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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댓튜브] 귀촌하고 싶게 만드는 현실판 '리틀 포레스트'

농사짓는 건 싫지만 보는 것만으로 힐링되는 '소확행' 시골 라이프

2019.05.22(Wed) 17:20:46

[올댓튜브] 분당 400시간의 영상이 업로드 되는 유튜브, 모든 영상이 ‘꿀잼’일 수는 없다. ‘올댓튜브’에서는 드넓은 유튜브 세상에서 꼭 챙겨볼 만한 영상을 선별해 적절한 설명을 곁들여 소개한다. 

 

뭐든 손으로 뚝딱 만들어내는 삶을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사진=李子柒 유튜브 채널 캡처

 

# Kimi 키미의 ‘VLOG 시골 일상-봄에 처음 심는 감자, 봄동겉절이와 냉이된장찌개’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따로 없다. 귀농귀촌 라이프를 쿠킹과 브이로그로 보여주는 키미의 유튜브는 시골의 소박한 일상을 담았을 뿐임에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계절 따라 곶감을 말리고 배추를 뜯어 된장국을 끓이고 된장을 담그고 달래와 쑥을 캐고 감자를 심고 평상을 만드는 그런 일상. 또 직접 채취하고 재배한 식재료로 만드는 음식들은 절로 침이 고이게 만든다. 

 

농사짓는 수고를 하고 싶은 마음은 터럭만큼도 없지만, 밭에서 노니는 고양이들의 노곤노곤한 모습과 키미의 손놀림과 그가 만든 음식들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감자를 심어야만 할 것 같고, 냉이를 뜯어야만 할 것 같은 묘한 중독성이 일품이다.

 

# 李子柒 Liziqi의 ‘연한 죽순이 딱 맛있는 때, 광주리에 가득 채워도 모자라네’


 

중국 사천 시골마을에 사는 이자칠(리쯔치)의 영상을 보고 있으면 로라 잉걸스 와일더의 ‘초원의 집’이 생각난다. 돼지를 잡아 베이컨과 소시지와 순대를 만들고 돼지꼬리로 아이들의 간식을 만들던 그 체계적인 가내수공업의 분위기를 이자칠의 영상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 

 

홀로 남은 할머니와 살기 위해 시골로 돌아온 이자칠의 일상은 한적한 시골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그 안에서 한시도 놀리는 시간 없이 재바르게 움직이는 일꾼의 모습을 보여준다. 손재주가 뛰어난 데다 손끝이 여문 이자칠의 행위에는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 이 영상에서도 죽순을 슥슥 캐어 만들어내는 요리만 수두룩. 자연에서 채취한 걸로 요리하는 것을 넘어 대나무로 소파를 만들고, 누에를 길러 실을 뽑아내 옷과 침구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경이로울 뿐이다. 빼어난 영상 퀄리티 또한 이자칠 채널을 하염없이 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

 

# 바닷가 전원주택의 ‘피자화덕 만들기-제1단계 기초편, 왕초보가 만드는 피자화덕의 모습은?’


 

바닷가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40대 남자 케이맨이 운영하는 ‘바닷가 전원주택’은 전원주택 지어 귀촌하려는 사람들에게 여러모로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땅을 구입하고 집을 짓고 그 집을 유지하는 과정에서의 궁금점을 세세히 알려주고, 더불어 텃밭을 가꾸고 낚시를 하는 등 각종 가내수공업 라이프를 오밀조밀 보여준다.

 

그중 피자화덕 만들기는, 무려 한 달 반이란 시간이 걸리며 5개의 영상을 남긴 장기 프로젝트. 피자화덕 만들다 인생을 깨우쳤다는 이 프로젝트 영상은 뭐든 척척 만들어내는 다른 유튜버보다 더 정감 가고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게 특징이다. ‘삼시세끼’에서 서진이 형이 엉성하지만 얼렁뚱땅 빵화덕을 만들던 것만 생각하고 화덕이 쉽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이야(이 영상 보고 화덕 도전하는 사람 있다면 사람 아닌 듯).

 

# MACHO MAN(마초맨)의 ‘병아리 직접 부화시켜서 멋진 집 지어주기’


 

키미나 이자칠이 ‘리틀 포레스트’의 분위기로 시골 라이프를 보여준다면 마초맨의 영상에선 그런 고즈넉함과 ‘인스타갬성’은 1도 찾아볼 수 없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자연인이다’의 젊은 버전이랄까? 그렇다고 세상을 초월한 그런 감성은 아니고, 옛날 ‘개그콘서트’의 ‘수다맨’ 저리 가라 할 만한 말 많은 젊은이가 펼치는 ‘리얼 자연인의 꿀잼 이야기’라고 하는데, 개그맨 지망생이 아닌가 싶은 병맛 감성이 돋보인다.

 

어쨌든 이 말 많은 청년은 망치로 움막을 짓고, 가스통으로 화목난로를 만들고, 병아리 부화기를 만들어 병아리를 부화시키고, 자동차 판스프링으로 사시미칼을 만드는 등 시끌벅적한 시골 라이프를 선보이는 중이다.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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