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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번가, G마켓, 옥션…오픈마켓이 여행을 대하는 자세

구색 맞추기일 뿐 여행상품에 특화된 전략 안 보여…업체 "소비자-판매자 중개 역할"

2019.05.22(Wed) 20:26:27

[비즈한국]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실적 부진 등 오프라인 쇼핑의 하락에 비해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팽창하는 가운데 그 거래액도 꾸준히 증가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전체 온라인쇼핑몰의 거래액은 11조 1952억 원에 달한다. 2월 거래액이 9557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한 달 새 약 1조 6000억 원이나 늘었다. 그 가운데 여행 및 교통 서비스의 거래액은 1조 3044억 원​으로 농축수산물·식음료 거래액 1조 2790억 원보다 많다. 특히 여행상품은 건당 거래액이 크다는 점에서 여러 가능성과 기회를 제시한다.

 

오픈마켓의 여행 카테고리는 플랫폼 구성 초기에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시스템만 갖추어 놓았을 뿐 여행에 특화된 전략은 세우지 못했다. 사진=11번가 앱 캡처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서서히 시스템을 갖추면서 본격적으로 여행 카테고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관련기사 '레드오션' 여행시장에 뛰어든 쿠팡·위메프·티몬의 항로). 이에 비해 오픈마켓 대표주자인 11번가와 G마켓·옥션(이베이코리아) 등은 어떻게 여행상품을 취급하고 있을까. 

 

오픈마켓 내부 관계자는 “11번가든 G마켓이든 주로 제조품을 유통하오픈마켓 업계는 여행상품 운영방식이 서투르고 천편일률적”이라며 “지난 몇 년간을 보면 여행 카테고리를 그저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 정도로 인식할 뿐 여행상품의 본질도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구성 초기에 자금을 투자해 가장 기본적인 수준의 시스템만 만들어 놓았을 뿐 여행에 특화된 전략은 세우지 못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아이를 낳기만 하고 키우지 않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오픈마켓은 주요 전략인 일명 ‘쿠폰 태우기’ 외에는 여행상품에 대한 별다른 판매 전략이나 운영방식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쿠폰 발행은 제조품에는 어울리지만, 상품 예약과 이후 사후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 생물과도 같은 여행상품에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행 분야의 IT 트렌드는 변화가 무척 빠른 편이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린다. 글로벌 여행 플랫폼 관계자들은 “중국 씨트립그룹의 스카이스캐너가 매년 수차례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되는 반면 오픈마켓 플랫폼 중 그 어디도 여행 카테고리의 초기 구축 이후 발전된 사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국내 여행 시장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스카이스캐너나 부킹닷컴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실정이라고. 

 

이런 상황에서 항공과 호텔 등 거래액이 큰 여행 카테고리에 매력을 느낀 신세계 SSG와 롯데도 공식적으로 여행에 손을 대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여행 솔루션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수요를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수익은 없지만 수요가 많은 입장권 등으로 사람을 모으고, 항공권 판매로 거래액을 키우고, 숙박으로 돈을 버는 방식은 이미 과거 모델이라는 것.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OTA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플랫폼과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플랫폼 개발 업체 관계자는 “모바일 서비스 활용도가 특히 높은 한국이 아시아 국가들의 전초기지로서 글로벌 OTA들의 테스트베드가 된 상황에서 오픈마켓의 여행 카테고리는 후진적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오픈마켓은 주요 전략인 일명 ‘쿠폰 태우기’ 외에는 여행상품에 대한 별다른 판매 전략이나 운영방식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사진=G마켓 앱 캡처


다른 여행업계 관계자는 “11번가는 너무 급하게 모든 카테고리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 넣었다. 여행 카테고리는 구색 맞추기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는 비교적 일찍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여전히 오래된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분석했다. 

  

여행 플랫폼 전문가들은 거래액이 크고 온라인 마켓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여행 카테고리에 승부수를 띄우려면 일반 오픈마켓과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행 서비스는 예약-진행-사후 관리 등 일반 오픈마켓과는 전혀 다른 비즈니스 구조와 생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군과는 다른 여행 카테고리만의 기획부터 개발, 마케팅, 예산집행이 필요하다는 것. ​

 

오픈마켓 관계자는 “오픈마켓이 유통과 마케팅에만 집중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자체적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다. 여행을 단순히 매출 증대를 위한 카테고리라 생각하고, 적당히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를 통해 트래픽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클 것”이라 전했다. 항공이나 호텔 등의 예약과 실행 절차가 일반 제품 판매에 비해 훨씬 복잡하기 때문에 오픈마켓이 단순 소개 이상으로 여행상품에 관여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다른 오픈마켓 여행상품 기획자는 “보통 여행 구매 빈도를 연 1~2회로 봤을 때 여행상품은 농사와 같다. 봄에 개선하고 반영한 시스템의 실적이 가을쯤 나온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거래액은 크지만 투입 대비 즉각적 산출이 약하다는 것이 여행 카테고리가 구색 갖추기에 머물러 있는 이유다. 매일매일 구매가 발생하는 오픈마켓에서는 투자 효과가 즉시 확인되어야 하는데, 여행상품은 보통 시즌 몇 개월 전에 마케팅을 준비해서 장기전으로 가야 승산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기대보다 낮은 매출에 실망할 수도 있다. 단발성 이벤트만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는 것이 여행상품이라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오픈마켓은 쿠팡 같은 소셜커머스와 달리 직접 매입은 하지 않는다. 모든 상품이 중개 형식의 오픈마켓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행상품 역시 여행사나 항공사 등 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해줄 뿐”이라며 “유통수수료가 곧 거래액이자 매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마켓에서는 여행상품의 마케팅을 위해 여행관을 따로 운영하고 할인쿠폰과 캐시백 혜택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옥션에서는 셀럽과 함께하는 테마여행패키지 등을 판매한다”고 덧붙였다. 

 

오픈마켓의 여행 카테고리는 여러 상품을 모아서 보여주는 정도. ​일반적인 여행사의 온라인 페이지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오픈마켓의 여행 카테고리가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글로벌 OTA와 경쟁하기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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