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영권 분쟁에 휩싸였던 신생 항공사 에어프레미아가 김세영 대표이사를 추가 선임해 기존 심주엽 대표이사와 ‘투톱’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지난 28일 밝혔다. 에어프레미아는 30년 항공업계 경험을 가진 김세영 대표가 전반적인 경영을 맡고 심 대표가 투자 유치를 맡아 ‘안정적인 운영’과 ‘추가 투자를 통한 재무능력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그간 항공사 경험이 전무한 심주엽 대표 단독대표 체제에서 김세영 대표가 선임됨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그런데 이를 두고 업계에선 국토교통부의 변경면허를 받기 위한 ‘구색 맞추기’와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에어프레미아는 지난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운송면허를 취득한 뒤 경영권을 두고 내홍에 휩싸였다. 창립자인 김종철 전 대표와 면허발급 과정에서 항공기 도입 등을 두고 갈등을 빚어오던 이사진은 지난 4월 이사회를 열어 심주엽 대표를 추가로 선임해 ‘김종철-심주엽’ 각자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사실상 경영권 분쟁에서 김 전 대표가 패배한 셈이다.
김 전 대표는 이사진에 ‘경영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일 사직서를 제출했다(관련기사 김종철 대표 사의,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분쟁의 배후). 에어프레미아 이사진은 다음날인 3일 김종철 대표의 사직을 받아들이고 심주엽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를 유지해왔다.
김종철 전 대표의 사임 이후 에어프레미아의 고민은 ‘변경면허’ 획득이었다. 신생 항공사의 대표이사 교체는 변경면허 발급 사유이기 때문. 에어프레미아는 국토부에 변경면허 신청을 해야 하지만, 변호사 출신으로 항공 비전문가인 심주엽 대표 단독 체제 아래에선 면허 획득이 어렵다는 판단에서 ‘항공인’인 김세영 대표를 추가 영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투톱’ 체제가 공동대표 체제가 될지, 각자대표 체제가 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세영 대표 영입을 두고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세영 대표는 국토부와 국회를 상대로 하는 대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항공사 경영 능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김종철 대표를 대신해 ‘항공 전문가’로 내세울 사람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세영 신임 대표는 1963년생으로 한국항공대 항공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델타항공에서 일을 시작했고 이듬해 해운산업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93년부터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했다. 2017년까지 금호아시아나그룹 홍보담당 상무를 역임한 김세영 대표는 회사를 나와 항공 운송지원 서비스업체 샤프에비에이션케이에 몸담아 왔다.
‘시간 끌기 작전’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토부는 에어프레미아에 5월 중에 변경면허 신청을 끝내라고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주엽 대표 단독 체제론 변경면허를 받기 만만치 않은 상황. 시간이 필요했을 에어프레미아는 김세영 대표를 영입하면서 변경면허 신청을 미룰 명분을 획득한 셈이다. 김세영 대표를 정식으로 사내이사로 등기한 뒤 대표이사로 선임하기 위해선 주주총회를 거쳐 이사회를 열어 논의해야 하기 때문.
실제 에어프레미아 관계자는 “김세영 대표가 정식으로 대표이사 등기를 마치려면 적어도 2~3주는 더 걸린다. 6월 중순은 돼야 변경면허 신청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에어프레미아가 김세영 대표를 영입한 이유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김 대표의 대관 능력을 통해 변경면허 발급을 수월하게 하지 않겠느냐”며 “김 대표를 정식으로 선임하기도 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이유도 그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국토부 항공산업과 사무관은 “우리도 이럴 줄은 몰랐다. 이 회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일단 지금 김세영 대표가 실제 대표이사로 등재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변경면허 심사에 착수할 수 없다”며 “현재 에어프레미아는 경영권 문제를 두고 여러 불확실성이 보인다. 그 문제를 내부에서 해결하고 조속히 변경면허를 신청하라고 고지한 상태”라고 답했다.
김세영 대표의 영입으로 김종철 전 대표가 에어프레미아의 대표 자리로 복귀할 가능성은 한층 낮아진 상황. 김종철 전 대표는 29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모른다. 좀 더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박현광 기자
mua123@bizhankook.com[핫클릭]
·
[인터뷰] 일제 명품 분필 '하고로모' 인수, 한국서 생산한 학원강사 스토리
·
김종철 대표 사의, 에어프레미아 경영권 분쟁의 배후
·
신생 LCC들 날기도 전에 난기류 휩싸인 진짜 속사정
·
새 LCC '수능일'은 11월 9일, 누가 날아오를까
·
'거절 명분은 없는데…' 신규 LCC, 이번에는 날아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