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음악과 디저트에는 공통점이 있다. 건조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입가심하기에 적당하다는 것. ‘가토 드 뮤지끄(gâteau de musique)’는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 뮤지션과 디저트를 매칭해 소개한다.
1/N: 볼록 나온 배를 통통 두들기며 메뉴판과 식탁 위로 시선을 거듭 옮기면서 덧셈을 한 뒤 물컵이나 숟가락 숫자로 나누는 행위다. 누군가는 지갑을 뒤적거리고 누군가는 체크카드를 손에 들고 누군가는 만 원을 펄럭이며 모두가 혼란에 빠지는 순간.
밴드는 옮기는 발걸음 하나하나, 들숨 날숨 하나하나가 모두 엔분의 일로 구성된다. 돈을 모아 합주실 비용을 계산한다. 합주가 끝나면 밥을 먹고 엔분의 일로 계산한다. 돈을 모아 공연장을 대관한다. 돈을 모아 녹음을 의뢰한다. 사기를 당한다. 다시 돈을 모아 장비를 구입한다. 밴드 1/N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름이다.
엔분의 일(1/N) – 새벽에 피는 꽃
새벽은 깊은 생각에 빠지기 좋은 시간이다. 게임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기에도 좋다. 그리고 이럴 때는 구움과자를 곁들이는 것이 제일이다.
구움과자는 화려한 쁘띠가토와는 달리 김 한 장 들어갈 틈이 없는 냉장고 공간을 굳이 요구하지 않는다. 접시, 커트러리, 찻잔, 홍차, 주전자, 끓인 물 등이 필요하지도 않다. 냉장고에서 복숭아 향 가득한 탄산수 한 통 덜렁 들고 와서 양과자점에서 들고 온 봉투를 열어 하나씩 꺼내먹으면 그만이다.
탄산수와 구움과자가 잘 어울리지는 않는다. 우유, 두유가 낫다.
쁘띠가토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꽃가게에 가서 사오는 화려한 꽃 한 다발과 같다면 구움과자는 가로수다. 가로수와 마찬가지로 집 근처에 구움과자를 만드는 양과자점이 있으면 삶의 질이 수직상승한다.
곰돌이 푸와 같은 차림새로 방에서 뒹굴다 집 근처에 구움과자점이 생겼다는 소식에 벌떡 일어나 바지를 입고 뛰어 내려갔다. 나에게 내려온 한 줄기 빛, 오흐 뒤 구떼(Heure du Gouter).
컴퓨터 앞에 앉아 구움과자를 먹는 나는 작은 방 한편에 머물러 있지만 나의 의지에 따라 나의 상상에 따라 내 생각은 우주로 뻗어 나간다. 아니면 이 방에 우주를 들여온다.
엔분의 일(1/N) – 한 평의 우주
깊은 새벽 작은 공간에 묶인 날 넓은 우주로 불러주는 이는 수시로 바뀐다. 사랑하는 푸딩, 주님, 부처님, 오버워치, 타노스, 건담, 롤, 다소 실망스러운 드라카리스, 카와이 레너드, 손흥민, 롯데 야구는 왜.
생각은 얼마든지 우주로 뻗어나갈 수도, 방 안에 우주를 들여올 수도 있지만 우리의 몸은 그렇지 않다. 28세를 넘어서면 잠시만 신경을 쓰지 못하면 수시로 병드는 것이 우리의 몸이다.
그럴 땐 뛰어야 한다. 달리기는 근육과 관절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옷을 갈아입고 문을 열고 나가면 된다. 집 앞 가로수처럼, 집 근처 오흐 뒤 구떼처럼. 쉽고 빠르고 간편하다. 그리고 훌륭하다.
엔분의 일(1/N) – Fever
삶의 영감을 어디서 얻는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얻는다. 그들은 한결같이 서서히, 조금씩, 굳은 의지를 갖고 한 걸음씩 옮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덜컥, 싶은 놀라운 일들은 다 그런 과정을 통해 누적된 무언가의 결과였다.
엔분의 일은 그런 존재다. 음악을 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친구들이 계속 음악을 하더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더 가겠지. 다음 곡, 다음 앨범, 다음 무대가 기대되는 밴드.
필자 이덕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두 번의 창업, 자동차 영업을 거쳐 대본을 쓰며 공연을 만들다 지금은 케이크를 먹고 공연을 보고 춤을 추는 일관된 커리어를 유지하는 중. 뭐 하는 분이냐는 질문에 10년째 답을 못하고 있다.
이덕 작가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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