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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 권유 상사가 면접관' 국민연금공단 채용비리 의혹 8년 분쟁 사연

"2011년 부적절한 면접관 때문에 정규직 탈락"…국민연금공단 "채용 과정에 부당함 없어"

2019.05.23(Thu) 18:51:27

[비즈한국]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며 8년째 국민연금공단과 싸우는 이가 있다. 비정규직 계약만료 때 부당한 요구를 해와 거절 의사를 밝힌 상사가 정규직 면접관으로 배석하고, 공단 측이 배점 기준을 모호하게 밝히면서 의문은 커진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지만 국민연금공단 측은 “여러 조사기관을 통해 채용 과정에 부당함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맞서는 반면 당사자는 소송을 ​준비 중이라 파문이 예상된다. 무슨 사연인지 ‘비즈한국’이 추적했다.

 

채용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며 8년째 국민연금공단과 싸우는 이가 있다. 비정규직 계약만료 때 부당한 요구를 해와 거절 의사를 밝힌 상사가 정규직 면접관으로 배석하고, 공단 측이 배점 기준을 모호하게 밝히면서 의문은 커진다. 사진=연합뉴스

 

# 다단계 회사 가입 권유했다 거절당한 상사, 정규직 채용 심사에 면접관 참석 

 

이 아무개 씨는 2009년 10~12월 서울 소재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서 비정규직(기간제)으로 근무했다. 물리치료사 및 사회복지사로 약 8년의 임상경력이 있던 이 씨는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사업으로 시행한 장애인 등급 재심사 시범사업이 정규사업이 될 거란 희망에 비정규직 입사를 결정했다. 당시 채용 공고문에는 해당 사업이 정규사업으로 지정될 경우 정규직 채용에서 우대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그 사업은 정규사업 전환 없이 계약만료 시기가 됐고, 이 씨를 포함한 비정규직 전원이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다. 통보 다음날, 상급자인 국민연금공단 중간간부 A 씨는 이 씨를 회의실로 불러 다단계 회사의 회원가입을 약 1시간 30분 동안 권유했다. 이 씨는 제안을 거절하고 국민연금공단 지방 지사에서 동일한 사업의 비정규직으로 재입사했다. 

 

그러던 중 시범사업은 정규사업으로 전환이 결정됐고 정규직 채용의 길이 열렸다. 이 씨는 서류전형, 필기전형을 통과한 뒤 최종 면접을 치렀는데, 면접장에서 낯익은 얼굴을 마주했다. 이 씨에게 다단계 회사 가입을 권유했다가 거절당한 A 씨가 실무면접위원으로 참여한 것이다. 

 

이 씨는 “면접 도중 A 씨가 안색을 바꿔가면서 호통에 가까운 질책성 발언을 했다. 함께 면접에 참여한 응시자들도 느낄 정도였다”고 말했다. A 씨가 면접에서 이 씨에게 부여한 점수는 78점. 다른 면접관들의 점수를 반영해 이 씨는 평균 80.67점으로 불합격했다. 2012년, 2014년 응시한 면접에서는 평균 92점, 93점의 점수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점수다. 

 

그는 “지방 지사 근무 당시 ‘최우수친절직원상’을 수상했다. 국민연금공단 감사실을 통해 그 상이 정규직원이라면 승진 가점상이 된다는 내용도 확인했다”면서 “하지만 최종 면접에 응시한 기간제 근로자 중 불합격 통보를 받은 건 나뿐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직원의 갑질로 인한 채용 비리”라고 주장했다. 

