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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철퇴?' 여수산단 오염물질 배출조작 간단찮은 까닭

삼성 LG GS 롯데 한화 금호…측정대행업체와 조작 공모 등 임직원 처벌 불가피

2019.05.21(Tue) 05:33:11

[비즈한국] 각 지역 지방검찰청 산하 지청 중에서도 차장검사가 있는 곳을 ‘차치지청’​이라고 부른다. 차장검사가 있다는 것은 부서가 3곳 이상으로 규모가 작지 않다는 얘기인데, 큰 수사도 필요에 따라 진행된다. 그리고 최근 대기업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곳이 바로 차치지청이다. 서울중앙지검도, 서울남부지검도 아닌 바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이다.

 

최근 순천지청이 수사에 착수한 곳은 LG화학과 GS칼텍스 등 6곳. 물론 혐의는 상대적으로(?) 가볍다. 오너 일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 하지만 기업들은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법인이 처벌받는 것 외에, 이 결정에 관여한 임직원들도 처벌이 불가피하다. 특히 수사 결과에 따라 사업장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 차질도 예상된다.

 

전남 여수시 여수국가산업단지의 일부 기업들이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 물질 측정치를 조작해 충격을 준 가운데 여수산단 공장장협의회가 22일 오후 여수시청에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순천지청, 대기업 6곳 전격 압수수색

 

광주지검 순천지청이 지난 16일 들이닥친 대기업은 모두 6곳. 수사관 100여 명을 여수산업단지에 보냈다. 압수수색 대상은 LG화학, 금호석유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케미칼, GS칼텍스 등이었는데, 광주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미 예상된 수사 흐름이기도 했다. 환경부에서 대기오염 물질 측정치를 조작한 의혹이 있는 곳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까닭에서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수사 개시 의미를 담은 압수수색이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기업들은 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공모해 수년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했다. 미세먼지 원인 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는 4곳. 이들은 고객(기업)들이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에 대해 허위로 결과를 작성했다. 

 

2015년부터 4년간 이들이 조작한 건은 모두 1만 3096건. 심지어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도 대기업이라고 그냥 수사를 시작한 것도 아니다. LG화학, 한화케미칼 등 6개 기업은 환경부가 직접 선별해 수사 의뢰했는데, 조사 결과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한 사실이 확인된 곳들이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 공모관계 드러나 임직원 처벌 가능성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은 오염물질에 대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들은 주 1회에서 반기 1회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하거나,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해야 한다. 자체 측정하려면 환경부가 관리하는 특수 장비를 사업장 굴뚝에 설치하는 등 번거로움이 상당하다. 때문에 측정대행업체에 오염물질 측정을 의뢰하는 게 일반적이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측정업체 4곳은 배출 농도를 실제의 33% 수준으로 낮춰서 성적서를 발행했다. 당연히 배출업체들이 행정처분을 받지 않았고, 심지어 염화비닐이 기준치의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도 ‘이상 없음’으로 보고한 사례도 있었다. 

 

공모관계도 드러났다. 배출업체 측과 측정업체 직원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특정 날짜의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얘기하고 “XX(특정 수치) 언더(밑으로) 맞춰주세요” 등의 대화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법인을 기소하고 끝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수사의 경우 배출업체 측은 물론 일부 임직원이 처벌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고의성이 없을 경우 법인에게만 벌금형 등을 구형하지만, 실제 업무담당자가 이에 가담했다면 행위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처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를 보고받은 임원이 있을 경우 임원도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사업장이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앞선 검찰 관계자는 “대기업 측과 측정업체 간 공모를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수사 결과 결국 기업이 불법을 주도했다는 게 드러난다면 추가로 정부의 제재도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강정희 전남도의원(더불어민주당) 역시 “시험기록부 미작성 등 가장 가벼운 위반행위에만 행정처분을 내렸고, 그나마 8건의 행정처분도 2016년에 이뤄졌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단 1건도 처분이 없었다”며 “이번 기회에 측정대행업체 지도·감독 관리방안을 강화하고, 드러난 위법행위에는 영업정지 등 더 강력한 행정처분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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