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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남자가 사랑하는 기계들

자동차, 손목시계, 오디오, 카메라…기술보단 취향 드러내는 감성적 도구

2019.05.27(Mon) 12:12:33

[비즈한국] 자동차, 손목시계, 오디오, 카메라의 공통점이 뭘까? 모두 남자들이 좋아하는 물건이며, 평범한 제품과 아주 좋은 제품의 가격 차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남자의 욕망을 불태우게 하지만, 잘못 꽂히면 돈 엄청나게 잡아먹는 취향의 블랙홀 같은 물건들이다. 

 

이것들은 다 기계다. 처음엔 실용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욕망을 자극한다. 아주 정밀하면서도 오감을 자극하는 기계다. 애칭을 붙여주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애착하게 된다. 특히 자동차에 애칭을 붙이는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자들이 운전 중 혼잣말하듯 자기 차에다가 말을 건낸다고 생각해보라. 묘하게 웃기면서도 귀엽다.

 

자동차, 카메라, 손목시계, 오디오 등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기계들이다. 사진=포르쉐코리아 페이스북

 

사실 자동차나 손목시계, 오디오, 카메라에 꽂히는 건 성별과 전혀 상관없다. 그럼에도 남자의 기계, 남자의 물건으로 인식된 건 과거 때문이다. 100년 전에는 주로 남자이고 부자인 사람들이 이런 물건을 소유했다. 누구나 가질 수 없었으니 이 물건에 대한 로망과 탐하는 마음이 아주 컸을 수밖에 없다. 포르셰를 탐하고, 롤렉스를 탐하고, 뱅앤올룹슨을 탐하고, 라이카를 탐하는 이들이 여전히 많다. 특히 기성세대 남자 가운데 이런 로망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다. 

 

남자들이 기계적 속성이 강한 물건을 탐하는 건 환경과 진화의 영향일 듯하다. 어릴 적부터 ‘남자는 이래야 한다’는 얘길 들으면서 로봇과 자동차, 총 같은 장난감을 갖고 논다. 여자 아이들이 공주 인형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계와 친밀해지고, 커서도 기계를 만들거나 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만약 어릴 적부터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장난감이든 놀이든 취미든 다양하게 경험했다면 아마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시계는 아주 정밀한 기계다. 태엽을 감을 때 손에 느껴지는 감각과 초침이 움직이는 미세한 소리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겐 시간 자체가 시계의 생명이 아니다.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차는 게 아니라 내 손목 위에서 아주 정밀한 기계가 살아 숨 쉬듯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좋아서 시계를 찬다. 다른 기계와 달리 내 몸의 일부가 된듯 어디든 함께 간다. 작지만 특별하기에, 심지어 자동차보다 비싼 시계도 많다. 

 

오디오도 기둥뿌리 뽑기 좋은 기계다. 수억 원대까진 아니어도, 수천만 원대 오디오를 로망으로 품는 이들도 많다. 집에 청음실을 만들고 오디오와 음반에 엄청 돈을 쏟는 이들이 과거엔 더 많았다. 자동차도 없고, 흔한 롤렉스 하나 없는데도 오디오에 수억 원을 쓰는 옛날 남자들은 여전히 멋쟁이로 살아가더라. 오디오를 통해서 듣는 음악적 취향이 깊어지고, 그것이 삶의 관점과 스타일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일까.  

 

첨단 기능이 무장된 자동차도 좋지만, 달리고 멈추는 데 집중한 자동차도 좋다. 기계적 속성을 잘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취미가 드라이브라고 하는 남자들이 종종 있는데, 그건 달리는 맛 때문이다. 기계 안에 들어간 채로 우린 공간을 이동한다. 마치 로봇을 타고 이동하는 것 같기도 하다. 자동차에 대한 로망 때문에 자동차 정비를 배우는 이들도 있다. 올드 카, 빈티지 카를 타면서 기계적 속성을 느끼고 싶은 이들 중에선 간단한 정비 정도는 할 수 있는 이들이 많다. 부품은 해외직구로 구해서 직접 갈아끼면서 비용을 아끼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새로운 희열도 느낀다.

 

라이카로 찍든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찍든 피사체를 찍는 건 같다. 얼핏 보면 사진도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라이카를 탐한다. 최근에 화소수가 1억이 넘는 카메라가 나왔지만, 아무리 하이테크를 강조해도 전통 있는 브랜드가 수작업으로 만드는 카메라에 대한 열망은 대체되지 않는다. 아주 오래 열망해온 특별한 기계를 내 손에 넣고 싶다는 욕망. 그리고 그 카메라가 내 눈을 대신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찍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즐겁다.

 

남자들이 사랑하는 이 네 가지 기계 모두 감성적 도구다. 기계라고 하니까 공대스럽기만 하다고 오해할 수도 있는데, 사실은 예술과 감성이 듬뿍 담긴 기계다. 이걸 가격만 보고 판단하진 말아야 한다. 가격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취향이고, 그 기계를 통해 자신의 감성을 어떻게 드러낼지가 더 중요하다.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남자, 아니 사람이 더 사랑받는다.​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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