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알라딘을 실사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제 경우 처음에 좋은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을 굳이 실사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제 걱정보다 우수했습니다.
알다시피 알라딘은 ‘디즈니 르네상스’라 불리는 1980~1990년대 디즈니 뮤지컬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뮤지컬 음악이 주인공의 모험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이 음악을 멋지게 바꾼 방법은 무엇일까요?
우선 신곡을 붙였습니다. ‘라라랜드’의 가사, ‘위대한 쇼맨’ 음악 제작에 참여했던 벤지 파섹과 저스틴 폴이 기존 알라딘 음악을 작곡했던 앨런 맥켄과 함께 새로운 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기존 느낌은 살리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뮤지컬 영화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함이었죠.
신곡 중에는 ‘스피치리스(Speechless)’가 눈에 띱니다. 자스민 공주의 신곡인데요.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습니다. 기존 디즈니 전성기 애니메이션에서 공주는 남자 주인공의 구출을 기다리는 수동적 존재로 그려졌습니다. 선하고 아름답기는 했으나, 무엇을 원하는지 불명확했죠.
리메이크 영화에서는 달라졌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싸울 준비가 된 캐릭터로 바뀌었습니다. 여전히 알라딘의 여인이라는 중요 역할을 띠지만, 자스민도 구출만 기다리지 않고 나름대로 활약을 합니다.
자스민 역을 맡은 나오미 스캇이 부른 ‘스피치리스(Speechless)’. 가수로 활동했던 나오미 스캇의 가창력과 연기력이 돋보인다.
달라진 캐릭터는 세상이 변화했음을 보여주면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합니다. 익숙한 알라딘의 결말을 전혀 다른 경로로 보여줘서인데요. 이 모든 변화를 가사로 담은 곡이 ‘스피치리스’입니다. 디즈니는 이번 영화에서 유일하게 이 음악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곡이라는 말이겠죠. 애니메이션을 영화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에 맞게 재해석했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새롭게 재해석한 캐릭터는 자스민만이 아닙니다. 지니도 그렇습니다. 원작에서 ‘지니’는 충격적인 캐릭터였습니다. 지니 역할을 맡았던 로빈 윌리엄스 특유의 스탠드업 연기가 강렬히 반영됐습니다.
로빈 윌리엄스의 지니 연기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전설적이라, 누가 해도 비교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디즈니는 아예 비교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택했습니다. 흑인 배우 윌 스미스를 지니 배역에 둔거죠. 처음엔 윌 스미스조차 로빈 윌리엄스와의 비교를 걱정해 거절했다고 합니다. 꾸준한 설득 끝에 윌 스미스는 지니 역을 수락했습니다.
윌 스미스는 지니를 로빈 윌리엄스와 전혀 다른 존재로 만들었습니다. 스탠드업 코미디가 돋보였던 로빈 윌리엄스 대신, 래퍼로 데뷔했던 경력을 활용해 힙합 요소를 적극 끌어들였습니다. 기존 히트곡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에 팝 랩을 끌어들여 원곡이 떠오르면서도 힙합 분위기가 가미되도록 재해석했습니다. 윌 스미스가 부른 다른 곡에서도 원곡을 존중하면서 힙합 느낌을 최대한 살려 원작이 덜 떠오르도록 바꿨지요. 멋진 코믹 연기와 춤,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노래까지 보여주면서 우리가 원하던 지니의 유쾌한 모습을 살리기까지 했습니다.
윌 스미스의 ‘프렌드 라이크 미(Friend Like Me)’.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래퍼였던 윌 스미스의 재능을 적절하게 살린 곡이다.
래퍼 출신의 영화배우가 지니라는 사실은 새로운 의미도 부여했습니다. 극중에서 주인이 마지막 소원을 빌자 수갑이 풀리며 자유를 얻고 (원작과는 달리 마법은 쓰지 못하는) 사람이 되는데요. 지니가 흑인 배우가 되자 ‘흑인 노예 해방’을 연상시키는,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냈습니다.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진행 중입니다. 신데델라, 정글북, 미녀와 야수 등은 발전된 기술과 함께 원작을 연상시키는 배우를 활용했을 뿐 내용에 새로움은 없었습니다. 알라딘은 다릅니다. 배역에 새로운 맥락을 부여했습니다. 가사를 통해 캐릭터 간의 새로운 맥락을 풍성하게 표현했죠. 음악적으로도 전혀 다른 음악을 보여줬습니다.
신작 영화의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디즈니 영화 중 유일하게 ‘그래미 올해의 노래’ 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노래인 만큼 재해석 없이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렇다고 과하게 변화를 준 건 아닙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가 기억하던 ‘알라딘’입니다. 음악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변화를 꾀했지만 우리 가슴을 뛰게 했던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 등도 원곡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재표현 됐습니다. 원작의 추억을 간직하기에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세련됨을 즐기기에도 적절한 노래입니다. 음악을 중심으로 한, 새롭지만 익숙하고도 멋진 리메이크. 알라딘 실사 영화판 사운드 트랙이었습니다.
김은우 NHN에듀 콘텐츠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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