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건설이 지배구조 개편 해법을 못 내놓는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선 SK건설이 SK그룹 계열분리 과정에서 ‘골칫거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팽배해지는 분위기다. SK 측은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고 밝힌다.
비상장사인 SK건설의 주요주주는 SK(주)와 SK디스커버리(옛 SK케미칼)로, 두 회사는 3월 말 기준 각각 44.48%(1569만여 주), 28.25%(997만여 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2017년 12월 지주사로 전환, SK그룹 내 중간지주사 격으로 오른 곳이다. 이에 따라 두 회사 중 한 곳은 SK건설 지분을 올해 말까지 처분해야 한다. 한 회사가 두 지주사 지배권 아래에 놓일 수 없거니와 공정거래법상 지배권이 없는 지주사는 해당 회사 지분을 5% 초과 보유할 수 없어서다.
# SK(주), SK디스커버리 편입 셈법 모두 복잡
시장에선 SK건설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지만, SK그룹 입장에선 모두 부담이다. 1대 주주인 SK(주)에 SK건설을 편입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인데, 이 경우 SK디스커버리는 보유 지분 중 23.25%를 처분해야 한다.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에 따르면 SK건설의 5월 종가는 2만 8000원이다. 2290억 원가량을 들여 이 지분을 사들일 매수자가 필요하지만 찾기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건설사 인수 매력도는 높지 않다”며 “대우건설 매각이 지난해 실패한 것에 이어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SK(주)에 넘기기에도 비용 부담이 적지 않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의 지난 경험 등을 근거로 SK건설을 SK디스커버리 아래에 두는 대안도 나온다. 최창원 부회장은 2000~2013년 SK건설 주요 임원으로 경영을 이끌었고 2013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신이 보유하던 132만 5000주를 회사에 무상증여했다.
그러나 최창원 부회장 품에 안기도 만만치 않다. SK디스커버리는 SK건설 지분 12%가량을 추가 매입해야 한다. 현행법상 지주사가 비상장사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선 해당 회사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SK(주)는 5% 지분 보유 제한 조건을 피하기 위해 44.48% 중 39.48%를 처분해야 하는데, 외부에 매각할 순 없는 상황이다.
앞서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주)가 외부에 지분을 매각할 경우 SK건설에 대한 SK그룹의 지배권 유지나 영향력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어, SK디스커버리에 일부 지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2018년 말 연결재무제표 기준 SK디스커버리의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886억 원으로, 12% 지분 매입이 쉽지 않다.
# 상장 대안이지만, 해결 과제 다수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SK건설 상장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상장 시 지주사는 지분 20%만으로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SK디스커버리는 추가 지분을 매입할 필요가 없어진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은 특성상 상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지만, SK건설은 일찍부터 상장 이야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악재 등이 SK건설의 발목을 잡는다. 지난해 7월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붕괴로 상장 준비가 어려워지고 있는 것.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고 원인 조사 결과에 따라 보험금 처리 등 비용 지급 여부가 결정되므로 불확실성이 있다”며 “공모 청약 등에서 기대치보다 낮은 투자를 받을 수 있어 쉽사리 상장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 평가했다.
기업 가치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SK건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7% 증가한 7조 5121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1757억 원으로 22.1%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3.08%에서 2.33%로 하락했다. 5대 비상장 건설사(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SK건설) 중 가장 낮은 수치다.
# 내부거래 비중, 실적 고려 요인
이런 와중에 SK건설의 내부거래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4월 발표한 2018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건설의 매출 7조 5121억 원 중 2조 4995억 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였다. 비중은 33.3%로, 전년 31.3%보다 2.0%포인트(p) 상승했다. 2017년엔 매출 7조 3161억 원 중 2조 2876억 원이 특수관계자 거래였다. 국내 10대 건설사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곳은 SK건설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SK건설이 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SK(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기업연구소 연구원은 “SK디스커버리의 지주사 체제 구축은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의 사촌 간 계열분리로 볼 수 있다. SK건설 지배구조 개편은 이 회사를 누가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라면서도 “SK건설은 SK하이닉스처럼 대규모 공장·설비 증설을 필요로 하는 계열사가 다수 있는 SK(주)로 넘어가야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SK디스커버리로 넘어갈 경우 SK건설 실적은 악화될 수 있는 셈이다.
SK그룹은 아직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밝혔다. SK그룹 관계자는 “SK(주)와 SK디스커버리의 SK건설 지분 처분 방안이나 시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SK건설 관계자도 “계열분리, 지배구조 개편 등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상장 추진은 기업 가치가 인정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질 사안으로 이 또한 결정된 건 없다”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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