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비즈한국’이 국내 20대 주요 건설사의 내부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총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올린 태영건설이 가장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총수일가 지분을 감안하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그 뒤를 이은 곳은 SK건설과 한라, 삼성물산으로 30%대 내부거래 비중을 기록했다. 건설사들은 나름의 근거를 갖고 내부거래를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다.
정부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기업들의 부당 내부거래를 ‘사익편취 금지(공정거래법 제23조의2)’와 ‘일감몰아주기 과세(상속·증여세법 제45조의3)’ ‘부당지원 금지(공정거래법 23조1항7호)’ 등의 규정으로 제재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행법이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모든 기업을 규제하진 못한다. 회사 자산이 작아 중견·중소기업으로 분류되거나 총수일가 등이 해당 기업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갖지 않을 경우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의 불공정성을 증명해낼 수 없을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일부 업종은 매년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한국표준산업분류 중분류 기준으로 ‘종합건설업’이 전체 업종에서 세 번째로 내부거래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즈한국’은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과 증감추이 등을 자체 분석했다.
분석대상은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시공능력평가에서 평가액 1조 5000억 원 이상에 든 상위 20위 업체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지에스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SK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반도건설, 태영건설한신공영, 호반건설, 두산건설, 계룡건설산업, 한라코오롱글로벌, 아이에스동서이다.
호반건설주택은 13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호반건설과의 합병으로 2018년도 실적을 확인할 수 없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대신 21위 아이에스동서를 분석 대상에 포함했다. 분석에 활용한 지표는 이들 업체가 발표한 사업보고서의 재무제표, 특수관계자 등과 거래액 등이다. 재무제표의 경우 연결재무제표가 아닌 단독 재무제표를 활용했다.
# 태영건설·SK건설·한라, 내부거래 비중 가장 높아
지난해 기준 가장 높은 내부거래 비중을 보인 곳은 태영건설로 45.3%를 기록했다. 매출 1조 9960억 원 중 9035억 원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SK건설과 한라는 각각 38.8%와 33.4%로 그 뒤를 이었다. SK건설은 매출 6조 4358억 원 중 2조 4996억 원이, 한라는 매출 1조 1653억 원 중 3888억 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였다.
4, 5위를 기록한 곳은 삼성물산과 한화건설이다. 내부거래 비중은 각각 32.4%, 29.1%다. 삼성물산은 매출 20조 8331억 원 중 6조 7447억 원이 내부거래다. 한화건설은 3조 5978억 원 중 1조 452억 원이 내부거래다.
이 밖에도 반도건설(28.7%)과 호반건설(23.9%)이 내부거래 비중 20%대, 현대엔지니어링(19.6%), 롯데건설(18.9%), 계룡건설사업(17.7%), 대림산업(15.2%), 포스코건설(14.7%)은 10%대를 보였다.
절대수치로 보면 삼성물산 내부거래 매출이 가장 높았고, SK건설과 대림산업이 뒤를 이었다. 대림산업은 내부거래 매출 1조 4104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계룡건설산업이다. 전년보다 10%포인트(p) 올랐다. 그 다음으론 한화건설이 5.1%p, 한신공영이 3.6%p로 증가했다.
# 태영건설 제재 가능성? 업체 측 “이유 있는 거래”
건설사 중 일부는 사익편취 금지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총수일가 지분이 일정 비율(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회사가 내부계열사와 ‘해당 연도 거래 금액 200억 원 혹은 평균 매출 12% 이상의 거래’ 등을 할 경우 규제를 받는다.
태영건설의 경우 윤석민 부회장 등 총수일가 지분이 4월 기준으로 29.82%를 기록했다. 지난해 초부터 윤 부회장의 친인척인 변탁 전 부회장이 지분 30% 기준에 걸리지 않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0.19% 지분을 매도한 덕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사익편취 금지 대상 상장사·비상장사 지분 기준을 20%로 일원화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태영건설은 향후 공정위 제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수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현재 내부거래 상대 계열사는 유니시티, 엠시에타개발, 에코시티개발 세 곳이다. 관련 지자체와의 부지개발협약으로 해당 계열사가 진행하는 시공·개발 주관사로 태영건설이 선정되면서 내부거래도 높아진 것”이라며 “단독의사결정권을 갖고 이뤄진 거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K건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처럼 반도체 전문기업 등이 진행하는 공사는 기술유출 우려로 보안 강화가 필요해,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특수성을 갖는 계열사와 한 그룹에 소속될 경우 내부거래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계열사라 해도 능력이 부족하면 공사계약을 맺지 않는데, 발주 업체 입장에선 수주 실적이 높고 신뢰가 가는 건설사와 거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계열사 간 거래를 통한 공사실적을 올해부터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건설업 선진화 방안을 밝히기도 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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