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남3구역을 자연과 미래가 공존하는 최고 특급 주거지로 완성하겠습니다.” 한 대형건설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인중개소에 배부한 책자에 적힌 문구다. 16년 만에 재개발 물꼬를 튼 한남3구역에 건설사들이 달려들고 있다.
지난 3월 29일 용산구청은 한남3재정비촉진구역(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행계획을 인가했다. 2003년 뉴타운 지구 지정 이후 다섯 차례 재정비촉진계획이 변경된 한남뉴타운이 한남3구역 인가로 활기를 얻게 됐다. 다음 수순은 총회를 열어 시공사를 선정하고, 분양 신청을 받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는 것이다.
3월 변경된 재정비촉진계획안에 따르면 5816가구(임대 876가구 포함)가 조성되는 한남3구역 사업 면적은 38만 6395㎡(대지면적 28만 5830㎡)으로 전체 한남뉴타운의 3분의 1에 달한다. 추정 공사비만 1조 5000억 원 수준. 건설업계의 관심이 큰 이유다. 사업시행인가 이후 한남3구역과 건설업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지난 27일 찾은 한남3구역 재개발조합 사무실에서는 주민들에게 돌린 설문조사서 취합으로 바쁜 모습이었다.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건설사와 선정방식(단독 또는 컨소시엄), 면적(평형) 등을 물었다. 조합은 연내 총회를 열어 시공사 선정을 마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합 관계자는 “너무 핫한 지역이라 언론보도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 시공사 선정 앞두고 물밑 게릴라전 시작
한남3구역 조합원과 인근 부동산중개사 등에 따르면 현재 현대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2018년 시공능력평가액 순) 등이 직간접적으로 사업 수주 의사를 밝히고 있다. 각 건설사는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 자사 홍보책자를 배부하는 등 간접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자사 홍보영상까지 만들었다.
홍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일부 건설사 아웃소싱(OS) 업체 직원은 조합원을 직접 찾아 개별 홍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2월 마련한 ‘정비사업 계약업무 처리기준’에 따라 건설사는 홍보 용역요원 명단을 등록하기 전에 홍보를 하거나, 등록되지 않은 용역요원이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 위반 행위가 3회 이상 적발되면 해당 건설사는 입찰 무효(3회 이상 적발 시) 처분을 받는다.
한남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은 지난 4월 조합원들을 상대로 발행한 소식지에서 “시공사 선정은 정비사업 목적 달성을 위한 핵심적 절차다.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인이 수없이 많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불공정한 행위로 정비사업의 비용이 증가되거나, 정비사업 자체가 지연·무산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시공사 및 용역업체 임직원으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재산상 이익을 받지 말 것을 권고했다.
한남동의 A 부동산중개사는 “입찰 제한을 받으면 안 되니 공개적으로는 홍보를 못 하는 상황이지만 인근에 사무실을 차릴 정도로 건설사들이 의지를 보인다. 조합원 성향 분석도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여기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입찰 의향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광동의 B 부동산중개사도 “손님보다 건설사 홍보업체 직원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고 보탰다.
# “경쟁력 없다고 판단한 건설사는 이미 빠져”
수주전 승자는 누가 될까. 인근 공인중개사와 일부 조합원은 “높은 이주비(주택담보대출 비율)를 제시할 수 있는 대형 건설사”라고 입을 모았다. 이주비 대출은 재건축·재개발구역 철거가 시작될 때 기존 거주민들이 대체 거주지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집단대출이다. 영세 거주자가 많은 재개발 사업은 건설사가 조합에 이주비를 유상 융자·보증해줄 수 있다. 정비사업 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역할을 하는 것은 종전 자산평가금액이다.
한남3구역재개발조합의 한 대의원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조합원 선호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선호 건설사는 조합원별로 갈리겠지만, 적어도 대의원(160명) 대부분은 컨소시엄보다 대형 건설사가 단독으로 수주하는 것을 원한다. 시공사가 두 개면 서로 책임을 미루다 공사가 지연될 공산이 크다”며 “중요한 것은 이주비다. 신용도가 안 좋으면 대출이 안 나오니까, 이주비와 대출을 잘 일으킬 건설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동의 C 부동산중개사도 “공사비가 조금 비싸더라도 이주비를 많이 주는 곳을 택할 것이다. 미래 가치를 인정받아 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주택을 매입한 가구가 상당수 있다. 매매가에 비해서 감정평가액이 낮게 나올 텐데 조합원은 당연히 이주비를 많이 주는 쪽을 선호한다. 관건은 건설사 자금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남동의 D 부동산중개사는 “3개 건설사의 홍보업체가 매일 재개발조합 인근으로 출근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또 다른 3개 건설사 홍보업체가 더 있었는데,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자취를 감춘 상태”라며 “조합에서 컨소시엄(공동도급)보다 단독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자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한 건설사가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대·대림·대우·GS “수주에 관심 있다”
앞서 언급된 4개 건설사는 수주 참여 의향을 부인하지 않았다. 현대건설 측은 “수주 참여 의사를 가지고 있다. 진행하는 여타 사업들과 동일하다.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대림산업 역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입찰내역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한남3구역은 한남더힐이라는 최고가 단지가 들어섰을 뿐만 아니라 한강을 바라보는 부촌 이미지가 강해 강북에서 제일 선호되는 위치”라며 “매우 높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며 입찰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GS건설 측은 “수주에는 관심이 있다. ‘자이’ 브랜드를 강북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만들고자 한다”며 “한남3구역은 한강을 낀 용산의 중심지다. 상당히 의미가 커 업계에서 서로 사업성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다만 여러 요건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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