 

# 국민연금공단에 최종 합격 기준 물으니 3차례 답변 모두 달라  

 

이 씨의 민원에 국민연금공단은 자체 조사를 진행해 A 씨가 다단계 회원 가입을 권유했음을 확인했다. A 씨는 5년간 하위 판매원 15명을 두고 부업으로 다단계 판매를 했고, 업계 실적 상위 30%를 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정직 1개월의 처분만을 내렸다.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 제6조 3항과 4항 및 공단 임직원 행동강령 8조 등에 따르면 A 씨는 이 씨의 실무면접위원으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 이 씨와 이해관계가 있으며 공정한 심사가 어렵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기획재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면접 심사위원에 이해관계자를 포함시킨 경우 ‘위원 구성 부적절 채용비리’ 유형으로 분류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최종 면접 단계에서 피해를 입은 경우 즉시 채용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씨는 수차례 국민연금공단에 채용 과정의 불합리함을 주장했지만 공단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에 최종 합격자 선정 기준 관련 정보공개청구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 씨는 “2013년 5월 정보공개결정서에는 ‘면접 점수는 면접 합·불만 판정’한다고 나와 있었다. 채용담당자와 통화했을 때도 ‘70점 이상이면 면접 합격이고 70점 미만이면 탈락이다. 면접 합격자에 한해 필기 성적순으로만 최종 합격자를 결정한다’고 답했다”면서 “이럴 경우 나의 불합격에 이의를 제기할 근거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이 씨의 아내 이름으로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는 ‘필기 대 면접 반영비율이 6 대 4’라는 답변을 받았다. 국민연금공단이 이 씨에게 답한 내용과 이 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제공한 정보가 다른 것이다. 2015년 1월 이 씨가 정보공개청구를 했을 때는 ‘면접 점수도 최종 합격자 결정에 반영한다. 반영비율은 비공개’라고 답했고, 같은 해 11월 정보공개청구에서는 ‘필기 대 면접 반영비율을 7 대 3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정했다’고 또 다시 번복했다.

 

이 씨는 국민연금공단이 채용 과정에서 우대 가점을 주지 않았다는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은 면접전형 과정에서 가점 대상자에게 가점을 부여하지 않아 불합격 처리되면 ‘부당한 평가기준 운용의 채용비리’ 유형으로 분류한다.

 

이 씨는 “비정규직 근무 시 정규직 채용 면접에서 우대한다는 내용이 기입돼 있었고, 정규직 채용 공고문에도 ‘심사인력으로 3개월 이상’ 근무자를 우대한다고 명시됐다”면서 “하지만 어떤 우대 가점을 받으면 면접에서 최하점을 받으며 탈락할 수 있나. 공단 측은 우대 가점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010년 4월 국민연금공단 기간제 모집 공고에 명시된 정규직 채용 시 우대 내용(위)와 2011년 상반기 정규직 채용 공고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우대 가점 대상자.

2010년 4월 국민연금공단 기간제 모집 공고에 명시된 정규직 채용 시 우대 내용(위)과 2011년 상반기 정규직 채용 공고문에서 명시하고 있는 우대 가점 대상자.


# 시정한다던 국민연금공단, “채용 과정에 부당함 없었다​”​

 

이 씨의 이러한 사연은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2015년 국회 보건복지위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게 “직원을 채용할 때 기피 관계는 면접에 배석을 하면 안 되지 않느냐”며 이 씨의 사례를 언급하고 시정해야 할 부분이라 지적했다. 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당연히 시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당시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법률사무소 메이데이의 유재원 변호사는 “국감에서 언급됐듯 A 씨가 면접위원으로 참여하면 부정행위가 된다. 또한 면접 결과를 보면 A 씨가 이 씨에게 특히 낮은 점수를 줬고 그로 인한 탈락이 명백하기 때문에 채용 부정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여러 조사기관을 통해 채용 과정에 부당함이 없었다고 결론 내려졌고 현재도 같은 입장이다. 면접위원이 A 씨 외 두 명이 더 있어 한 명이 준 점수 때문에 탈락했다고 보긴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답했다. 점수 반영 비율과 면접위원 자격 등 구체적인 질문에는 “자세한 답은 할 수 없다”며 회피했다. ​최종 합격 기준에 대한 답변을 세 차례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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