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파트 입주 시 발코니 확장을 희망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 발코니 공간을 확장하면 거실과 방을 넓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옵션에 불과한 발코니 확장이 언제부턴가 ‘의무사항’으로 변질됐다. 일부 건설사는 ‘법적 의무’라는 허위 안내로 고객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건설사별 천차만별인 확장비에 분양가 올리기 꼼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 “발코니 확장은 법적 의무” 거짓 안내로 소비자 오해 불러
지난 29일 기자는 경기도 성남의 한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A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다. 잘 꾸며진 거실과 방 등을 살피다 보니 바닥에 점선으로 표시된 부분이 눈에 띄었다. 안내 직원은 “확장형 주택의 견본이라 발코니를 확장한 너비를 점선으로 표시한 것”이라며 “확장 비용은 분양가와 별도로 책정된다”고 설명했다.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 중 상당수가 발코니 확장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한 관람객은 “발코니 확장도 옵션처럼 선택사항이냐”고 물었고 직원은 “확장은 의무사항이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모두 확장형으로 설계한다”고 답했다.
가족과 함께 모델하우스를 찾은 정 아무개 씨는 “발코니 확장이 의무사항인 점도, 비용이 별도로 책정된다는 내용도 이전에는 알지 못했다. 직원이 ‘요즘은 확장이 필수’라고 안내하니 그런 줄로만 알고 넘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모델하우스에서 분양 상담을 하는 직원은 ‘법적 의무사항’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는 “분양가와 별도로 발코니 확장 공사비를 받고 있다. 현재 발코니 확장은 법적으로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고객이 선택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고 안내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발코니 확장은 2006년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합법화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일 뿐, 확장 의무는 없다. 분양 상담 직원들의 발언은 고객에게 오해를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이다.
A 건설 본사 관계자는 “확장은 대부분의 고객이 선택하는 옵션이다. 원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일부 사업지별로 특성이 다르다 보니 안내가 다를 수 있다. 고객의 발코니 확장 선호도가 높고, 개별적으로 확장을 하다 보면 민원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일괄 확장을 권하는 편이다. 그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업계 관계자 “발코니 확장비 포함 가격이 분양가”
발코니 확장비가 과도하게 책정된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같은 면적대라도 건설사, 지역 등에 따라 발코니 확장비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은 전용면적 84㎡(약 34평) 기준 발코니 확장비가 1200만~1510만 원이다. 같은 면적대라도 주택 구조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이 함께 시공하는 세종자이 e편한세상은 전용면적 84㎡(약 34평) 기준 발코니 확장비가 790만~1270만 원으로 책정됐다.
GS건설이 분양하는 과천 자이는 발코니 확장비에 주방 벽면 엔지니어스톤, 작은방 1개소 붙박이장 가격을 포함한 뒤 의무 확장을 공지하고 있다. 전용면적 84㎡(약 33평) 기준 확장비는 884만~981만 원이다. 오히려 좁은 면적의 확장비가 더 비싸다. 59㎡(약 25평)는 742만~1252만 원까지 확장비를 책정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이파크의 발코니 확장비는 84㎡(약 34평) 1300만 원이다. 발코니 확장은 실별, 위치별로 선택할 수 없으며 일괄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한 인테리어 업체에 발코니 확장 비용을 문의한 결과 업체 측은 “84㎡(약 34평) 기준 확장비는 700만~800만 원”이라며 “기존 발코니 바닥과 벽면 보강작업, 섀시 철거 등의 작업을 기준으로 확장비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업체 측의 견적과 비교하면 건설사가 제시한 발코니 확장비는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 아파트 분양 시 발코니를 확장하면 보강작업 및 철거 비용이 빠져 업체 견적보다 저렴해야하는데 오히려 가격이 더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발코니 확장비가 과도하다는 지적에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발코니 확장비는 명목상 제시할 뿐이다. 공공택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있어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발코니 확장비를 추가로 책정한다”며 “소비자는 확장비를 포함한 가격이 원래 분양가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발코니 확장을 소비자에게 의무적으로 공지하는 건 부당한 계약이다. 확장 여부는 개인이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제시해야 한다”며 “건설사들이 발코니 확장비 명목으로 받는 돈은 분양가를 올리려는 상술에 불과하다. 신뢰할 수 없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기본형 건축비의 숫자만 공개하고 상세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기본형 건축비 안에 발코니 확장 비용의 포함 여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건설사의 분양가 부풀리기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근원적 문제는 소비자가 원가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선분양 제도에 있다. 개인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후분양 제도를 보편화해야 하며, 각 지자체에서도 건설사의 발코니 확장비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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