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5년 11개월 만에 1010원 밑으로 떨어진데 이어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0.7원 내린 1008.5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평균 환율이 1095.0원인 것을 고려하면 불과 1년도 안 돼 원화가치가 달러당 85원 이상 껑충 뛰어 오른 셈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94개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 기업들이 마지노선으로 전망하는 올해 최저 환율은 달러당 1001원이었다.수출 중소기업들이 예상한 올해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1038.1원, 적정환율은 1086.3원이다. 손익분기점과 적정 환율을 넘어 이제는 마지노선 환율로 향해가는 게 현 상황이다.
대기업들에 비해 체질이 약한 수출 중소기업들은 환율 하락으로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대기업들은 해외 생산 비중 확대와 거래 결제 통화의 다양화 등으로 환율 영향을 일부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원가절감 한계로 수출가격을 인상하지 않고 버틸 수가 없어 지금 같은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채산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기업들에 비해 환율 변동에 대처할 능력도 해외 생산, 재고 관리 등을 탄력성있게 운용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경기도 소재 한 수출 중소기업 이모 사장은 “어쩔 수 없이 지난 달부터 수출 단가를 5% 낮춰 출혈 경영을 하고 있다”며 “당장은 가격 경쟁에서 밀려나 신규수주를 할수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언제까지 이런 상태를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를 보면 환율 하락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의 채산성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중앙회가 수출 중소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환율변동에 따른 중소기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수출 중소기업의 10곳 중 9곳이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기업 91.5%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채산성 악화될 것이라 답했으며 이 중 59.6%가 ‘매우 악화’, 31.9%는 ‘다소 악화’라고 응답했다.
업종별로는 금속 철강(75.0%), 고무 화학(71.4%), 기계(68.8%), 음식료(66.7%) 순으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정부에 바라는 환율 대책으로 중소기업 중 80.9%가 안정적 환율 운용을 꼽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환율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되고 환율이 곧 세 자릿수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경제 성장 기여도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둔화하면 한국은 성장 동력을 모두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정부의 안정적인 환율운용과 함께 수출 중소기업들의 환율 변동 보험 가입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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