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출범 2년을 넘기면서 그동안 펼친 일자리 정책의 효과와 미비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안정적 일자리가 늘고 지나치게 길던 근무시간이 줄었다는 점은 성과다. 반면 단기 노동자나 영세 자영업자가 늘었다는 점은 일자리를 통한 안전망 강화에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정권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문 대통령 취임 두 달 뒤인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내놓았다. 5대 국정 목표 중 경제 분야 목표였던 ‘더불어 사는 경제’의 첫 번째 과제는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였다.
여기에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 △실직과 은퇴에 대비하는 일자리 안전망 강화 등이 명시됐다. 최근 일자리 통계를 보면 일자리 경제 공약 중 좋은 일자리는 2년간 성과를 거뒀지만, 일자리 확충이나 일자리 안전망 강화는 미흡하다.
올해 1분기 안정적으로 고용된 노동자를 의미하는 상용 근로자 수는 1400만 1000명으로 사상 처음 1400만 명을 넘겼다. 1년 전에 비해 33만 3000명(2.5%) 늘어나 안정적 증가세를 보였다. 상용 근로자 수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던 2017년 2분기 1339만 5000명에서 1년 뒤인 2018년 2분기 1373만 명으로 증가하며 지속적으로 늘었다.
상용 근로자 수가 늘면서 임시 근로자 수는 감소했다. 올 1분기 임시 근로자 수는 456만 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12만 3000명(2.6%) 줄었다. 경제 상황 악화로 전반적인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는 와중에도 좋은 일자리 수는 증가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증원 정책과 비정규직 감소 정책이 어느 정도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놓았던 ‘저녁 있는 삶’도 주 52시간 근로 도입과 함께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주 54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 수는 2017년 2분기에 550만 5000명이었지만 올 1분기에는 399만 6000명으로 사상 처음 400만 명 이하로 떨어졌다.
장기간 일하는 노동자 수는 지난해 주 52시간 근무를 정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8년 2월 국회를 통과한 후부터 급격히 줄었다. 법 시행은 2018년 7월 1일부터였지만 기업들이 미리 준비하면서 2018년 2분기 주 54시간 이상 근무자 수는 458만 6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16.7% 급감했다. 2018년 3분기 마이너스(-)18.3%, 4분기 -16.8%, 2019년 1분기 -15.7% 등 매 분기 15%가 넘는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안전망 확충 미비로 사회 취약계층의 피해가 늘면서 일부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분기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수는 160만 4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5만 6000명(-3.4%) 줄었다. 같은 기간 직원 없는 영세자영업자의 수가 390만 명에서 391만 6000명으로 1만 6000명(0.4%)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이 직원을 둔 자영업자들에게 타격을 줬음을 보여준다.
경기침체에도 직원을 두지 않는 영세자영업자가 늘어난 것은 경제난으로 회사에서 밀려난 이들이 늘었다는 의미여서 일자리 안전망 공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임을 확인시켜줬다. 최저임금 인상에 쪼개기 아르바이트가 늘면서 주 17시간 미만 초단기 일자리가 올 1분기 165만 60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3만 명(16.1%) 급증한 것도 역효과 중 하나다.
경제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에 따른 일자리 피해가 영세자영업자나 임시근로자 등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마련된 일자리 예산을 이러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 사업이나 소득 보존에 집중적으로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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