)부터, 맥프로는 5999달러(709만 원)부터 매겨진다. 출시는 올 가을로 예고됐다.

여전히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지언정 당대 최고의 강력한 컴퓨팅 파워는 전문가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진=최호섭 제공


# 맥OS, 애플의 모든 플랫폼 끌어안는 그릇

마지막은 맥OS. 맥OS의 버전은 10.15로 코드명은 ‘카탈리나’​다. 캘리포니아의 조용한 섬 이름을 땄다. 맥OS는 이제 급격한 변화보다 자연스러운 플랫폼의 중심을 잡는 데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눈에 띄는 변화는 아이튠즈의 역할이다. 맥의 콘텐츠를 통합 담당하던 아이튠즈는 그 역할을 아주 단순하게 만들어서 세 가지 앱으로 구분했다. 음악, 팟캐스트, TV다. 

음악은 애플뮤직을 중심으로 하지만 기존 아이튠즈의 음악 구매도 품고 있다. 아이폰의 백업도 음악 앱에서 처리한다. 다만 아이폰, 아이패드는 최근 기기보다도 아이클라우드에 백업하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기기를 맥에 꽂았을 때 아이튠즈를 띄우고 동기화하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떼어냈고, 이용자가 원하면 이전처럼 백업할 수도 있다.

아이튠즈와 TV는 아이패드, 아이폰의 앱을 떠올리면 쉽다. 따져보면 아이튠즈는 본래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쉽고 단순한 화면으로 돌아갔고, 팟캐스트와 TV 앱 역시 빠르게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하는 앱으로 만들었다. 앱 활용성은 훨씬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를 보조 디스플레이로 쓸 수 있는 ‘사이드카’ 기능은 소문과 거의 같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근처에 있는 아이패드와 무선으로 연결해서 외부 모니터에 연결한 것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키보드나 애플펜슬 같은 아이패드의 입력 장치도 이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에 맥OS가 뜨는 일은 없겠지만 비슷한 경험을 만들어낸 셈이다. 특히 태블릿처럼 쓸 수 있는 그래픽 앱들은 맥의 OS, 성능에 아이패드의 입력장치를 더해 이전에 없던 작업 환경을 만들어준다. 그래픽 전문가들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WWDC는 애플 생태계에 참여하는 전 세계 개발자가 모인 행사인 만큼 개발 환경에서의 개선된 점 역시 빼놓지 않고 다뤄졌다. 사진=최호섭 제공


# 앱 개발 환경 ‘더 쉽게’

이번 컨퍼런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코 앱 개발 환경에 대한 이야기다. 애플은 지난해에 아이패드용 앱 중 주식, 음성메모 등을 똑같이 맥OS에도 넣었다. 단순히 모양을 닮은 것이 아니라 똑같은 앱을 구동할 수 있는 환경을 심은 것이다. 그리고 올해 2019년부터 외부 앱 개발자들도 아이패드용 앱을 맥OS용으로 바꿀 수 있는 기능을 넣겠다고 했다. 이른바 ‘프로젝트 카탈리스트’다.

맥OS 카타리나에는 카탈리스트 프레임워크가 들어가 있어서 기존 앱을 컴파일할 때 옵션 하나를 더하는 것으로 간단히 맥용 앱이 함께 만들어진다. 에뮬레이터가 아니라 실제 돌아가는 앱이다. 맥과 아이패드는 구조가 전혀 다르지만 똑같은 앱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맥용 앱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개발언어인 스위프트에도 큰 변화가 더해졌다. ‘스위프트 UI’는 앱의 디자인 프레임워크를 아주 간단하게 짤 수 있는 도구다. 마우스로 필요한 것들을 끌어다 놓는 것으로 앱의 기본 디자인을 짤 수 있다. 이를 통해 앱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신규 앱 개발의 장벽을 낮출 수도 있다. 키노트 전체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내용이기도 하다.

애플이 추구하는 것처럼 취미로, 또 각자의 목표를 위해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대중화의 문을 여는 셈이다. 이미 스위프트는 지난 5년 동안 45만 개의 앱을 만들어냈고,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기존 오브젝티브C의 개발 환경을 완전히 대체하게 됐다. 스위프트 UI를 통해 더 쉽게 앱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고리가 완성되는 셈이다.​

미국 산호세=최호섭 IT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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