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프로젝터는 꽤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카테고리 가운데 하나다. 작은 영상에 강한 빛을 투사해 렌즈로 확대하는 원리의 프로젝터는 TV에 비해 발전이 더딘 편이다. 대부분의 프로젝터들은 일본의 엡손, 미국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사의 기술을 응용해 만들어지며, 20년 전과 비교해서 해상도가 향상됐을 뿐 기술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방식의 프로젝터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초단초점 프로젝터다.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벽면 바로 아래에 설치가 가능해서 일반 프로젝터에 비해 공간 활용도가 뛰어나다. LG전자 역시 이런 트렌드에 맞게 초단초점 프로젝터를 다양하게 출시했다. LG전자 시네빔 HF85LA는 100만 원대 후반의 초단초점 프로젝터로 한국 주거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잘 맞는 제품이다.
디자인은 기존 시네빔 HF85JA와 동일하다. 사실 스펙도 거의 동일하다. 웹OS의 버전만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별다른 개선 없이 2년 만에 거의 비슷한 스펙으로 다시 내놓은 부분도 프로젝터 업계가 얼마나 빈둥대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일단 크기는 아주 콤팩트하다. 무게도 3kg 정도로 가볍다. 하얀 몸체에 살짝 긴 모습은 집 안 어디에 두어도 눈에 거슬리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설치다. 벽 바로 앞 테이블이나 일반 TV장식대 위에 올려두면 끝이다. 설치 스트레스가 없고 옮겨가며 쓰기도 좋다. 벽에서 12cm만 띄우면 커다란 화면을 볼 수 있으면 20cm를 띄우면 무려 120인치의 화면을 만들어낸다.
거실에서 영화를 보다가 방으로 옮겨도 되고 친구 집에 가져가도 되고 여행 갈 때 차에 실어도 된다. 전원만 꽂고 수평만 맞추면 5분 이내 설치가 끝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터는 화면과 4~5m 떨어진 곳에 설치하므로 프로젝터와 스크린 사이에 사람이 지나가면 화면이 가려져 고함을 지르고 가족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하지만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그럴 이유가 없다. 가족의 평안을 위해서라면 초단초점 프로젝터가 유리하다.
밝기는 좀 실망스럽다. 레이저 광원을 사용했는데도 1500안시루멘(ANSI-Lumens)이라서 스펙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레이저 광원 특성상 더 밝게 만들 수도 있지만 대신 밝기가 낮으면 장점이 몇 가지 있다. 소음이 적고 전력소비가 적다. 레이저 광원의 수명도 더 길게 사용할 수 있다. 낮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을 포기한 대신에 관리와 유지비 측면을 강조한 모델이다.
그리고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초점거리가 짧아서 빛의 손실이 적다. 그래서 화질이 선명하고 스펙에 비해 밝기도 밝게 느껴진다. 다만 밝기의 한계는 분명하기 때문에 낮에는 암막을 쳐야지만 영상 감상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낮에도 암막 없이 보려면 3000안시루멘 정도의 밝기가 필요하다.
풀HD 화질에 sRGB 100%의 색재현성으로 스펙은 평범하다. 명암비도 15만 대 1로 평범하다. 대만 프로젝터들은 이 가격대에 4K 프로젝터도 많다. 하지만 HF85LA은 초단초점과 레이저 광원으로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뒀다.
화질은 전반적으로 무난하다. 과도하게 밝기를 높이지 않았기 때문에 블랙 표현도 어느 정도 구현하고 색재현성도 나쁘지 않다. 최상의 화질을 가진 프로젝터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무난한 화질이다. 소음도 적어서 영화감상을 방해하지 않는다.
가장 큰 장점은 웹OS 4.0 운영체제다. LG 프로젝터가 화질에서는 최상이 아니지만 웹OS 4.0 하나만으로도 해외 프로젝터보다 경쟁력이 있다. 인터넷만 연결해주면 푹, 티빙, 왓챠플레이, 유튜브 등을 볼 수 있다. 해외 프로젝터들은 운영체제를 거의 지원하지 않아 TV 보기도 힘든 제품이 많다.
인터페이스도 훌륭하다. 2개의 HDMI와 USB입력, RF 안테나까지 달아두었다. 무선 미러링을 지원하고 와이파이, 블루투스까지 지원한다. 해외의 다른 프로젝터들과 비교되는 가장 큰 장점이 웹OS의 지원과 다양한 무선연결, 확장 인터페이스다. 사용 편의성에서는 LG 전자 프로젝터가 가장 편리하다.
설정 부분은 단출하다. 4코너 키스톤은 지원하지만 자동 키스톤은 지원하지 않고 확대 기능이나 세부 설정은 많지 않다. 마치 TV처럼 손쉽게 설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빌트인 스피커 품질도 무난하다. 3W 스테레오로 6W급 출력인데 별도의 스피커와 연결하지 않아도 영화감상 정도는 무리가 없다. 하지만 오디오아웃과 블루투스 스피커 연결을 지원하므로 본격적인 영화감상을 위해서면 스피커를 연결해주는 것이 좋다.
단점도 있다. 초단초점 프로젝터는 반사 거울이 상단에 붙어 있기 때문에 먼지가 쌓이기 쉽다. 따라서 평소에는 덮개를 꼭 덮어줘야 한다. 그리고 화면 설정에서 절전모드를 끄면 색감이 다소 변한다. 밝기가 밝아지면서 생기는 부작용 같은데 차후에 업그레이드가 되어야 할 부분이다.
LG 시네빔 HF85LA은 큰 개선이 없는 리프레시 모델이지만 전작도 워낙 사용편의성이 뛰어났던 만큼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 제품이다. 밝기 한계가 있고 화질에서 최상은 아니지만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초단초점 방식과 스마트 OS의 지원으로 인해 국내 가정에서 TV 대용으로 쓰기 좋은 모델이다.
필자 김정철은? IT기기 리뷰 크리에이터. 유튜브 채널 ‘기즈모’를 운영 중이다. ‘팝코넷’을 창업하고 ‘얼리어답터’ ‘더기어’ 편집장도 지냈다. IT기기 애호가 사이에서는 기술을 주제로 하는 ‘기즈모 블로그’ 운영자로 더 유명하다. 여행에도 관심이 많아 ‘제주도 절대가이드’를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지만, 돈은 별로 벌지 못했다. 기술에 대한 높은 식견을 위트 있는 필치로 풀어내며 노익장을 과시 중.
김정철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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