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엔터테인먼트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사정당국이 제대로 칼을 겨누게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압수수색을 당한 곳도 있고(옛 로엔엔터테인먼트), 수사가 예정된 곳(YG엔터테인먼트),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곳(SM엔터테인먼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급성장하는 동안 함께 따라가지 못한 ‘시스템’의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 멜론, 저작권료 가로챈 의혹
서울동부지검 사이버수사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지난 5월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카카오엠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카카오엠 사무실에 들이닥쳤지만, 사실 전신인 로엔엔터테인먼트 시절 문제에서 비롯된 수사다. 2004년 SK텔레콤 사내 서비스로 시작된 멜론(운영 회사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이 유령 음반사를 만드는 등의 방식으로 저작권자들에게 돌아갈 저작권료를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가 포착된 것. 2009~2011년에 저작권료의 10~20%를 가로챈 의혹인데, 수십억 원 규모로 알려졌다.
검찰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특수 라인이 수사에 착수한 점을 감안할 때, 한두 달 안에 수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YG도 사정당국 수사설 무성
로엔엔터테인먼트보다 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YG엔터테인먼트(YG)다.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의 성접대 의혹 등이 제기됐고 경찰도 내사에 나섰다. 그 외 사정당국 안팎에서 “수사는 시간문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혹이 산적하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대표하는 SM엔터테인먼트도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이 야기됐다. 2000년대 초중반 증권거래소 상장과 함께 급성장했지만, 이익을 일부 핵심 주주들이 편취하던 고질적인 문제들이 이제 와서 터졌다는 평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찰과 국세청 등의 수사를 받고 있는 YG. 첫 칼은 국세청이 뽑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3월 중순, YG를 대상으로 전격 조사에 나섰다. 당시 국세청 조사관들은 재무 담당부서뿐 아니라 공연마케팅, 신인개발 등 여러 부서에서 관련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연스레 국세청이 YG 측이 해외공연 수익을 역외탈세 한 정황을 포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경찰은 최근 불거진 양현석 대표의 성접대 의혹을 확인 중이다. 앞서 지난 5월 27일 MBC TV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제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양 대표가 동남아시아 재력가 2명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보도했다. 양 대표는 “만나기는 했지만 접대는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으나 경찰청은 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접대 관련) 제보 내용을 확인했고 내용에 따라 사실관계 확인 조사 단계에 있다. (내사를)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승리와 버닝썬 논란 이후 YG 관련 첩보 모으기에 집중했던 사정당국의 움직임이 본격 수사로 확산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당시 YG가 다양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있었는데, 승리 논란 이후 이런 부분에 범죄 첩보 수집이 집중적으로 이뤄졌고 성 접대 의혹도 수집된 정보들과 비슷한 흐름”이라며 “비록 언론 보도에서 시작됐지만 YG는 이 밖에도 의혹이 많아 문제가 더 확산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 SM은 일감 몰아주기 지적
엔터테인먼트 회사 큰형 격인 SM엔터테인먼트(SM)도 곤혹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SM은 지난해 창업자인 이수만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라이크기획에 음악 자문 등의 명목으로 145억 원을 지급했다. 지난 10년간 누적 지급액이 810억 원이 넘는데, 이 금액과 서비스가 공정한지 의혹이 제기됐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비판도 커졌다.
SM이 2000년 상장 이후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은 탓에 비판은 더 확산되고 있다. 앞서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수천억에서 수조 원 규모로 가치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 시절에나 용납될 법한 ‘문제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했던 것들이 이제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흐름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상장부터 여러 산업 영역으로 진출하는 과정까지 잡음이 적지 않았던 게 엔터테인먼트 산업군”이라며 “털면 문제가 될 것이 많은데 승리 사건 등을 기점으로 수사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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